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하부에 탑재된 전고체 배터리 구조를 나타낸 이미지.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와 달리 액체 전해질 대신 고체 전해질을 사용해 안전성을 높이고, 에너지 밀도를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사진 = 현대자동차그룹]


[이코노미 트리뷴 = 이경철 기자] “향후 10년내 210조원대에 육박하는 전고체배터리를 잡아라"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이른바 국내 배터리 3사가 ‘꿈의 배터리’로 알려진 전고체배터리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른바 전기자동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이 애초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이들 배터리 3사가 첨단 배터리를 개발해 경쟁업체와의 기술초격차(경쟁업체가 추격할 수 없는 기술격차)를 유지하겠다는 복안도 깔려 있다.

◇ 전기차 캐즘 해법으로 전고체배터리 각광

23일 업계에 따르면 배터리 3사는 최근 화하면서 국내 배터리 3사가 연구개발(R&D) 조직을 대폭 강화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는 첨단 노하우를 확보해 제품 원가를 낮추고 배터리 성능과 안정성을 강화해 캐즘의 강을 건너 글로벌 무대에서 사업력을 강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이들이 향후 주력 분야로 꼽은 분야가 전고체배터리(all solid state battery)다.

전고체배터리는 말 그대로 고체로 만든 제품을 뜻한다.

업계 관계자는 “전고체배터리는 액체 전해질과 분리막을 모두 없애고 고체 전해질만 갖춘 점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는 분리막이 손상되면 내부 온도가 급격하게 상승하는 이른바 ‘열폭주 현상’이 일어난다”라며 “이에 비해 전고체배터리는 고체 전해질로 만들어 충격이나 고온에서도 화재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낮다”라고 강조했다.

결국 전고체배터리가 '꿈의 배터리'라고 불리는 데에는 이처럼 화재 위험성을 크게 낮추고 에너지 밀도를 높여 안전도와 성능 강화를 모두 갖췄기 때문이다.

◇ 배터리 3사, R&D 강화해 첨단 제품 개발에 속도

이처럼 전고체배터리가 배터리업계의 ‘게임체인저(업계 판도를 바꾸는 제품)’로 등장하면서
업체들은 관련 제품 개발에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SK온은 올해 상반기 미래기술원장 직속으로 셀투팩(CTP) 기술 상용화를 위한 '파우치 셀투팩 태스크포스(TF)'를 신설해 눈길을 끌었다.

업계 관계자는 “셀투팩은 기존 배터리 구성에서 모듈 단계를 제거하고 팩에 직접 셀을 조립해 에너지 밀도를 높이는 기술”이라며 “이와 함께 SK온은 미래 성장 동력을 체계적으로 모색하기 위해 미래기술원 산하에 '미래기술전략팀'을 새롭게 갖췄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질세라 LG에너지솔루션도 전고체배터리 제품 경쟁에 나선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안에 충북 오창 에너지플랜트에 건식 전극 공정 파일럿 라인의 양산성을 확보하고 2028년부터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최고경영자(CEO) 직속이었던 미래기술센터를 최고기술책임자(CTO) 산하로 옮겼다.

업계 관계자는 “미래기술센터는 제품 개발부터 양산까지 담당하는 핵심 R&D 조직으로 연구 역량을 결집하기 위한 조치”라고 풀이했다.

삼성SDI는 2027년 전고체 배터리 양산을 목표로 올해안에 고용량화와 양산 기술을 완성하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이를 위해 삼성SDI는 대표이사 직속 '공정·설비 R&D센터' 명칭을 '생산기술연구소'로 바꿔 R&D에 무게를 뒀다. 이 조직은 전고체배터리 개발을 진두지휘할 것으로 보인다.

◇ 세계 전고체배터리 시장, 2035년 210조원 규모로 커져

이처럼 국내 배터리 빅3가 전고체배터리 개발에 속도를 내는 이유는 제품 안전성외에 향후 성장전망도 자리를 잡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전고체배터리 시장 규모는 2022년 2750만달러(약 383억원)에서 2030년 400억달러(약 58조원), 2035년에는 1500억달러(약 210조원)으로 크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전고체배터리는 차세대 제품에 그치지 않고 글로벌 배터리 산업 지형을 바꿀 수 있는 제품”이라며 “특히 전기차 화재 등 안전도가 큰 이슈로 부각되면서 안전성을 갖춘 전고체배터리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라고 풀이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이 첨단 기술력을 개발해 갈수록 한국과의 격차를 벌리고 있다”라며 “미래 먹거리를 확보한다는 차원에서도 국내 업체들의 제품 개발 경쟁과 사업력 강화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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