정부가 7월 21일부터 지급한 민생회복 소비쿠폰은 소상공인 매출을 평균 2% 끌어올리며 단기적 효과를 냈지만, 장기적 경기 부양과 물가 안정에는 한계와 부작용 우려가 제기된다. [사진 = 행정안전부]


[이코노미 트리뷴 = 김용현 기자] 정부가 지난 7월 21일부터 지급한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시행 1주일 만에 전국 소상공인 매출을 평균 2%가량 끌어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생활 밀착 업종을 중심으로 매출이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기에 지급된 재난지원금에 버금가는 효과가 없어 장기적으로 경기를 끌어올리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영정보 업체인 한국신용데이터(KCD)에 따르면 소비쿠폰이 배포된 한 주(7월 21~27일) 동안 전국 소상공인 38만 2207개 사업장의 평균 카드 매출은 전주(7월 14~20일)과 비교해 2.2% 증가했다.

업종별로는 안경원 매출이 56.8%로 가장 크게 늘어났고 △패션·의류(28.4%) △면 요리 전문점(25.5%) △외국어학원(24.2%) △피자(23.7%) △초밥·롤 전문점(22.4%) △미용업(21.2%)이 뒤를 이었다.

반면 서비스업 매출은 전주 대비 3% 감소했다.

KCD는 이에 대해 “폭염과 7월 말 휴가철이 겹쳐 서비스업 매출 회복이 제한된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 민생지원금 소비쿠폰, 왜 필요했나

이번 소비쿠폰 정책의 배경에는 장기화된 경기 침체에 대한 현장 우려가 깔려 있다.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한 음식점 사장은 “점심 손님이 예전의 절반도 안 된다”라며 “코로나 19때보다 장사가 더 힘들고 내 인건비도 건지기 어렵다”라고 토로했다.

한 주부는 “물가가 너무 올라 과일·채소 사기도 힘들다”라며 “아이들 방학 특강비와 외식, 고기·과일을 사고 싶어도 생활비를 아끼느라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소비쿠폰 지급 이후 일부 업종은 뚜렷한 매출 상승이 나타났다.

코로나 재난지원금 당시 가장 큰 수혜를 입은 품목은 소고기였다.

한 정육점 상인은 “코로나 재난지원금 시절 매출이 50% 늘었는데 이번에는 30%만 올라줘도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안경점과 신발점 등은 지원금 사용 문의가 늘자 렌즈 프로모션과 재고 확보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 재난지원금으로 0.2% 포인트 성장 효과 거둬

이번 소비쿠폰은 2020년 코로나19 긴급 소득지원금과 비교된다.

당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정부 긴급 지원금의 한계소비성향은 약 0.654~0.782 수준으로 소득 증가분의 절반 이상이 소비로 이어졌다.

이는 일반적인 중·저소득 가계 소비 성향과 비교해 높은 수준으로 정부 긴급지원금이 단기 소비 진작에 상당한 효과를 발휘했음을 보여준다.

KDI 연구위원은 “코로나 당시 재난지원금 사용 가능 업종에서 전체 투입 예산 대비 26.2에서 36.1%의 매출 증대 효과가 나타났다”라고 설명했다.

성공회대 소속 연구 교수는 “이번 재난지원금은 지급된 금액의 65%에서 78%가 실제 소비로 이어졌다”며 “이를 감안하면 이번 민생지원금원도 지급 기한 내 60%~70% 소비로 연결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기획재정부 역시 이번 정책으로 0.2% 포인트 성장하는 효과를 기대하는 모습이다.


◇ 경기 선순환 효과 못지 않게 물가 인상 우려도

다만 한계도 뚜렷하다.

경제사회연구원 한 전문위원은 “당장은 혈당이 확 오르는 것처럼 매출이 뛰지만 이후에는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라며 “결국 보조금만으로는 언 발에 오줌 누기식 대책에 그칠 수 있다”라고 비유했다.

이 같은 단기 부양책의 한계는 해외 사례에서도 확인된다.

미국은 바이든 행정부가 2021년 대규모 경기부양책으로 가계에 직접 현금을 지급한 뒤 단기적으로 소비가 급증해 경기 반등 효과를 거뒀지만 곧 고강도 인플레이션이 뒤따랐다.

2022년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9%를 웃돌며 40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고 미국 중앙은행 연준(Fed)이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인플레 억제에 나섰다.

이는 단기 소비 부양책은 장기 물가 안정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지역 상권은 이번 재난지원금이 지역 상권에 일시적이지만 숨통을 틔우는 정책이라고 환영하는 모습이다.

한 상인은 “이번 소비쿠폰은 당장 큰 도움이 된다”라며 “하지만 일회성이 아니라 꾸준히 이어져야 진짜 힘이 난다”라고 말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이번 소비쿠폰은 경기 선순환과 물가 자극 사이에서 단기 효과와 장기 지속성 논란을 동시에 안고 있어 정부가 세심하게 후속 경기부양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