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화성시 동탄2신도시에 위치한 삼성전자 동탄 사옥 전경. [사진 = 삼성전자]


[이코노미 트리뷴 = 김용현 기자] 삼성전자가 3분기에만 12조원을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깜짝 실적(어닝 서프라이즈)’을 달성했다.

상반기 전체에 버금가는 이익을 단 한 분기 만에 거두며, 하반기 반등세를 확실히 입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 매출·영업이익 모두 ‘역대급’…전 분기 대비 158% 급등

삼성전자는 14일 공시를 통해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매출 86조원, 영업이익 12조1000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전 분기(4조6800억원) 대비 158.5%(+7조4200억원), 전년 동기(9조1720억원) 대비 31.8%(+2조9000억원) 증가한 수치다.

올해 상반기(1~2분기) 영업이익이 11조3613억원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삼성전자는 단 한 분기 만에 상반기 전체에 맞먹는 실적을 거둔 셈이다.

분기 매출이 80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창사 이래 최대 기록이다.

영업이익 또한 2022년 2분기(14조1000억원) 이후 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연간 기준으로는 지난해(32조7259억원)보다 소폭 증가한 33조원 안팎의 실적이 예상된다.

증권가에서는 3분기를 정점으로 완만한 둔화가 이어질 것으로 보지만, 실적 회복세는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 반도체가 실적 견인…“DS 부문 6조원대 흑자”

삼성전자의 이번 호실적은 반도체 부문이 주도했다.

증권가에서는 반도체(DS) 부문이 3분기 약 6조원의 영업이익을 거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서버 수요 강세로 D램 가격 상승이 이어졌고, HBM3E(고대역폭 메모리) 12단 제품의 출하량이 본격적으로 늘어난 것이 결정적이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9월 PC용 D램(DDR4 8Gb)의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전달보다 10.5% 오른 6.3달러로 집계됐다.

DDR4 가격이 6달러를 넘어선 것은 2019년 1월 이후 6년 8개월 만이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는 고성능 메모리(HBM3E) 부문에서도 성과를 확대했다. HBM3E 12단 제품의 출하량이 본격적으로 늘었고, 고객사 다변화 전략도 추진됐다.

AI 반도체 시장의 주요 고객사인 AMD와 협력 관계를 강화했으며, 브로드컴 등 주문형 반도체(ASIC) 기업을 새 고객사로 확보한 것도 시장에서 긍정적인 신호로 평가했다.

◇ HBM·AI 인프라 수요로 ‘슈퍼사이클’ 조짐

증권가에서는 AI 인프라 투자 확산과 맞물려 ‘세 번째 메모리 슈퍼사이클’ 진입 가능성이 커졌다고 분석한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업황의 흐름에 따라 영업이익이 크게 변동하는 사이클형 구조를 보여왔다. 2018년 58조원, 2021년 51조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23년에는 6조원까지 떨어졌으나, 2024년 들어 30조원대를 회복하며 상승세로 전환됐다.

올해는 40조원 안팎의 실적이 예상되면서, 반도체 시장의 회복 흐름과 함께 다시 ‘슈퍼사이클의 초입’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류영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내년 메모리 3사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며 “AI 서버 수요 확대에 따른 D램·HBM 가격 상승세가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는 차세대 HBM4 양산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글로벌 AI 인프라 기업들과의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1일 서울 서초사옥에서 오픈AI 샘 올트먼 대표와 ‘AI 인프라 구축 협력 의향서(LOI)’를 체결하며 차세대 AI 메모리 공급 확대 의지를 공식화했다.

◇ 외형 성장 뒤엔 ‘탄탄한 기초체력’

삼성전자는 판매 실적과는 별개로 꾸준히 내실을 다져왔다.

정기공시 기준으로 올해 상반기 현금 및 단기금융상품은 100조원 이상, 부채비율은 약 26% 수준에 머물렀다.

또한 무형자산은 25조9977억원으로 전년 말(23조7386억원) 대비 9.5% 증가했으며, 사업결합을 통한 무형자산 및 영업권(약 2조2635억원) 취득이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미국의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젤스(Xealth), 독일의 공조설비 전문기업 플랙트그룹(FlaktGroup) 등을 인수하며 헬스케어와 산업 설비 등 신사업 영역으로 기술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반도체와 AI뿐 아니라 헬스케어·산업설비 등 신사업 영역에서도 성장 기반을 넓히고 있다”며 “단기 실적 개선을 넘어, 기술 포트폴리오와 재무 안정성을 함께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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