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아들 신유열 글로벌전략실장과 함께 미국 시러큐스 바이오 캠퍼스를 방문하며, ‘바이오앤웰니스’를 그룹 차세대 성장축으로 삼은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진 = 롯데그룹]
[이코노미 트리뷴 = 이경철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추석 연휴 기간에 미국 사업장을 방문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신동빈 회장은 지난 5일 미국 뉴욕주(州) 롯데바이오로직스 시러큐스 바이오 캠퍼스를 방문했다.
신 회장의 이번 미국 방문은 신 회장 장남인 신유열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장도 동행했다. 신 회장 부자는 이번 미국 현장 방문에서 ‘차세대 바이오 의약품’으로 불리는 ‘항체약물접합체(ADC)’ 생산 시설을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그룹내 바이오업체 롯데바이오로직스는 2023년 글로벌 제약사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큅(BMS)으로부터 시러큐스 의약품 생산 공장을 인수해 바이오 산업에 진출한 후 약 1억 달러를 투자해 ADC 공장을 만들었다”라며 “또한 롯데그룹은 올해 4월 아시아 바이오 기업과 ADC 수주 계약을 맺고 생산을 시작하는 등 바이오 사업에 보폭을 넓히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뉴욕 ADC 생산 시설은 임상 개발 단계부터 상업 생산까지 다양한 위탁개발생산(CDMO)이 가능하다”라고 덧붙였다.
◇ 신 회장, 올해 초 인도 이어 이번에 美공장 시찰...의약품 관세 100% 부과 해결책
신 회장은 올해 2월 식품업체 롯데웰푸드 인도 푸네 공장을 방문한 데 이어 이번에 두 번째로 미국 시러큐스 공장을 방문했다.
특히 시러큐스 공장 방문은 바이오 산업 육성에 대한 신 회장의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업계 관계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최근 미국 이외 지역에서 제조한 의약품에 관세 100%를 부과하기로 한 점도 신 회장의 미국 방문 배경 가운데 하나일 것”이라며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시러큐스 공장이 관세 영향을 받지 않아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미국 시장을 적극 공략하는 경영 전략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은 2022년부터 △바이오앤웰니스, △모빌리티(이동수단) △지속가능성 △뉴라이프 플랫폼 등 4가지 신성장 테마를 제시했지만 사실상 새 성장동력의 핵심은 바이오앤웰니스”라며 “쉽게 설명하면 바이오 산업이 그룹 전체 성장을 이끄는 모멘텀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뒷받침하듯 신 회장은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시러큐스 바이오 캠퍼스는 바이오산업을 넘어 그룹 전체 성장을 이끌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롯데바이오로직스는 미국 시러큐스 캠퍼스와 함께 2027년에 송도 바이오 캠퍼스 제1공장을 가동해 미국과 한국 내 바이오 생산거점을 확보할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바이오로직스가 해외 협력업체와 손을 잡는 모습도 크게 늘고 있다”라며 “올해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 △월드ADC 아시아 △바이오 USA △바이오 재팬 등 각종 국제 행사에 참가해 해외 파트너와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 롯데그룹 주력사업 경쟁력 격화에 ‘새로운 먹거리’로 바이오산업 육성
롯데그룹은 국내에서 명실상부한 대표적인 유통업체다. 껌을 비롯해 빙과류 등 식품 등 다양한 ‘먹거리’를 갖춘 대표적인 업체다.
이런 가운데 신 회장이 바이오산업 육성에 가속페달을 밟는 것은 기존 그룹 내 주력사업이 갈수록 치열한 경쟁에 처한 점도 작용한다.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최근 기존 전통 사업 부문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롯데그룹의 대표 화학업체 롯데케미칼은 최근 화학 산업 업황 침체와 신규 증설에 따른 공급 과잉으로 수익률이 떨어지는 모습이다.
또한 그룹은 헬스케어 사업을 철수하는 등 새로운 사업 돌파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런 가운데 바이오 산업은 그룹 사업 포트폴리오를 안정시키고 다시 성장 기반을 구축할 수 있는 전략적인 영역인 셈이다.
이에 따라 신 회장은 그룹의 새로운 유망산업으로 바이오산업을 낙점한 것이다. 즉, 롯데 그룹의 양대 축인 유통과 화학부문 외에 신성장동력으로 바이오산업을 챙기고 있는 셈이다.
바이오산업의 향후 성장 전망도 밝다.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산업은 인류 건강과 직결된 데다 특히 한국처럼 초고령화 사회의 심화와 질병 극복에 대한 수요 증가로 가파른 성장세가 예상된다”라며 “특히 첨단 바이오 의약품 분야는 진입 장벽이 높지만 일단 기술력과 생산 능력을 확보하면 큰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라고 풀이했다.
그는 또 “ADC의 종착역인 CDMO는 세계 시장 규모가 무려 500조원에 이르는 거대 시장”이라며 “거대한 시장 성장잠재력과 트럼프발(發) 의약품 관세 태풍을 헤처나가기 위한 신 회장의 경영전략에 눈길이 쏠린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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