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Eli Lilly]


[이코노미 트리뷴 = 김용현 기자] 미국 제약사 엘리 릴리(Eli Lilly)가 21일(현지시간) 헬스케어 기업 최초로 시가총액 1조달러를 돌파했다.

미국 주요 외신들은 “AI·빅테크 기업이 장악해온 1조달러 클럽에 헬스케어 기업이 처음 등장했다는 점에서 상징적”이라고 평가했다.

주가 상승의 배경에는 GLP-1 계열 체중 감량 치료제 열풍이 자리하고 있다.

GLP-1은 체내 식욕억제·포만감·혈당 조절을 돕는 호르몬으로, 이를 모방한 의약품은 당뇨병뿐 아니라 강력한 비만 치료 효과를 보여 전 세계적인 성장세를 견인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의 ‘위고비(Wegovy)’가 잘 알려져 있지만, 엘리 릴리의 ‘제프바운드(Zepbound)’와 ‘마운자로(Mounjaro)’ 역시 같은 GLP-1 계열로 미국에서 사용량과 처방 접근성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릴리가 미국 시장에서 빠르게 우위를 점한 배경으로 약효·부작용·공급 능력의 차이를 꼽는다.

미국 외신들은 “제프바운드와 마운자로의 평균 체중 감량률이 20%를 넘어서며 위고비(14~15%)보다 강력한 효과를 보인다”고 평가했다.

의료진들 사이에서도 “부작용 체감이 상대적으로 적고 생산·공급 물량이 더 안정적”이라는 반응이 나오며, 환자 선호도가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분위기는 실적에도 직접 반영되고 있다. 미국 비만치료제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굳힌 엘리 릴리는 지난 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54% 증가한 176억달러를 기록했으며, 주가는 올해 들어 36% 이상 상승했다.

특히 GLP-1 치료제 사용층이 빠르게 넓어지면서 매출 증가로 직결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1월 중순 발표된 한 설문에서는 미국 성인의 13%가 GLP-1 계열 약물을 사용 중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18개월 전보다 6%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성인의 5명 중 1명(18%)이 약물 사용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점도 시장 기반이 이미 폭넓게 마련돼 있음을 보여준다.

외신들은 이러한 확산 속도를 두고 “스마트폰 초기 보급보다 빠른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정책적 변화도 시장 확대를 가속화하고 있다.

이달 초 엘리 릴리와 노보 노디스크는 트럼프 행정부와 약가를 인하하는 대신 GLP-1의 부분적 메디케어 적용을 허용받는 협상에 합의했다. 노년층과 중산층의 접근성을 넓히는 결정으로, 향후 시장 규모 확대의 기반을 강화하는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엘리 릴리는 외신 질문에 “환자 니즈를 충족하기 위한 과학적 혁신과 전략적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경쟁사 노보 노디스크는 주춤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릴리 주가가 급등하는 동안 노보 노디스크 주가는 소폭 하락했으며, 미국 현금 구매자를 대상으로 오젬픽(Ozempic)과 위고비 가격을 199달러(초기 2개월) 수준으로 낮추며 가격 경쟁에 나서고 있다.

반면 릴리의 제프바운드는 기본 용량 299달러, 고용량 449달러로 판매되고 있음에도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월가에서는 “릴리는 시총·수요·효과·생산 능력 전반에서 이미 노보를 넘어섰다”며 “비만치료제 시장이 향후 1~2조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감안하면 ‘1위 효과’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향후 시장 판도를 좌우할 차세대 기술에서도 릴리가 앞서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외신들은 “릴리는 주사제 외에 알약 형태의 비만치료제(경구형 GLP-1) 개발에서도 가장 빠른 진척을 보이고 있다”며 “경구형 제품이 상용화되면 시장 주도권을 더욱 공고히 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도 “복용 방식이 편해지는 순간 사용자층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2차 대세’가 시작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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