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 금융감독원 권고로 합병 철회…사업구조 개편 제동

주식교환 합병 계획 철회, 사업구조 개편 재검토
금융감독원 우려 수용, 주주총회 일정도 연기
클린에너지, 스마트머신 전략 수정 불가피

이코노미 트리뷴 승인 2024.08.29 20:46 의견 0
두산그룹이 금융감독원과 주주들의 반대에 따라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 간의 합병 계획을 철회하고 사업구조 개편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사진 = 두산 뉴스룸]


[이코노미 트리뷴 = 김용현 기자] 두산그룹이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 간의 포괄적 주식교환 방식의 합병 계획을 철회했다. 이는 금융감독원과 일부 주주들의 반대에 따른 결정으로 그룹의 사업구조 개편을 발표한 지 49일 만에 나온 조치다.

29일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는 각각 긴급이사회를 소집해 양사 간 포괄적 주식교환 계약을 해제하기로 결의하고 이를 공시했다. 당초 두산그룹은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의 100% 자회사로 만든 후 두산밥캣을 상장 폐지하는 계획을 추진했으나 이번 결의로 이 계획도 무산됐다.

두산그룹은 사업구조 개편을 통해 클린에너지, 스마트머신, 첨단 소재를 핵심축으로 삼고 계열사의 역할을 재편하려 했다. 특히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합병은 스마트머신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중요한 전략적 수단이었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은 이번 합병이 주주 권익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으며, 투자자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두산그룹은 금융당국의 요구를 수용해 주식교환 계획을 철회하고 주주총회 일정을 재조정하기로 했다.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는 대표이사 명의의 주주 서한을 통해 "사업구조 개편이 긍정적이라고 예상되더라도 주주들과 시장의 충분한 지지를 얻지 못하면 추진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향후 양사는 시장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제도 개선 사항을 반영해 사업구조 개편을 재검토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당초 다음 달 25일로 예정되었던 주주총회도 연기될 전망이다.

한편 두산밥캣을 보유하고 있는 두산에너빌리티는 두산밥캣을 분리해 두산로보틱스의 자회사로 편입하는 방안을 계속 추진할 계획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이번 사업재편으로 약 1조 원의 신규 투자 여력을 확보하고 글로벌 원전 시장의 호황 속에서 사업 기회를 극대화할 방침이었다.

두산에너빌리티 관계자는 "원전 분야의 세계적 호황으로 전례 없는 사업 기회를 앞둔 현시점에 생산 설비를 적시에 증설하기 위해서는 이번 사업 재편을 통해 투자 여력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사업구조 개편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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