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법인세 소송에서 법원은 본세 산정은 인정하면서도 가산세 중과 요건은 엄격히 제한해, 기업 내부거래 과세와 제재의 경계를 다시 확인했다. [사진 = Vecteezy]


[이코노미 트리뷴 = 김용현 기자] 아시아나항공이 세무당국을 상대로 낸 법인세 부과 취소 소송에서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았다.

24일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재판장 양순주)는 아시아나항공이 제기한 소송에서 “부당행위계산 부인 규정 적용은 적법하지만, 부정과소신고 가산세는 위법하다”며 부과세액 913억원 중 146억원을 취소하라고 판시했다.

◇ 사건의 배경: 금호기업과의 내부거래

이번 분쟁은 그룹 내부 지분 이동에서 비롯됐다. 당시 아시아나항공은 금호터미널 발행 주식 100%를 보유한 단일 주주, 즉 금호터미널의 완전 자회사 소유주였다.

2016년 4월 아시아나항공은 이 지분 전량을 그룹 계열사인 금호기업에 2700억원에 양도했다. 그 결과 금호터미널의 주주는 아시아나항공에서 금호기업으로 완전히 바뀌었고, 그룹 내에서 금호터미널이 아시아나항공 산하가 아닌 금호기업 산하로 재편됐다.

금호기업은 당시 박삼구 전 회장이 전량을 보유한 특수목적회사로, 그룹 지배구조의 핵심 고리였다. 금호기업이 금호터미널을 직접 소유하게 되면 오너 측 지배력이 강화되는 효과가 있었고, 아시아나항공은 단기적으로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세법적 관점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하던 자회사 지분을 시가(국세청 평가액 5787억원)보다 크게 낮은 금액에 특수관계인에 넘긴 것으로 해석될 수 있었고, 결국 국세청이 문제를 제기했다.

◇ 부당행위계산 부인 적용은 적법

국세청은 아시아나항공이 금호기업에 시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주식을 넘겼다고 보고, 2022년 ‘부당행위계산 부인’ 규정을 적용해 법인세 913억원을 부과했다.

부당행위계산 부인은 법인세법 제52조에 규정된 제도로, 특수관계인과의 거래로 조세부담이 부당하게 감소한 경우 과세당국이 해당 거래를 부인하고 시가를 기준으로 다시 계산할 수 있도록 한 장치다.

저가·고가 양도, 무상 또는 저이율 대여, 불공정한 합병·증자 등에서 자주 문제된다.

법원은 아시아나항공의 거래가 이 요건에 해당한다고 보아, 본세 산정 방식 자체는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 쟁점은 가산세…법원 “부정까지는 아냐”

쟁점은 가산세였다. 국세청은 아시아나항공이 조세부담을 줄이려는 부정행위를 했다고 보고 부정과소신고 가산세 146억원을 부과했다.

국세기본법상 과소신고·초과환급 가산세는 크게 일반과 부정으로 나뉜다.

일반 과소신고 가산세는 단순히 세액을 적게 신고한 경우 적용돼 산출세액의 10%가 부과된다.

반면 부정과소신고 가산세는 이중장부 작성, 허위 증빙 제출, 재산 은닉·가장과 같이 조세 부과를 곤란하게 하는 적극적 행위가 있는 경우 중과(40%)된다.

재판부는 아시아나항공이 단순히 특수관계인에 저가 양도한 것은 맞지만, 장부 위조나 증빙 허위 제출 같은 적극적 은닉 행위는 확인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조세 부과·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적극적 행위가 확인되지 않는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었다.

결국 부정과소신고 가산세는 취소됐고, 전체 부과세액 중 146억원이 빠지게 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을 “본세와 제재 성격의 가산세를 명확히 구분한 사례”로 평가했다.

특수관계인 간 저가 양도 자체는 과세 대상이 될 수 있으나, 이를 곧바로 ‘부정행위’로 보아 가산세를 중과하는 것은 무리라는 법원의 태도가 다시 확인됐다는 의미다.

대법원 역시 일관되게 “부정행위란 단순한 과세표준 다툼이나 법리 오해를 넘어선 적극적 은닉·위조 행위여야 한다”고 판시해 왔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 또한 이러한 기존 판례 흐름에 맞춰, 가산세 부과에서 ‘부정’ 요건을 엄격하게 해석한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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