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 트리뷴 = 김용현 기자] 17일(현지시간) 외신들은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가 2021년 아마존 CEO에서 물러난 이후 처음으로 직접 경영 일선에 복귀한다고 보도했다.
외신들은 베조스가 AI 스타트업 ‘프로젝트 프로메테우스(Project Prometheus)’의 공동 대표를 맡고 있으며, 이 회사가 이미 62억달러(한화 약 9조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전했다. 초기 단계임에도 세계 최고 수준의 자금을 확보하면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프로메테우스는 다른 AI 기업들과 달리 챗봇이나 소비자용 애플리케이션이 아닌 제조·엔지니어링·하드웨어 시스템을 겨냥한 산업형 AI에 집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컴퓨터·자동차·우주 장비 등 물리적 제품의 설계부터 생산까지 전체 공정을 AI로 자동화하는 것이 핵심 목표다.
베조스와 함께 회사를 이끄는 파트너는 구글 X(문샷 랩)와 알파벳의 헬스테크 자회사 베릴리(Verily) 출신의 과학자 빅 바자지(Vik Bajaj)로, 두 사람은 이미 OpenAI·DeepMind·Meta AI 출신 인재 100여 명을 확보하며 초기부터 대규모 확장 기반을 다져온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은 프로메테우스의 제품 로드맵이나 고객사, 본사 위치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자본 규모와 경영 구조, 인재 구성만으로도 “일반적인 실험적 프로젝트가 아니라, 베조스가 다시 산업 현장으로 돌아온 본격적인 승부수”라고 평가했다.
업계에서는 베조스의 선택이 최근 AI 산업의 병목이 알고리즘보다 칩·공장·전력·공급망 같은 현실적 인프라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흐름을 반영한 것이라 보고 있다.
◇ 글로벌 테크 기업, ‘산업형 AI 전환’ 가속…제조·전력·공급망까지 경쟁 확산
지난 8월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만난 최태원 SK 회장과 빌 게이츠 게이츠재단 이사장이 악수하고 있다. [사진 = SK그룹]
프로메테우스 출범은 최근 엔비디아가 제조·생산 분야에서 보이는 움직임과도 흐름을 같이한다.
엔비디아는 최근 삼성전자 반도체 공정 최적화용 산업 AI 솔루션을 제공하고, SK하이닉스와는 HBM 생산 공정 협업을 강화하는 등 기존 GPU 공급에서 벗어나 실제 공정 자동화와 공급망 효율화에까지 관여하고 있다.
국내 주요 제조기업을 대상으로 스마트팩토리·시뮬레이션용 GPU 도입을 확대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업계에서는 “AI 모델의 고도화보다 HBM·전력·공장 자동화 같은 물리적 병목이 산업 경쟁력의 핵심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테슬라 등 다른 빅테크 기업들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AI 수요가 급증하면서 전력망 확보와 데이터센터 용량 경쟁, 패키징·공정 생산능력(CAPA) 증설, 공급망 통제가 기업 전략의 핵심으로 급부상했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장기 에너지 계약 체결을 강화하고 있으며, 테슬라는 공장을 AI 모델처럼 학습시키는 ‘AI 공장’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프로메테우스는 “AI가 제품을 만드는 과정 자체를 바꾸는 기술 플랫폼”을 지향하며 산업 구조 전반의 대전환을 겨냥하고 있다는 평가다.
◇ 산업형 AI 확산, 제조기술 유출 우려도…“협력 이익과 위험 모두 관리해야”
지난 10월 방한해 ‘지포스 페스티벌’에 참석한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모습. [사진 = 엔비디아]
일각에서는 산업형 AI 확산이 장기적으로 제조사의 기술 주도권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제조 공정 데이터가 AI 최적화 과정에서 외부 플랫폼에 흡수될 경우, 기업의 핵심 노하우가 플랫폼화되며 빅테크에 통제권이 넘어갈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애플과 TSMC 사례처럼 기술 협력이 특정 기업 의존도를 높이고 공정 로드맵의 주도권까지 흔들 수 있다는 경고도 있다.
다만 삼성전자·SK하이닉스·TSMC 등은 민감 정보를 제한적으로 공유하고 강력한 IP 보호 체계를 유지하는 등 기밀 유출을 막기 위한 장치를 구축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업계는 “AI와 제조의 결합이 불가피한 흐름인 만큼, 협력의 이익과 장기적 위험을 모두 관리하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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