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베트남이 정상회담을 통해 향후 5년간 교역 규모를 두 배로 확대하고 원전·고속철·신도시·AI·방산 등 대형 사업 및 첨단 분야에서 52건의 MOU를 체결, 베트남을 발판으로 동남아 시장 공략에 나섰다. [사진 = 대통령실]


[이코노미 트리뷴 = 김용현 기자] ’인구 1억 300만명의 ‘젊은 나라’ 베트남을 잡아라‘

또럼 (Tô Lâm)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이 최근 한국을 국빈 방문해 이재명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연 가운데 국내 기업이 동남아시아 11개국의 핵심 축 가운데 하나인 베트남 공략에 속도를 낸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진두지휘하는 글로벌 관세전쟁에 따른 해법을 마련하고 중국에 대한 무역 의존도를 낮춰 수출 다변화를 추진하는 정부 정책과 맥을 같이 한다.

업계에서는 베트남과의 협력을 출발점으로 동남아 11개국은 물론 인도 등 남아시아 지역에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예측하기 힘든 글로벌 통상전쟁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 이 대통령, 11년 만에 방한한 베트남 권력 서열 1위와 정상회담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한국을 방문한 베트남 서열 1위 또럼 베트남 당서기장과 지난 11일 정상회담을 열어 양국이 향후 5년 내 교역 규모를 두 배로 늘리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한국-베트남 양국 교역규모는 지난해 867억 달러(약 120조 원)에서 향후 5년 이후인 2030년 1500억 달러(약 208조 원)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올해로 자유무역협정(FTA)를 체결 10주년을 맞는 양국은 이번 합의로 향후 과학기술, 에너지, 공급망 등 미래지향적 분야로 협력 폭을 넓힐 방침이다.

재계 관계자는 “각 업체별로 협력 방안은 좀더 지켜봐야 한다”라며 “그러나 양국이 과학기술·저작권·재생에너지·원자력발전 등 여러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한국과 베트남은 연간 수출입액이 867억 달러(약 120조원)에 이르는 상호 3대 교역국이고 한국은 베트남의 최대 투자국이라는 점에서 이번 양국 정상은 양국 관계를 더욱 발전시키고 경제협력의 폭도 대폭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한국-베트남 정상회담은 한국으로서는 동남아에서 보폭을 넓힐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인구 14억 명 거대시장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관세전쟁 등 보호무역주의에 맞서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서는 베트남을 포함한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등 동남아 시장을 더욱 공략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라고 풀이했다.

◇ 베트남 원전-방산-고속철도-신도시 개발-AI-바이오 사업 뛰어든다

한국과 베트남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베트남 원자력발전, 고속철도, 베트남 박닌성 동남신도시 개발 사업에 한국기업 진출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보여주듯 이 대통령은 베트남 신규 원전 건설사업과 북남 고속철도 건설사업 등 대형 국책 사업을 거론하며 "한국 기업의 우수한 기술력과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성공적인 협력 사례가 도출되길 기대한다"라며 한국 기업 진출을 희망한다는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또럼 서기장도 한국 기업의 뛰어난 경쟁력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면서 한국 참여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언급했다고 밝혔다.

재계 관계자는 “베트남 정부가 고속철도에서 90조 원, 신규 원전 등 전력 분야에서 190조 원 규모의 대형 국책사업을 추진 중”이라며 “이번에 양국이 체결한 '원전분야 인력양성 협력 MOU(양해각서)'가 향후 다양한 원전 분야로 양국이 협력을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이고 설명했다.

그는 ”이 대통령이 또 베트남 박닌성 동남신도시 사업 도시개발에 한국기업이 참여하는 방안과 관련해 "K 신도시 첫 수출 사례가 될 것이라고 평가한 점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라고 풀이했다.

이와 함께 한국은 방산, 인공지능(AI), 바이오, 에너지 등 첨단분야 공동연구 및 재생에너지 분야에서도 베트남과의 협력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풀이된다.

양국 정상 의지에 화답하듯 한국과 베트남은 조선, 항공, AI 등에서 52건에 이르는 MOU를 체결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한국과 베트남이 산업 협력, 에너지, 식품, 관광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 확대를 약속하는 MOU 52건을 일궈냈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산업 협력 분야는 조선, 항공, AI, 금융, 항만 물류 등 전통 제조업에서 미래 산업에 이르기까지 총 28건의 MOU가 맺어졌다“라며 ”에너지 분야는 청정에너지, 전력망 안정화 등과 관련한 총 11건의 MOU, 고속철도 관련 분야에서 3건, 식품·관광 등 분야에서 10건의 MOU가 체결됐다“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시스템통합(SI)업체 LG CNS는 베트남 국영기업과 손잡고 AI 데이터센터 사업에 진출한다.

LG CNS는 베트남우정통신그룹(VNPT),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과 베트남 데이터센터 개발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고 12일 발표했다. VNPT는 베트남 주요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중 하나로 꼽힌다. 이 업체는 통신,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스마트시티 등 디지털전환(DX) 사업에 적극 진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LG CNS는 최근 국내 기업 최초로 인도네시아에서 1000억원 규모 AI데이터센터 인프라 구축 사업을 수주했다“며 ”이번에 베트남과 사업을 하기로 협약을 맺어 향후 42조원에 이르는 동남아 데이터센터 시장 공략을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라고 강조했다.

◇ 1만여개 한국 기업 진출한 베트남 중심으로 동남아시장에 도전장

재계는 이번 한국-베트남 정상회담이 거대 동남아 시장을 집중공략하기 위한 초석을 다졌다고 평가한다.

업계 관계자는 ”베트남에는 삼성, LG 등 1만 여개 한국기업이 이미 진출해 사업을 펼치고 있다“라며 ”이는 인구 1억명이 넘는 베트남이 중위연력이 32세에 불과하는 등 비교적 젊은 층이 많고 연간 7%대에 이르는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미 FTA를 체결한 한국과 베트남은 한국에서 핵심 부품을 조달하고 베트남에서 최종재를 생산해 미국 등으로 수출하는 구조를 갖춰 미국발 관세 폭탄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베트남과의 협력을 토대로 나머지 10개 동남아 국가와 협력을 강화해 격동하는 글로벌 무역환경에 대처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베트남을 포함한 11개국으로 이뤄진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은 인구가 6억7579만명이며 명목 GDP(국내총생산)가 3조3170억달러에 이르는 유망시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세안 11개국 인구는 전 세계 인구의 8.5%를 차지하고 1인당 GDP는 5017달러“라며 ”최근 경제성장률을 감안할 때 향후 발전 가능성이 가장 큰 지역 가운데 하나“라고 풀이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관세전쟁으로 세계 무역 지형이 크게 바뀌고 있다“라며 ”이에 따라 한 두 국가에 의존하는 무역정책은 자칫 경제적 손실을 가져올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 ”특히 한국의 최대 교역국에 속하는 미국과 중국이 관세전쟁 해법을 마련하지 않고 대치하는 상황에서 한국으로서는 수출 다변화가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베트남을 출발점으로 거대 아세안 시장으로 사업 보폭을 넓혀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