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대통령실]


[이코노미 트리뷴 = 김용현 기자] 지난해 국내 상위 5대 기업의 법인세 실효세율이 19% 수준으로 나타났다.

경기 둔화로 공제·감면액이 줄어든 영향으로 분석되며, 명목 최고세율(24%)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1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조국혁신당 차규근 의원이 국세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4년 법인세 신고 기준 상위 5대 기업의 실효세율은 19.1%로 집계됐다.

2023년 16.4%보다 2.7%포인트(p) 상승한 수치다.

기업 실적이 악화하면서 과세표준이 크게 줄었지만, 공제·감면 효과 역시 대폭 축소되며 세금 부담이 상대적으로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실효세율은 각종 공제나 감면 조치를 반영한 뒤 기업이 실제 납부하는 세율로, 명목세율보다 실질적인 세부담을 보여주는 지표다.

지난해 5대 기업의 수입금액은 232조1459억 원으로 전년 대비 41.6% 감소, 소득금액도 절반가량 줄었다.

이에 따라 과세표준은 2023년 54조8151억 원에서 2024년 27조1997억 원으로 절반 가까이 축소됐다. 같은 기간 공제·감면세액은 4조6653억 원에서 1조2812억 원으로 72.5% 급감했다.

5대 기업의 실효세율은 경기 상황과 실적에 따라 10% 중반에서 20% 초반대를 오가고 있다.

2020년 16.6%에서 2021년 21.6%까지 상승했다가 2022년 18.9%, 2023년 16.4%로 하락한 뒤 지난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경기 둔화로 최저한세 적용 기업 수도 전년보다 크게 늘어난 13만7000개로 집계됐다. 이는 2020년 3만9000개, 2021년 5만2000개, 2022년 6만7000개, 2023년 8만4000개에서 꾸준히 증가한 결과다.

차규근 의원은 “기업 실적 악화에 따라 일시적으로 실효세율이 높아진 측면이 있지만, 여전히 최상위 기업들의 세부담은 낮은 수준”이라며 “최저한세 의존을 넘어 공제·감면 제도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점검하고, 최고세율 인상 논의보다 실효세율을 실질적으로 높일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 OECD 단순 비교 어려워…세부담 확대 해석 신중해야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실효세율 수준을 해석할 때 보다 폭넓은 시각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상위 기업 실효세율은 OECD 평균보다는 낮지만, 국내 산업 구조가 수출에 과도하게 의존돼 있어 경기와 환율에 따른 이익 변동성이 다른 선진국보다 훨씬 크다는 것이다.

따라서 실효세율을 OECD 평균 수준으로 인위적으로 끌어올릴 경우, 오히려 기업들의 투자 여력이 축소되고 경기 하강기에 세부담이 과도하게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업계에서는 이러한 통계 해석에 대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법인세비용 자료를 근거로 대기업의 세부담이 여전히 낮다고 주장하지만, 법인세비용은 회계상 산출된 ‘장부상 세부담’일 뿐, 실제로 국세청에 납부되는 금액과는 괴리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 납세와 더 밀접한 지표인 ‘당기법인세부채’를 기준으로 보면 주요 대기업들의 세부담은 오히려 정상화 또는 증가 추세를 보였다.

각 기업들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23년 3조3587억 원에서 2024년 4조3401억 원으로 증가했고, SK하이닉스는 적자에서 대규모 흑자로 전환하며 4389억 원에서 3조0839억 원으로 급증했다.

현대자동차는 1조3247억 원에서 1조9427억 원으로 늘었고, LG전자는 3조6533억 원에서 3조4197억 원 수준으로 소폭 감소했다.

특히 2024년에는 법인세 명목 최고세율이 25%에서 24%로 인하된 상황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세율 인하에도 불구하고 주요 대기업들의 실제 세부담이 오히려 늘거나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 만큼, 세부담이 줄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또한 법인세의 공제·감면 구조를 문제 삼는 시각에 대해서도 업계는 신중한 입장이다.

법인세법상 공제·감면은 오히려 소득세보다 단순하며, 실제로는 조세특례제한법상 투자·고용 창출, 대도시 이전 등 사회적·정책적 목적에 따라 제정된 항목이 차감되는 구조다.

업계에서는 “최고세율 인상 논의에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세법 구조를 바꿔 재정정책 확대로 인한 세수를 충당하기보다는, 기업의 매출 증가를 유도해 과세표준 자체를 키우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이러한 방향이 이재명 정부가 내세운 ‘코스피 5000 시대’ 구상과도 맞닿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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