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희토류 수출 규제 이후 미국이 관세와 입항수수료 인상으로 맞대응하며 미중 통상갈등이 재점화됐다.
사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핀란드 알렉산더 스텁 대통령과의 협정 체결 후 백악관 집무실에서 서명하고 있는 모습. [사진 = The White House 유튜브]


[이코노미 트리뷴 = 김용현 기자] 미·중 통상 갈등이 다시 불붙고 있다.

지난 9일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제한하자, 미국은 13일(현지시간) 관세와 입항수수료 인상으로 맞대응했다.

반도체와 방위산업의 핵심 소재인 희토류를 둘러싼 양국의 ‘보복전’이 본격화되면서, 한화오션·현대글로비스·고려아연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 희토류 규제에서 번진 ‘보복의 연쇄’

갈등의 불씨는 중국 상무부가 지난 9일 발표한 ‘희토류 및 관련 기술 수출허가 강화 공고(제61호)’였다.

중국은 희토류 원소뿐 아니라 자석 제조 장비와 정제 기술까지 수출허가제 대상으로 지정하며, 이를 글로벌 공급망을 흔드는 외교 카드로 꺼내 들었다.

이에 미국은 무역법 301조 조사 결과를 근거로 중국 조선·해운업을 겨냥한 입항수수료 부과 조치를 단행했다.

중국 운항·소유 선박에는 순톤당 50달러(2028년까지 140달러), 외국산 자동차 운반선에는 톤당 46달러의 수수료가 새로 매겨진다.

외신들은 중국의 강경 조치를 11월 APEC 정상회의를 앞둔 ‘협상용 카드’로 해석한다.

국경절 직후 불과 열흘도 지나지 않아 조치를 내놓은 것은 내부 결속을 다지는 동시에 협상력을 높이려는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 한화오션, 중국 보복 제재 명단에 포함

미국의 제재에 맞서 중국은 14일 보복성 조치로 한화오션 미국법인 5곳(한화오션USA·한화필리조선소 등)을 제재 대상에 올렸다.

한미 조선 협력의 핵심 기업을 정면 겨냥한 것으로, 업계에서는 미국을 압박하는 동시에 한국을 간접 견제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고 있다.

조선업계는 “중국의 한화오션 직접 발주 사례가 거의 없어 단기 피해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보고 있다.

다만 중국 하청·블록 조달 구조를 통한 간접 여파가 본사에 미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중국 정부 발표를 인지하고 사업적 영향을 면밀히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 현대글로비스, 美 항만 입항 수수료 부담 가중

미국의 자동차 운반선 입항 수수료 부과가 현대글로비스의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글로비스는 자사선 35척, 용선 61척 등 총 96척의 자동차 운반선을 운영하며, 매년 160~170회 미국 항만에 입항한다.

순톤수 1만9322톤급 선박이 5회 입항할 경우 약 64억 원이 부과되며, 연간 최소 수백억 원대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전망이다.

회사 관계자는 “운항 효율을 높이고 정부·화주와 협의해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일부에서는 중국산 선박 이용이 줄면서 컨테이너 해운 부문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전체 물동량이 줄면 해상운임 하락으로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공존하고 있다.

◇ 고려아연, 금값 급등 속 ‘전략자원 대체국’ 부각

반면 이번 사태가 호재로 작용한 기업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고려아연이다.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이후 금값이 사상 최고가인 온스당 4130달러를 돌파하며 안전자산 선호가 커졌다.

이 영향으로 고려아연 주가는 14일 장중 28% 급등했으며, 종가 기준 20.21% 오른 138만6000원에 마감했다. 시가총액은 26조8000억 원으로 코스피 21위까지 뛰었다.

고려아연은 아연·연·동 등 기초금속부터 금·은·인듐·안티모니 등 희소금속 10여 종을 생산하는 국내 대표 제련기업이다.

희토류 대체 공급망 확보가 글로벌 이슈로 떠오르면서, 고려아연이 ‘전략자원 대체 공급국’으로 주목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중 간 힘겨루기가 단순한 무역 분쟁을 넘어 자원 안보 전쟁으로 번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 기업들은 산업별로 명암이 갈렸지만, 공급망 리스크에 대비한 중장기 전략 마련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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