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 트리뷴 = 이경철 기자] 반도체와 바이오 등 한국을 대표하는 주력 업종이 향후 5년 뒤 중국에 모두 추월당할 것이라는 암담한 전망이 나왔다.

한국경제인협회(이하 한경협, 옛 전경련)는 반도체·디스플레이·모바일·가전·자동차·조선·바이오 등 우리나라 10대 수출 주력업종을 펼치는 주요 기업 200곳을 대상으로 '한·미·일·중 경쟁력 현황 및 전망 조사'를 진행했다고 최근 밝혔다.

한경협은 이번 조사 결과 5년 후인 2030년을 기점으로 국내 모든 주력 산업 경쟁력이 중국에 뒤질 것으로 전망됐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중국 기업이 맹위를 떨치는 데 따른 한국의 두려움을 의미하는 ‘차이나 포비아’가 단순히 우려에 그치지 않고 현실로 다가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제조업 부흥을 외치고 있는 미국 정부와 기업의 노력으로 미국 제조업 경쟁력이 한국보다 앞설 것이라는 전망도 충격적이다.

◇ 한국 10개 주력업종 절반 이미 중국에 밀려

김창범 한국경제인협회 부회장이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도약(Jump-Up) 프로그램 서밋’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 한국경제인협회]


한경협은 이번 조사에 △반도체 △디스플레이 △전기전자(컴퓨터·무선통신기기·가전)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 △일반기계 △선박 △2차전지 △선박 △석유화학 및 석유제품 △바이오헬스 등 10개 업종 관련 기업을 포함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조사에서 중국은 10개 주력업종 가운데 5개 업종에서 이미 한국을 추월한 지 오래다”라며 “그러나 앞으로 5년 뒤에는 10개 주력업종 모든 분야에서 중국 경쟁력이 한국을 앞지를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설명했다.

한경협은 한국 기업 경쟁력을 100으로 볼 때 2025년 현재 중국은 △철강(112.7) △일반기계(108.5) △2차전지(108.4) △디스플레이(106.4) △자동차·부품(102.4) 5개 업종에서 한국보다 경쟁력이 높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중국의 △반도체(99.3) △전기·전자(99.0) △선박(96.7) △석유화학·석유제품(96.5) △바이오헬스(89.2) 등 5개 업종은 한국 경쟁력이 조금 높은 점은 위안거리다.

그러나 2030년이 되면 중국 경쟁력은 △철강 117.7 △일반기계 118.8 △2차전지 119.5 △디스플레이 114.8 △자동차·부품 114.8 △반도체 107.1 △전기·전자 113.0 △선박 106.7 △석유화학·석유제품 106.2 △바이오헬스 100.4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한국을 앞지른 업종은 격차를 더 벌리고 현재 한국이 우위를 점한 업종도 중국에서 그 지위를 내주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미국의 제조업 반격 거침없다

중국 최대 철강기업인 바오우스틸그룹(Baowu Steel Group) 계열 바오스틸의 공장에서 실리콘강 코일이 적재된 모습. [사진 = China Baowu Group]


한경협은 이번 조사가 보여주듯 우리 기업이 느끼는 중국의 압박과 추격이 두드리진다.

이를 보여주듯 이번 설문조사에 참여한 응답 기업은 2025년 최대 수출 경쟁국으로 중국(62.5%)을 꼽았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압도적인 경쟁력은 어제오늘이 아니다”라며 “5년 후인 2030년에 중국 비중이 68.5%로 6%포인트 더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우리가 중국 기업 맹위를 지켜보는 가운데 미국 제조업 경쟁력도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라며 “국가별 기업 경쟁력(한국 100 기준)도 2025년 현재 미국 107.2, 중국 102.2, 일본 93.5로 집계됐지만 그러나 2030년에는 미국 112.9%, 중국 112.3, 일본 95.0으로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제조업이 많이 뒤쳐진 미국의 추격도 주의해야 할 대목“이라며 ”한국기업 경쟁력을 100으로 보면 현재 미국이 뒤진 분야는 철강(98.8), 선박(90.8), 이차전지(89.5) 등 3개 업종에 불과하지만 2030년에는 미국 철강 부문 경쟁력이 100.8로 올라가며 한국의 우위 업종은 선박과 2차전지 2개로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미국과 중국이 차이를 더 벌리며 양강 체제를 굳히고 있는 상황”이라며 “한국과 일본의 격차도 크지 않은 편”이라고 강조했다.

◇ 한국 ’6대 요소‘ 경쟁력 악화와 대외 리스크 증가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한미 관세협상 후속 민관 합동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국민의례를 진행하는 가운데 주요 기업인들이 참석해 경례하고 있다. [사진 = 대통령실]


일반적으로 기업 경쟁력을 결정하는 것은 가격·생산성·정부 지원·전문인력·핵심기술·상품 브랜드 등 6가지다.

이런 가운데 중국은 2030년 6대 요소 전부를, 미국은 생산성을 뺀 5개 요소에서 한국을 추월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한국의 경쟁력이 뒷걸음하고 있는 데에는 국내 제품경쟁력 약화(21.9%)와 대외 리스크 증가(20.4%)가 가장 크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 경쟁력이 점차 약해지는 가운데 외부 요인으로 제조업 경쟁력이 주춤해지는 양상”이라며 “결국 ”대외 리스크를 줄이는 것은 물론 핵심 인력 양성 시스템을 갖추고 세제 및 규제 완화와 노동시장유연화 등 경제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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