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LG 배터리 공장 한국인 기술자 300명 구금 사태로 한국 내 미국산 제품 불매 움직임이 확산하며 대미 투자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사진 = RAWPIXEL]

[이코노미 트리뷴 = 이경철 기자] “동맹국인 한국이 미국에 거액의 투자를 하기 위해 기술자를 보냈는데 이들 기술자를 마치 범죄자로 취급해 장갑차를 동원하고 한국인을 쇠사슬에 묶여 끌고 가는 모습을 보고 큰 분노를 느껴 미국산 제품 불매 운동을 펼치기로 했습니다”(소비자 A씨)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의 한국인 근로자 300명 수감과 홀대 보도가 전해지면서 한국에서 테슬라 등 미국산 제품 구매 거부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 수년간 기다린 테슬라 구매 취소로 이어져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 이민당국이 조지아주(州) 한국인 근로자 300명을 대거 구금하는 상황이 빚어지면서 한국에서 미국산 제품에 대한 불매 운동이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 A씨는 지난 5월 미국 전기차 완성업체 테슬라 '모델Y'를 예약했지만 조지아 구금 사태를 보고 너무 화가 나 10일 바로 취소했다는 내용을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또 다른 소비자는 테슬라 구매 주문을 취소하고 현대차 기아 등 국산차 구매를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산 제품 불매 움직임은 자동차에만 그치지 않는다.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미국계 대형 도매업체 코스트코, 패스트푸드 업체 맥도날드, 커피전문점 스타벅스 등 미국 브랜드에 대한 불매 글이 이어지는 등 이번 구금 사태가 불러온 파장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소비자 B씨는 “미국 이민당국의 이번 사태로 국내 소비자들의 미국 제품에 대한 반감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일부에서는 한국이 미국 의존도를 낮춰 중국이나 러시아와 관계를 개선해 경제적 혜택과 외교적 휘험 분산을 넓혀야 한다는 목소리도 내놓는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인 기술자 300여명은 11일(현지시간) 석방돼 한국시간 12일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글이 이어지고 있으며, 특히 자동차 커뮤니티에서 테슬라 차량 계약 취소 인증 글이 잇따르고 있다.

◇ 지구촌 “거액 투자해도 죄인 취급당하면 굳이 미국에 투자해야 하나” 분위기 형성

한편 이번 사태로 미국이 해외투자를 대거 유치하려는 전략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나왔다.

미국 경제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설을 통해 “이번 사태로 한국 기업들이 자사 직원이 구금시설에 갇힌다면 미국에 새로운 투자를 하는 데 많이 주저할 수밖에 없다"며 "이는 대미(對美) 직접투자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재명 대통령 발언을 인용했다.

WSJ는 "시설을 건설하거나 공장에 장비를 설치할 때는 기술자가 필요하지만 미국에는 그런 인력이 없다"라는 이 대통령 발언과 함께 "미국인들이 듣기 불편할 수 있지만 사실이다. 미국에는 이런 일을 할 노동력이 없다"라고 지적했다.

신문은 또 "미국 동맹국은 수출품에 더 높은 관세 부과 위험을 감수하기보다는 트럼프 행정부 관세 정책에 협조하려는 태도를 보였다”라며 “한국이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대미투자를 약속했지만 한국인 근로자들이 수갑과 족쇄를 찬 상태로 연행되는 모습이 공개돼 한국 내 반미(反美)감정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구금에서 풀려난 한국인 근로자 316명이 귀국한 인천공항에서 한국인이 구금된 것을 규탄하는 시위가 열렸다.

결국 조지아주에서 벌어진 것 같은 단속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원한다고 말하는 해외 투자를 저해하는 요인이 되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정책과 외국인 투자 유치 정책 사이의 모순을 드러냈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트럼프 대통령이 외국 기업의 대미 투자를 독려하지만 다른 한편 강력한 이민 단속을 통해 외국인 근로자를 구금하는 상반된 정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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