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미국 법원에서 특허 침해 배상 평결을 받았지만, HBM(고대역폭 메모리) 호황과 D램 가격 상승에 힘입어 3분기 어닝 서프라이즈와 ‘10만 전자’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 = 삼성전자]


[이코노미 트리뷴 = 이경철 기자] 최근 반도체 슈퍼사이클(초호황)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는 삼성전자가 최근 미국 법원 판결에 눈길이 쏠린다.

미국 법원이 삼성전자가 미국 업체 특허를 침해했다며 6000억원에 이르는 배상금 평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달 14일 3분기 잠정실적 발표를 앞둔 삼성전자에게는 악재가 등장한 셈이다.

그러나 관련 업계는 최근 고(高)대역폭메모리(HBM) 판매량 급증 등 메모로 슈퍼사이클에 힘입어 삼성전자가 3분기에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호실적)을 일궈낼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 3분기 실적이 호조를 보인다면 일각에서는 삼성전자 주가가 10만원대를 뛰어넘는 이른바 ‘10만 전자’ 시대를 열 수 있을 것으로 점치고 있다.

◇ 3분기 실적 발표 앞두고 美법원 “삼성전자 배상하라”

12일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 텍사스주(州) 동부연방법원 배심원단은 10일(현지시간) 삼성전자에 4억4550만 달러(약 6390억원)를 특허 보유업체 콜리전 커뮤니케이션스(Collision Communications)에 지불하라고 평결했다.

뉴햄프셔주(州)에 본사를 둔 콜리전 커뮤니케이션스는 무선 네트워크 효율성 개선과 관련한 특허를 보유한 업체다.

이 업체는 삼성전자가 4G(4세대 이동통신), 5G 및 Wi-Fi 통신 표준 관련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배심원단은 삼성전자 노트북 컴퓨터와 갤럭시 스마트폰 등 무선 기능이 탑재된 제품이 콜리전 커뮤니케이션스 특허 4개를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이번 결정은 1심 평결”이라며 “삼성전자는 이번 판결에 불복할 경우 연방 항소법원에 항소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최종 판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라며 “현재로서는 섣부른 판단을 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 삼성전자, HBM·메모리 호황에 깜짝 호실적 발표할 가능성

삼성전자는 3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악재가 튀어나왔지만 실적 자체에는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7월부터 9월까지 3개월간 삼성전자의 매출과 영업이익 등 실적 성적표가 곧 공개될 것”이라며 “특허 논란 이슈가 최근 갑자기 등장했지만 3분기 실적에는 영향을 주지 못한다”라고 설명했다.

이를 보여주듯 증권업계는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가 올해 3분기에 5조∼6조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HBM 출하량 증가와 범용 D램 가격 상승이 실적을 개선시켰을 것이라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3분기 HBM 매출은 전 분기 대비 98% 증가해 범용 D램과 함께 평균판매단가(ASP) 상승을 견인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미국 AI(인공지능) 반도체 업체 엔비디아와 각축전을 벌이는 미국 업체 AMD의 AI 가속기에 HBM3E 12단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AMD가 챗GPT 개발업체 오픈AI와 최근 대규모 GPU(그래픽처리장치) 공급 계약을 맺었다”라며 “이에 따라 삼성으로서는 엔비디아 이외에 AMD와 전략적 협력 관계를 구축한 셈”이라고 풀이했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에서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범용 D램 가격 상승도 호재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9월 PC용 D램 범용 제품(DDR4 8Gb 1Gx8)의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8월보다 10.5% 오른 6.3달러로 집계됐다. DDR4 평균 고정거래가격이 6달러를 넘어선 것은 2019년 1월 이후 6년 8개월 만이다.

물론 삼성전자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는 적자 규모가 큰 대표적인 ‘아픈 손가락’이다.

이에 대해 차용호 LS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는 가동률 상승과 일회성 비용 축소로 적자 규모가 2분기 2조9000억원에서 3분기 7000억원으로 대폭 축소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분석했다.

◇ 반도체 업황 호조에 힘입어 삼성전자 ‘10만 전자’ 시대 열 듯

이처럼 반도체 업황이 호조를 띌 것으로 보이면서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10만원 대 이상으로 올리는 모습이다.

19개 증권사는 최근 한 달(9월 10일~10월 10일)간 발간한 보고서에서 삼성전자 목표가를 올렸다.

NH투자증권은 삼성전자 적정주가를 11만5000원으로 상향 조정했으며 △BNK투자증권(9만1000원) △현대차증권(9만3000원) △메리츠증권(8만5000원)을 제외하면 모두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10만 원 이상으로 올렸다.

가장 높은 목표가를 제시한 곳은 지난 2일 보고서를 낸 한국투자증권(12만원)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이 예상치를 웃돈 가운데 HBM으로 시작되는 반등 신호가 포착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올해 하반기에 엔비디아 이외 고객용 HBM3E 중심으로 판매를 이어가겠지만 내년 이후 엔비디아를 포함한 다양한 고객사로 HBM 매출이 커져 HBM 출하량이 시장 평균을 웃돌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외국인 투자자들도 예외는 아니다.

외국인 투자자는 지난 9월 △노무라(12만3000원) △씨티(11만원) △JP모건(10만원) △골드만삭스(9만6000원) 등 여러 증권사 및 IB(투자은행)가 삼성전자 목표가를 높였다.

업계 관계자는 “이른바 ‘반도체 겨울론’을 거론했던 모건스탠리가 삼성전자 주가를 14% 올린 11만1000원으로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라며 “전 세계적인 AI 특수에 레거시(구형의 범용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마저 빚어 삼성전자 주가가 내려갈 이유가 없다”라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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