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마트는 견조한 소비 흐름을 반영한 호실적으로 이날 장 초반 상승세를 이끌었다. [사진 = 월마트]


[이코노미 트리뷴 = 김용현 기자]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는 장중 1,000포인트 가까운 넓은 변동성을 보였다.

시장은 장 초반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와 할인 유통 강자 월마트의 호실적에 힘입어 강하게 출발하며 다우지수가 한때 700포인트 넘게 뛰었으나, 지연 발표된 9월 고용보고서가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를 꺾으면서 상승 흐름을 끝까지 이어가지 못했다.

결국 다우지수는 386.51포인트(0.84%) 내린 45,752.26에 거래를 마쳤고, 나스닥은 2.16%, S&P500은 1.56% 각각 하락했다.

장 초반의 강세는 무엇보다 엔비디아의 ‘예상치를 압도한 실적’ 덕분이었다.

엔비디아는 월가가 우려하던 AI 버블 논란을 정면 반박할 만큼 강력한 실적을 내놓았다.

투자회사 시버트 파이낸셜의 마크 말렉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엔비디아는 경쟁사를 한참 앞서는 지식·IP 장벽을 갖고 있다”며 “이번 실적은 그야말로 ‘보라, 내가 말했잖나’ 수준의 결과”라고 평가했다.

블랙록의 크리스티 아쿨리안 수석전략가 또한 “3분기 초만 해도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기업 이익 증가율을 6%로 예상했지만, 실제 결과는 그 두 배 이상을 기록했다”며 “2021년 이후 가장 강한 실적 시즌”이라고 설명했다.

월마트 역시 견조한 소비 흐름을 반영한 실적으로 투자심리에 힘을 보탰다.

그러나 상승세는 지연 발표된 9월 고용보고서가 공개된 뒤 빠르게 꺾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신규 일자리는 11만9000개 증가해 시장 예상치(5만1000개)를 크게 웃돌았고 실업률은 4.4%로 0.1%포인트 올랐다.

겉으로는 예상보다 양호한 지표였지만 7·8월 고용 증가치가 총 3만3000명 하향 조정되면서 고용 흐름 전반이 뚜렷하게 개선됐다고 보긴 어렵다는 평가가 나왔다.

여기에 연방정부 셧다운 여파로 경제지표 공백이 장기간 이어진 점도 불확실성을 키웠다.

43일 동안 주요 통계 수집이 중단되며 시장은 한 달 넘게 ‘경제를 판단할 기본 정보 없이’ 움직여야 했다.

암호화폐 거래 지원 모바일 투자 앱 이토로(eToro) 소속 애널리스트 브렛 켄웰은 “투자자들은 한 달 이상 주요 지표 없이 시장을 판단해야 했고, 그 후 발표된 지표마저 불완전하다”며 “경제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운 ‘시계 제로(visibility zero)’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20일(현지시간) 카롤린 레빗 백악관 대변인이 언론 브리핑을 진행하는 모습. [사진 = 백악관]


실제로 미국 노동통계국(BLS)은 셧다운 기간 통계 수집이 중단되면서 10월 고용보고서를 아예 발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외신 역시 “경제 실상을 보여줄 기준이 부재하자 시장은 방향성을 잃고 불확실성 프리미엄이 가격에 반영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금리 전망 역시 더 불투명해졌다.

ING의 제임스 나이트리 수석 국제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의 최근 매파적 기조와 다음 회의(12월 10일) 전까지 추가로 확인할 지표가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하며 “시장 참여자들이 금리 인하 시점을 자연스럽게 2026년 초로 미루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CME 페드워치(FedWatch·연방기금선물 가격을 기반으로 금리 변동 확률을 계산하는 지표)에 따르면 12월 금리 인하 가능성은 약 40% 수준으로 낮아졌다.

기술주 전반에 대한 밸류에이션 부담도 매도세를 부추겼다.

외신은 “AI 대형주 중심의 매수세가 피로감을 드러내며 기술주 전반이 다시 매도 압력에 노출됐다”고 평가했다.

엔비디아의 실적이 장 초반 상승을 견인했지만, 전체 시장에서 고평가된 기술주 비중이 워낙 커 ‘호실적이 곧 상승’으로 직결되기 어려운 구조라는 분석이다.


다만 연말이 다가오면서 일부 투자자들은 전통적인 계절 강세 구간인 ‘산타클로스 랠리’ 가능성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deVere Group은 “미 증시는 12월 마지막 5거래일과 새해 첫 2거래일 동안 79% 확률로 상승해 평균 1.3% 수익률을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미국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Goldman Sachs) 역시 “연말로 갈수록 기업 이익과 유동성 환경이 시장에 우호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며 연말 랠리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러나 일부 외신들은 “높은 밸류에이션과 경기 둔화 위험을 고려할 때 성급한 기대는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장 전망이 엇갈리는 가운데 외신들은 월가 관계자의 “시장은 결국 실적을 따라간다”는 평가를 전했다.

이어 "전문가들 역시 연준의 정책 방향과 경제지표 공백이 해소되기 전까지는 변동성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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