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제조업이 기후 위기와 탈탄소 흐름 속에서 경쟁력 약화를 겪고 있어, 반도체·조선·철강 등 주력 산업의 생존을 위해 재생에너지 기반 전력 인프라 확충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코노미 트리뷴 = 김용현 기자] 대한민국 주력 업종인 제조업이 기후 위기와 탈탄소 흐름 속에서 경쟁력을 잃고 있다는 경고음이 들리고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제조업 경쟁력을 이어가려면 기술 혁신과 함께 재생에너지에 토대를 둔 전력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 반도체 경쟁력, 전력 공급이 승패 좌우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 경제가 올해 1분기에 마이너스 성장의 굴욕을 맛본 가운데 반도체 수출이 2분기에 회복되면서 다시 성장의 발판이 마련 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반도체 공장은 업종 특성상 24시간 가동하며 한 생산라인이 연간 소도시 한 곳이 쓰는 규모의 전기를 사용한다. 이에 따라 안정적이고 환경친화적인 전력을 공급하는 것이 관건이다.

대만 반도체업체 TSMC가 대표적인 예다.

대만 정부는 TSMC의 재생에너지 전환에 발맞춰 해상풍력 발전을 3GW 이상 확보해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전력 인프라를 친환경 패러다임으로 바꾸고 있다.

이에 비해 한국은 해상풍력 누적 설치량이 0.3GW에 불과해 대만의 10분의 1에 그친다. 이에 대해 환경 전문가들은 “가스 화력 중심의 전력 공급 체계로는 글로벌 고객사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요구를 충족시키기 어렵다”라고 지적한다.

특히 경기도 용인에 조성될 대규모 반도체 클러스터는 2020년대 중반부터 2030년대 초까지 단계적으로 가동되는 장기 프로젝트다.

이에 맞춰 안정적인 대규모 전력 공급망을 사전에 구축하고, ESG 경영 기조에 부합하는 청정 에너지 확보가 최대 과제로 부상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반도체 클러스터 운영에 필요한 전력을 확보하기 위해 호남·제주권 해상풍력 전력을 장거리 송전으로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그러나 장거리 송전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한 막대한 투자비와 호남과 제주도에만 치중하는 지역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 조선·철강도 탈(脫)탄소 패러다임 서둘러야

조선업은 최근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 수주 호황으로 ‘슈퍼사이클(초호황기)’를 만끽하고 있지만 국제해사기구(IMO)와 EU(유럽연합)의 탈탄소 규제 강화로 에너지 패러다임을 바꿔야 하는 처지다.

이르면 오는 2028년부터 IMO와 EU가 탄소 배출에 따른 부가금이 부과하면 국내 해운업계는 연간 수천억원을 지불해 친환경 인프라를 갖춰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

전문가들은 “조선업계가 최근 LNG 운반선 수주 증가로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EU 등의 압박에 무탄소 선박으로 제조 기술을 바꿔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철강 산업도 예외는 아니다.

철강업은 전통적인 석탄 기반 고로 방식에서 벗어나 환경을 훼손하지 않는 수소 환원 제철로 전환에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기로 물을 전기분해해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그린수소를 해외에서 수입하면 kg당 가격이 2만원에 이른다”라며 “이는 kg당 가격이 약 5700원대인 국내 재생에너지 생산 방식과 비교하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재생에너지 인프라를 확충하지 않으면 에너지 안보는 물론 산업 경쟁력을 모두 확보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 국내 친환경 에너지 시장 키워야 가격 부담 줄인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에 따르면 태양광·풍력 발전 단가는 지난 10여년간 글로벌시장에서 급격히 하락했다.

이는 각국이 국내 시장을 키워 관련 설비 제조·공급망을 확대하는 이른바 ‘규모의 경제’를 일궈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은 이른바 ‘선진국 클럽’으로 알려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주요국 중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3.36%로 최하위다. OECD 평균이 23.42%이며 △독일 17.17% △영국 12.24% △미국 10.42%인 점을 감안하면 한국은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주요 선진국에 비해 크게 낮은 편이다.

재생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내수 시장이 작으니 국내 기업들이 오히려 해외에서 경쟁력을 발휘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 “녹색 전환과 디지털 전환에 중점두는 쌍끌이 경제 구조로 나가야”

전문가들은 앞으로 10~20년간 녹색 전환(에너지 전환)과 디지털 전환(AI(인공지능)·전력화)이 세계 산업과 시장의 양대 축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업계 관계자는 “2030년 이후 재생에너지와 AI 모두에서 ‘한국이 잘하고 있다’라는 평가를 받는 것이 목표가 돼야 한다”라며 “지금의 선택과 투자가 향후 10년 뒤 한국 경제의 명운을 가를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