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지난 5월 인도 안드라프라데시주 스리시티에서 착공식을 연 가전공장 조감도. [사진 = LG전자]
[이코노미 트리뷴 = 이경철 기자] “미국의 관세 횡포를 피하고 인구가 14억 명이 넘는 거대 인도시장을 잡아라‘
LG전자 인도법인이 이르면 10월 인도 현지 증시에 상장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이날 이사회를 열어 100% 자회사인 인도 현지법인 지분의 15%를 매각하기로 의결했다.
이는 LG전자가 인도 현지 상장을 위한 마지막 단계에 들어갔다는 얘기다.
◇ LG전자, 인도법인 지분 매각...IPO 절차 마무리
이에 따라 인도증권거래위원회(SEBI)가 조만간 최종 승인을 내리면 LG전자 인도법인은 10월 중 기업공개(IPO) 절차를 마무리할 것으로 풀이된다.
LG전자는 1997년 인도법인을 설립한 이후 30년 가까이 해외 현지 경영에 주력해왔다.
이에 따라 TV, 세탁기, 냉장고, 에어컨 등 주요 가전제품 판매에 힘입어 LG전자 인도법인은 올해 상반기 매출 2조2829억원에 순이익도 2097억원이다.
업계 관계자는 ”LG전자가 이번 인도법인 상장을 위해 매각하는 지분 평가액은 1조8000억원대“라며 ”LG전자의 올해 2분기 말 별도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1조1000억원이라는 점에서 이번 상장은 LG전자의 재무건전성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으로 본다“라고 설명했다.
인도법인에 대한 현지 매체 등의 공모가 전망치는 1150억 루피(1조8181억원) 수준이다.
상장 방식도 눈에 띈다.
상장 방식은 신주를 발행하지 않고 기존 지분만 매각하는 구주매출이다.
더 쉽게 설명하면 기존 주주가 가지고 있는 주식을 팔아 상장 속도를 높이고 이자비용 등 금융 리스코도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는 ”이에 따라 이번 인도법인 상장이 LG전자 현금흐름 개선과 재무지표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풀이했다.
◇ 美 관세폭탄 등 경영 악화로 LG전자 2Q 영업익 전년비 47% 급감
그러나 LG전자의 이번 인도법인 상장은 최근 회사가 처한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한 해법 가운데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터무니없는 관세 압박과 글로벌 무대에서의 경쟁 심화 등으로 LG전자 최근 실적이 부진하다“라며 ”이를 보여주듯 LG전자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47% 크게 감소하는 등 실적 악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LG전자에서 TV 사업을 맡은 MS사업본부가 판매 감소와 마케팅비 증가로 1917억원 규모 적자로 돌아서 전체 실적 발목을 잡고 있다“라며 ”이에 따라 LG전자가 전체 사업부를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것은 2023년 이후 2년만“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인도에 대규모 자금이 유입되면 LG전자로서는 미래 사업에 대한 투자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이 나왔다.
이를 뒷받침하듯 LG전자는 지난해 역대 최대인 4조7000여억원을 연구개발(R&D)에 투자해 AI와 전장, 낸난방공조(HVAC) 등 미래 신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기술 초격차(경쟁업체가 추격할 수 없는 기술 격차)에 대한 최고 경영진의 의지도 돋보인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최근 사장단 회의를 소집해 "중국 경쟁사는 우리보다 자본, 인력에서 3배, 4배 이상의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라며 ”구조적 경쟁력 강화를 위한 차별적 경쟁력 핵심으로 R&D가 마무리 되는 시점이 됐다“라고 설명했다.
◇ 인도 중심으로 한 ’글로벌 사우스‘에서 입지 강화 의지 내비쳐
일각에서는 LG전자의 이번 행보가 인도 등 신흥시장 공략의 중대 분수령이라는 평가를 내놓는다.
업계 관계자는 ”LG전자가 신사업 R&D 투자를 계속 늘리고 있다“라며 ”이를 통해 LG전자는 아시아, 중남미, 중동·아프리카 등 이른바 ‘글로벌 사우스’로 불리는 신흥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포문을 열었다“라고 설명했다.
이를 보여주듯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3월 열린 주주총회에서 "올해부터 기존 성장전략에 '지역'이라는 전략의 축을 더해 성장 잠재력이 높은 유망 지역에서 성장 가속화를 추진할 것"이라며 인도 등 글로벌 사우스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인도는 향후 가전제품 성장률이 매우 큰 지역이다.
인도는 현재 에어컨과 세탁기 보급률이 각각 10%, 20%를 밑돌 정도로 가전 보급률이 저조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LG전자가 지난 28년간 구축해 온 현지 사업 인프라를 토대로 인도 특화 라인업(제품군), 생산·서비스·R&D 인프라 강화 등을 추진하며 사업 영역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내다봤다.
◇ 해외 현지법인 상장에 따른 또 다른 혜택은
일각에서는 LG전자가 인도법인을 상장해 얻는 효과는 △대규모 현금 확보를 통한 재무 건전성 개선 △미래 성장 동력 확보 △해외 시장 내 위상 강화 등을 꼽는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기업이 해외 현지법인을 상장시키면 거액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고 해외 현지 제품 인지도와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라며 “이와 함께 한국 의존도를 줄이고 다국적 투자자를 확보하는 등 일종의 ‘리스크 분산’ 효과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LG전자의 인도법인 상장으로 인도 현지에서 현지 통화 루피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 환 리스크 관리 등 각종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라며 “특히 인도 상장 과정에서 SEBI 등 관련 기관이 제시하는 회계·감사·거버넌스 체계를 따르게 돼 해외 투자자의 신뢰를 높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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