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뉴욕의 한 호텔에서 AI 산업 글로벌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뒤 래리 핑크 세계경제포럼(WEF) 의장 겸 블랙록 회장,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 대통령실]


[이코노미 트리뷴 = 김용현 기자]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미국을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BlackRock)의 래리 핑크 회장을 접견했다.

블랙록은 약 12조5000억 달러(한화 약 1경7000조 원)에 달하는 자산을 운용하는 글로벌 1위 운용사로, 연기금·국부펀드·대형 기관투자자의 자금을 관리하며 금융시장 전반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이날 접견에서 양측은 한국을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AI(인공지능) 수도’로 도약시키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포함한 다각적 협력에 뜻을 모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블랙록은 회담 직후 AI 산업 글로벌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한국 내 급증하는 AI 수요 대응, 재생에너지 기반 하이퍼스케일 AI 데이터 센터 구축, 아태 지역 AI 허브 마련 등을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특히 투자 논의와 관련해 대통령실은 “블랙록이 말하는 대규모 투자는 통상 수십조 원 단위”라며 “가까운 시일 내 수조 원대 규모의 시범투자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최근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에서 매수 강세를 보이며, 코스피 지수가 장중 3480선을 돌파하는 등 역대 최고치를 연이어 경신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블랙록의 참여는 한국 시장의 성장성에 대한 글로벌 신뢰를 보여주는 사례라는 평가다.

이 대통령은 환영의 뜻을 표하며 긴밀한 협력 관계를 통해 실질적 성과를 창출하자고 화답하고, 핑크 회장을 한국에 직접 초청했다.

핑크 회장은 “이 대통령 취임 이후 한국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정치·경제 상황이 안정화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한국의 경제 발전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 이미 38조 원 투자한 블랙록, ‘슈퍼 독수리’ 위상

한편 블랙록은 이번 협력 논의와 별개로 이미 국내 증시에 약 38조 원 규모를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CXO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블랙록이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상장사 10곳의 합산 지분 가치는 전날 종가 기준 37조7,692억 원에 달하며, 이는 국내 전체 시가총액(3,332조 원)의 약 1.1% 수준이다.

보유 종목에는 하나금융지주(6.43%)·우리금융지주(6.07%)·KB금융(6.02%)·신한지주(5.99%) 등 국내 4대 금융지주사와, 삼성전자(5.07%)·삼성SDI(5.01%)·삼성E&A(5%) 같은 삼성 계열사, 그리고 네이버(6.05%)·POSCO홀딩스(5.2%)·코웨이(5.07%) 등이 포함됐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의 지분 가치는 25조4,431억 원으로 단일 종목 중 가장 컸다.

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가치(8조2,509억 원)의 3배가 넘고, 오너 일가 전체(24조5,993억 원) 지분 가치를 합친 것보다도 많다.

뒤이어 KB금융(2조8,008억 원), 네이버(2조2,159억 원), 신한지주(2조315억 원), 하나금융지주(1조6,393억 원) 등이 뒤를 이었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블랙록은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국내 주식시장에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슈퍼 독수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며 “최대주주 지분율이 20% 수준에 불과한 삼성전자 역시 경영권 방어 차원에서 블랙록을 우호 지분으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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