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기자동차 화재 사고가 빈발해 소비자 불만과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은 가운데 화재 사고가 나 소비자들의 불안과 불만이 커지고 있다. 화재 사고가 조사 중이지만 전기차 배터리에 따른 화재일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점도 전기차 배터리 업계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이코노미트리뷴>은 전기차 화재를 둘러싼 전기차 배터리 현황과 문제점, 그리고 향후 개선 방안을 집중적으로 분석하는 기획 시리즈를 연재한다. <편집자주>
전기자동차의 잇따른 화재 등으로 전기차 포비아(Phobia:공포증)가 좀처럼 누그러지지 않은 가운데 정부가 이를 해소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국내에서 전기차를 제조·판매하는 모든 브랜드는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 등 관련 정보를 소비자에게 공개해야 한다. 이는 일파만파로 퍼지는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 불신과 불안감을 없애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정부는 안전기준에 부합한 전기차 배터리만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배터리 인증제도’를 오는 10월부터 시범 실시한다.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 공개와 배터리 인증제를 통해 배터리 업체와 소비자 간 신뢰의 비대칭성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 제조사 정보 공개 인증제 통해 배터리 신뢰도 높여
정부와 여당인 국민의 힘은 지난 25일 고위협의회를 열어 전기차 화재 방지 대책을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이를 위해 정부와 여당은 전기차 제조사 등 관련 정보를 소비자에게 공개해 소비자의 알권리를 보호할 방침이다. 이번 조치는 정부가 지난 13일 내놓은 '배터리 정보 자발적 공개 권고'보다 진전된 수순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전기차 핵심 부품인 배터리 관련 정보는 업계에서 흔히 ‘영업 비밀’로 다뤄 소비자에게 공개하지 않았다”며 “이에 따라 정부도 배터리 정보 공개 문제를 놓고 강제성이 담은 조치를 내리지 않고 권고에 무게중심을 뒀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이러한 조치가 바뀌게 된 것은 최근 인천과 경기도 용인 기흥 등 전기차 화재가 잇따라 발행하면서 국내 자동차 제조업체·수입회사가 배터리 정보를 자발적으로 공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도 배터리 정보 공개를 의무화해도 문제가 없다는 정무적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9일 현대차를 시작으로 기아와 BMW 등 일부 브랜드가 앞장서서 배터리 정보를 공개했고 다른 업체들도 정부의 '배터리 제조사 정보 자발적 공개' 권고 이후 공개하고 있다”며 “배터리 정보를 공개한 곳이 완성차업체와 배터리 제조사, 부품 협력사 등을 포함해 22곳이 넘어 정부도 배터리 정보 공개 의무화 카드를 내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전기차 배터리 관련 업계와 정부의 노력에 힘입어 정부가 안전기준에 부합한 전기차 배터리만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배터리 인증제'가 오는 10월부터 추진하는 데 힘을 얻게 됐다”고 강조했다.
◇BMS 등 배터리 기술 첨단화에도 속도 붙어
정부가 문제가 없는 배터리만 판매하도록 하는 입법을 추진하면서 배터리 업체들도 기술 혁신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배터리관리시스템(BMS)’ 보급 확대다. BMS는 배터리 상태를 원격 진단하고 문제가 있으면 소비자와 제조사에 알려주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또한 정부는 중장기적으로 BMS 고도화와 화재 가능성을 낮출 수 있는 전고체 배터리 등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 가속페달을 밟는다.
BMS는 흔히 ‘전기차 배터리의 두뇌’로 불린다. BMS는 배터리에 연결된 센서로 전압, 전류, 셀 온도 등 배터리에 관한 모든 정보를 측정한다. 이를 통해 이상 상황을 미리 감지하거나 배터리 성능이 떨어지면 이를 개선할 수 있도록 조치를 한다. 이에 따라 BMS는 전기차 안전을 윈한 핵심 기술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는 차량 추돌에 따른 여러 셀이 동시에 손상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쉽게 상태를 파악하기 어렵다”며 “이에 따라 배터리 상태를 실시간 모니터링하는 BMS 도입이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BMS 향후 전망도 밝다. 시장 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BMS 시장은 2025년 68억 달러(약 9조277억원)에서 2035년 220억 달러(약 30조원)로 커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BMS는 현재까지 완성차업체들이 시장 주도권을 쥐고 있다”며 “배터리 정보를 측정하는 센서와 이와 연동된 칩 등 하드웨어를 주로 완성차업체가 제작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그러나 배터리 업체들이 하드웨어에 해당하는 BMS 장치(BMU)를 직접 개발하거나 관련 SW 특허를 출원하며 주도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며 “한 예로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글로벌 완성차 업체 9곳에 안전진단 SW(BMS)를 적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배터리 제조사 공개, 향후 화재 사고 등 안전 담보에는 미흡
정부가 전기차 배터리 정보 공개를 의무화하기로 하고 업체들도 이를 수용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소비자 신뢰를 구축할 추가 조치가 절실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배터리 제조사 공개만으로는 소비자의 알권리를 충족하지 못해 소비자의 불안심리를 잠재우기 어렵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일반 소비자가 배터리 제조사를 안다고 해도 배터리 상태가 안전한지, 폭발 위험은 없는지를 제대로 알 수 없다”며 “이에 따라 배터리 화재 특징과 사고확률 가능성을 더 짚어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전기차 배터리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을 극복하는 것이 전기차 시장에 잔뜩 낀 먹구름을 없애는 길”이라며 “결국 배터리 기술 개발과 충전 속도 개선, 소비자 신뢰 회복이 서둘러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와 기업 등 민관이 협력해 현재 상황을 타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리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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