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 테라파워 창업자(왼쪽)와 정기선 HD현대 회장(오른쪽)이 지난 8월 미국에서 만나 소형모듈원전(SMR) 및 해상원전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모습. [사진 = HD현대]
[이코노미 트리뷴 = 이경철 기자] HD현대그룹(이하 HD현대)가 최근 전문경영인 체제를 마감하고 오너 경영체제를 37년 만에 부활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기선(43) HD현대 수석부회장이 지난 17일 단행된 이사에서 회장으로 선임됐다.
이에 따라 HD현대는 1988년 4월 정몽준 전(前) 회장이 명예회장으로 추대된 뒤 37년 만에 오너 경영 체제로 복귀했다.
또한 그동안 권오갑 회장 아래 전문 경영인 체제를 이어온 이 그룹은 40대 젊은 수장이 이끄는 이른바 ‘40대 기수론’이 본격화됐다.
◇ 정주영-정몽준 이어 3세 경영 이어가
정기선 신임 회장은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 손자이자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장남이다.
이에 따라 정 신임 회장의 등장으로 HD현대는 3세 경영이 본격적으로 막을 올렸다.
정기선 신임 회장은 연세대학을 졸업한 후 미국 명문 스탠퍼드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MBA(경영학석사)를 취득했다.
학업을 마친 그는 한때 글로벌 컨설팅업체 보스턴컨설팅그룹에서 일한 후 2009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해 △현대중공업 기획실 부실장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 △현대중공업지주 경영지원실장 △HD한국조선해양 대표 △현대중공업지주 사장 △HD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 부회장 △HD현대 대표이사 부회장 △HD현대 대표이사 수석부회장을 거쳤다.
이에 따라 그는 입사 후 16년 만에 그룹 최고사령탑이 된 것이다.
HD현대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점점 치열해지고, 다변화하고 있는 국내외 경영 환경 속에서 새로운 리더십으로 새로운 시대를 개척해 나간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 계열사 합병과 ‘마스가’ 등 현안 수두룩
업계는 이번 인사가 올해 연말에 예정된 주요 계열사 합병을 앞두고 조직 혼선을 줄이고 그룹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한 수순이라고 설명한다.
업계 관계자는 “HD현대그룹이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 HD현대건설기계와 HD현대인프라코어 합병을 앞두고 있다”라며 “이에 따라 조직 혼선을 줄이고 합병에 따른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이번 인사를 단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HD현대는 정 회장의 지휘 아래 조선, 건설기계, 에너지를 3각 축으로 하는 사업 포트폴리오 강화에 나설 방침이다.
이에 따라 조선 부문은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계열사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 합병을 추진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두 조선사 건조·연구개발(R&D) 역량을 통합해 시장 경쟁력과 건조 효율성을 끌어올려 한미 조선 협력 흐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얘기”라고 풀이했다.
이에 따라 두 회사는 향후 임시 주주총회와 기업결합 심사 등을 거쳐 올해 12월 통합 HD현대중공업으로 새롭게 출범한다.
건설기계 사업은 HD현대건설기계와 HD현대인프라코어의 합병을 앞두고 있다. 두 회사가 합치면 내년 1월 매출 8조원 규모 국내 최대이자 세계 14위권 건설장비업체가 등장한다.
그는 “젊은 수장 체제를 맞이한 HD현대가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를 중심으로 한 경영 격변기 속에서 주요 계열사 합병 시너지 등을 통해 도약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이를 통해 지난 2022년 창립 50주년을 맞은 HD현대가 경쟁업체가 추격할 수 없는 기술력을 갖춘 이른바 ‘기술 초격차’로 세계 최강의 기업으로 도약할 지도 주요 관전 포인트”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HD현대는 올해 인공지능(AI), 디지털 혁신, 친환경 원천기술 등 새로운 먹거리 사업 확보에도 나서는 등 사업 영토 확장에 본격 나설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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