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 진입으로 정부와 기업이 ‘에이지테크(Age-Tech)’를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육성하며, 2030년 241조원 규모로 커질 시니어 시장 공략에 본격 나섰다. [사진 = 영화 인턴(The Intern) 속 한 장면]


[이코노미 트리뷴 = 이경철 기자] 초고령화 시대(65세 전체 인구의 20% 이상)를 맞아 정부와 기업이 오는 2030년 241조원대로 커지는 에이지테크(Age-Tech)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인프라와 관련 상품 개발에 본격 나선다.

에이지테크는 전 세계적인 고령화 추세에 발맞춰 고령층의 삶의 질을 향상하고 건강하고 자립적인 생활을 돕는 기술 부문을 뜻한다.

이는 에이지테크가 단순한 실버산업에 그치지 않고 △디지털 헬스케어 △자산관리 △여가 서비스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산된 데 따른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이 지난해 이미 초고령사회에 들어가 이들 계층을 겨냥한 에이지테크가 관심을 모을 수 밖에 없다”라며 “이를 계기로 실버 이코노미가 우리 경제에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지난해말 기준으로 65세 이상 인구가 1000만명을 넘어 전체 인구에서 약 20%를 차지하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다.

◇ 하나금융硏, 국내 시니어 산업 시장 규모 2030년 241조원 전망

이처럼 시니어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고령층을 대상으로 인공지능(AI)과 로봇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른바 ’고령 친화 기술‘이 에이지테크다.

에이지테크는 기존 단순 돌봄 기술에 그치지 않고 금융, 쇼핑, 상속, 커뮤니티 활성화 등 고령자를 위한 모든 기술·제품·서비스를 뜻한다.

업계 관계자는 “첨단기술의 등장으로 고령자가 요양시설로 이동하지 않고 기존 집과 지역사회에서 독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돕는 주거·스마트홈 서비스, 영양 관리 지원 서비스, 운동·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 등이 대표적인 예”라고 설명했다.

에이지테크 전망이 밝은 것은 국내 시니어 산업 규모가 급성장세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하나금융연구소는 지난달 21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국내 시니어 산업 시장 규모가 2020년 73조원에서 2030년 241조원으로 3배 이상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에이지테크는 한국에만 국한하지 않는다”라며 “한국에 앞서 이미 초고령사회에 들어간 일본이 로봇·정보통신기술(ICT) 기술을 활용한 에이지테크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점은 한국도 예의주시해야 할 대목”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한국이 2017년 고령사회 진입 이후 지난해 초고령 사회로 탈바꿈해 고령화 속도가 일본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어 에이지테크 분야 성장속도가 더욱 가팔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 정부, 돌봄로봇·웨어러블 기기·노인성 질환 치료·재생의료·스마트 홈케어 5대 분야 집중 육성

초고령화사회 진입으로 정부도 에이지테크를 국가 전략산업으로 정해 집중 육성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 3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및 관계부처 합동으로 '에이지테크 기반 실버경제 육성 전략'을 발표했다.

특히 정부는 향후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돌봄로봇 △웨어러블 디지털 의료기기 △노인성 질환 치료 △항노화 재생의료 △스마트 홈케어 등 5대 분야를 집중 육성 대상으로 정했다.

업계 관계자는 “향후 성장전망이 밝지만 국내 에이지테크 산업은 일본, 미국, 중국 등 주요 국가에 비교하면 아직 시작 단계”라고 지적했다.

이를 보여주듯 올해 정부가 책정한 고령화 분야 R&D(연구개발) 투자액은 전체 R&D 예산의 1% 수준에 머문다.

특히 보건복지부가 '고령친화산업진흥법'에 따라 2008년부터 지원해 온 국고보조금 예산도 지난해부터 전액 삭감돼 현재 정부의 직접 지원은 사실상 중단됐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에이지테크 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이에 따른 실질적인 액션 플랜이 없다”라며 “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와 실버산업 성장은 예상되는 점을 감안하면 정부가 고령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꼬집었다.

◇ LG전자, 1000만명 넘는 시니어 겨냥한 맞춤형 가전 제품 선보여

이처럼 시니어 시장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LG전자가 고령층 특화 TV 출시 등 고객 맞춤형 마케팅을 강화한다.

이를 위해 LG전자는 오는 11월까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과 함께 전국 LG전자 베스트샵 22곳에서 시니어 대상 AI홈 활용 교육을 진행한다.

LG전자 관계자는 “스마트 가전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 고객을 위해 LG 씽큐(LG ThinQ)로 집 안 가전과 기기를 연결하는 것부터 △에어컨 전원 켜고 끄기 △냉장고 안 식품 유통기한 알림이나 △세탁 완료 알림 받기 등 다양한 활용법을 알려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LG전자는 고령층에 특화한 'LG 이지 TV'를 출시하며 시니어 맞춤형 TV·가전 라인업(제품군) 확대에도 나선다.

백선필 LG전자 TV상품기획담당(상무)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LG전자 연구소에서 시니어 라이프스타일을 연구하고 있다"라며 "TV를 첫 시작으로 모바일이나 노트북 등 가전 전체가 시니어에 대해 고민하고 있고 (맞춤형) 제품을 내놓을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LG전자는 시니어 계층의 서비스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시니어 고객에 전화 음성 안내 속도를 80%로 늦춘 '느린 말 서비스'를 지원하고 ARS(자동응답서비스)를 선택하는 이들에게는 기존 대비 1.7배 큰 글씨로 안내를 받을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2024년 기준으로 전 세계 인구 10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이며 2050년에는 6명 중 1명이 노년층이 될 것”이라며 한국은 “2050년에는 전체 인구의 40% 이상이 고령자가 되는 상황을 맞게 된다”라고 내다봤다.

그는 “고령화에 따른 노인인구 급증과 노동인구 감소로 첨단 기술에 기반한 돌봄 자동화 필요성은 갈수록 커질 것”이라며 “한국은 AI, IoT(사물인터넷), 로봇, 5G(5세대 이동통신) 인프라가 세계적 수준이라는 점에서 에이지테크 시장은 탄탄한 성장세를 누리게 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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