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통제하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0% 추가 관세와 수출제재로 맞대응하며 미·중 관세전쟁이 재점화됐다. 사진은 2017년 11월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미·중 정상 공동 기자회견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모습. [사진 =
Trump White House Archived 유튜브]
[이코노미 트리뷴 = 이경철 기자] 중국 정부가 희토류 수출통제를 결정해 미국과 중국의 관세전쟁이 다시 본격화됐다.
중국이 전략 광물인 희토류 수출을 통제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중국은 미국 반도체 업체 퀄컴을 대상으로 반독점 조사를 하는 등 ‘미국 옥죄기’에 나섰다.
미국 정부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대(對)중국 초고율 관세(기존 관세에 100% 추가)와 핵심 소프트웨어 수출통제 카드(11월1일 시행)로 맞불작전을 놨다.
미국과 중국의 격돌로 세계 경제는 또 한차례 불확실성에 빠지게 됐다.
◇ 희토류가 뭐길래...트럼프 中에 관세폭탄 던지나
11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 9일 희토류 수출 통제 강화 방침을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중국 상무부는 희토류 17종류 가운데 △디스프로슘(Dy) △이트륨(Y) △사마륨(Sm) △루테튬(Lu) △스칸듐(Sc) △테르븀(Tb) △ 가돌리늄(Gd) 등 7종을 수출통제 대상에 포함했다.
이에 따라 7종 희토류는 수출할 때 중국 상무부가 발급한 이중용도 물자(군용으로도 민간용으로도 활용될 수 있는 물자) 수출허가증을 취득해야 한다. 이와 함께 이 물자를 조합해 해외에서 제조하는 희토류 영구자석 재료도 수출통제 대상이다.
희토류는 반도체, 전기자동차, 무기 등 각종 산업에 꼭 필요한 핵심 원자재다.
예를 들어 디스프로슘(Dy)은 전기차 모터와 SD메모리카드, 이트륨(Y)은 전투기 엔진, 사마륨(Sm)은 유도무기와 레이더를 제조하는 데 투입된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생산량의 약 70%, 정제 능력의 90%를 차지하는 세계 1위 희토류 생산국”이라며 “중국이 희토류의 희소성을 활용해 미국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나라도 그냥 강 건너 불구경 하듯 지켜볼 상황이 아니다”라며 “한국의 지난해 중국산 희토류 수입의존도는 79.8%에 이른다”라고 풀이했다.
그는 또 “디스프로슘 등 희토류는 AI(인공지능) 반도체, 반도체 장비 등 첨단 제품에 꼭 필요한 소재”라며 “한국과 중국 관계가 원만하지만 중국과 미국과의 갈등 속에 우리 산업계에도 파장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트럼프 “중국이 세계 인질 잡아” 말할 자격 없어
중국의 이번 조치에 트럼프 행정부는 발끈했다.
중국은 그동안 미국산 대두 수입을 중단한 데 이어 미국 관련 선박에 대해 순톤(Net ton)당 400위안(약 8만원)의 '특별 항만 서비스료'를 부과한다고 10일 밝혔다.
미국이 중국 선박에 t당 50달러(약 7만원)의 입항료를 이달 14일부터 부과하고 차례대로 금액을 올리겠다고 으름장을 놨기 때문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중국 정부가 미국 반도체 기업 퀄컴의 자동차 반도체 설계회사(팹리스) '오토톡스'(Autotalks) 인수에도 반독점 여부를 의뢰하는 등 제동을 걸었다.
가뜩이나 중국의 잇따른 견제에 심기가 불편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희토류 수출 통제 발표가 나온 지 불과 6시간 만에 중국에 100% 추과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현재 미국의 대중국 평균 관세율은 약 55% 수준이다. 여기에 이번 100% 관세가 추가되면 중국산 제품은 평균 155% 관세를 적용받는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중국이 무역과 관련해 극도로 공격적인 입장을 취했다는 것을 방금 알게 됐다"며 이 같은 관세 부과 방침을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전 세계에 매우 적대적인 서한을 보내 2025년 11월 1일부터 자신이 생산하는 사실상 모든 제품과 심지어 자신이 만들지 않은 일부 제품에도 대규모 수출통제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울러 "11월 1일 우리는 모든 핵심 소프트웨어에 대한 (대중국) 수출통제도 시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중국이 이런 조치를 했다는 것을 믿기 어렵지만 그들은 그렇게 했고 나머지는 역사에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앞서 같은 날 올린 트루스소셜 글에서도 "중국이 각국에 서한을 보내 '희토류' 생산과 관련된 모든 요소에 대해 수출통제를 하겠다고 통보하고 있다"라며 "전 세계를 인질(captive)로 잡는 것"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이같이 말한 뒤 그는 약 6시간 만에 대중국 '100% 추가 관세' 방침을 발표한 것이다.
이에 대해 국내 재계 관계자는 ”지금 벌어지고 있는 관세전쟁의 출발점은 트럼프 대통령“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비난할 자격이 있는 지 모르겠다“라고 비난했다.
◇ 국내업계 피해 제한적일 듯...‘트럼프-시진핑 정상회담’ 실낱 희망
국내 업계도 중국 정부의 이번 결정에 따른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이번 조치에 따른 국내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업계 관계자는 ”다행스러운 대목은 국내 희토류 비축 물량이 비교적 충분하다는 점“이라며 ”이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는 디스프로슘과 이트륨의 공공 비축량이 최소 6개월 분 이상이 된다고 밝혔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국내 기업도 중국의 자원 무기화 행태를 여러 차례 겪어 희토류 비축 물량 확보와 공급망 다변화에 나섰다“라며 ”중국의 이번 조치 내용을 꼼꼼하게 분석해야 하지만 국내 산업게 희토류 확보에는 큰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특히 공급선 다변화가 중요한 대목“이라며 ”정부가 희토류 매장량 세계 6위 베트남과 '핵심광물 공급망 기술협력센터 협의의사록'을 교환하고 공급망 협력 강화에 나서는 등 비(非)중국산 사용 비중 확대도 같은 맥락“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미국과 중국이 관세전쟁 치킨게임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오는 31일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만나 관세 문제를 논의하는 계획이 쉽지 않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APEC을 계기로 시 주석을 만나려 했지만 중국의 이번 조치로 그럴 이유가 없어진 것으로 보인다면서 회담 취소 가능성을 내비쳤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양측이 APEC을 앞두고 샅바싸움을 펼치고 있지만 미중 정상회담이 극적으로 만나 관세 협상을 벌일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내다봤다.
이를 보여주듯 트럼프 대통령도 APEC에서 미중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묻는 기자단 질문에 "우리가 그것을 할지 모르겠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그곳에 갈 것"이라며 "아마 우리가 회담을 할 수도 있을 것 같다"라며 회담 가능성을 열어놨다.
igyeongcheol77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