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 트리뷴 = 이진석 기자] 2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최근 물가 상승률이 다시 높아진 데다 환율·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된 상황을 고려해 현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판단이다.
소비와 수출을 중심으로 경기 개선 흐름이 이어지고 있지만 성장 경로에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남아 있고, 금융안정 측면에서도 주의가 필요하다는 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물가 상승 압력은 △여행 관련 서비스 △농축수산물 △환율 상승에 따른 석유류 가격 오름세가 겹치며 확대됐다.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4%, 식료품·에너지 제외 근원물가는 2.2%로 오름세가 이어졌다. 국제유가 안정세로 중기적으로는 2%대 수준으로 내려갈 전망이지만 환율 고점 유지와 내수 회복세가 영향을 미치면서 지난 전망 경로보다 다소 높은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올해 소비자물가는 기존 2.0%에서 2.1%로 상향됐고, 내년 역시 2.1% 수준으로 예상됐다.
국내 경기는 건설투자가 부진한 가운데서도 소비 회복과 반도체 중심의 수출 호조가 성장세를 뒷받침하고 있다. 한은은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을 각각 1.0%와 1.8%로 제시해 지난 8월 전망치보다 상향했다. 다만 글로벌 통상환경 변화, 반도체 경기의 변동성, 내수 회복 속도 등 향후 성장 흐름에는 상·하방 요인이 모두 잠재해 있다고 평가했다.
금융·외환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 중후반으로 높아지는 등 변동성이 확대됐다. 해외증권투자 확대와 외국인 주식 순매도가 겹친 영향이다. 국고채금리도 기준금리 인하 기대 변화 등으로 오름세를 보였고, 반도체 경기 호조로 상승하던 주가는 AI 고평가 우려 등이 반영되며 조정됐다. 가계대출은 기타대출을 중심으로 증가폭이 확대됐으며 수도권 주택시장은 거래가 둔화됐지만 가격 상승 기대는 여전히 높게 유지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향후 통화정책과 관련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되, 성장과 물가 흐름, 금융안정 상황을 종합적으로 점검하면서 추가 인하 여부와 시기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물가가 예상보다 높고 외환·부동산·가계부채 등 금융 불안 요인이 남아 있는 만큼, 서둘러 금리를 내리기보다는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안정 목표를 달성하는 데 정책 방향을 두겠다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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