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자동차 관세 인하로 가격 역전이 우려되는 가운데 현대차가 미국 인베스터데이에서 대응 전략을 발표할 예정이다. 사진은 왼쪽 현대차 아반떼 하이브리드와 오른쪽 도요타 코롤라 하이브리드.

[이코노미 트리뷴 = 김용현 기자] 한국과 미국의 자동차 관세 협상이 후속 절차에서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일본이 한국보다 먼저 관세 인하 혜택을 적용받게 됐다.

이로 인해 미국 시장에서 한국산 자동차가 일본산보다 비싸지는 ‘가격 역전’ 가능성이 현실화될 전망이다.

15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7월 한국과의 협상에서 자동차·부품 관세를 기존 25%에서 15%로 낮추기로 합의했지만, 행정 절차 지연으로 실제 인하는 미뤄지고 있다.

반면 일본에 대한 관세 인하는 16일부터 발효돼 양국 자동차 업체 간 가격 격차가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상황은 미국 하이브리드차 시장에서 한국 완성차 업체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현대차 아반떼 하이브리드(2만5450달러)는 도요타 코롤라 하이브리드(2만8190달러)보다 저렴하다.

그러나 일본산 차량에 15% 관세 인하가 적용되면 코롤라 가격은 2만4700달러로 낮아져 현대차보다 싸지게 된다.

일본 업체의 점유율이 이미 55%에 달하는 미국 하이브리드 시장에서 한국산의 입지는 한층 위축될 수밖에 없다.

실적 악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증권가에 따르면 일본과 유럽은 15% 관세 적용을 받는 반면 한국산이 25%를 유지할 경우 현대차는 연간 약 2조2000억 원, 기아는 1조3000억 원의 영업이익 감소가 예상된다.

실제로 양사는 올해 2분기에만 관세 여파로 합산 1조6000억 원의 영업이익이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가운데 현대차는 오는 1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인베스터데이(Investor Day)’를 개최한다.

인베스터데이는 기업이 투자자와 애널리스트를 대상으로 경영 전략과 재무 전망을 직접 설명하는 행사로, 주주 신뢰 확보와 투자 유치를 위한 핵심 IR 활동이다.

현대차로서는 첫 외국인 CEO인 호세 무뇨스 체제에서 해외에서 여는 첫 행사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번 인베스터데이에서는 관세 인하 지연에 따른 대응책과 하이브리드차 전략이 주요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특히 올해 수익성 가이던스를 조정할지 여부, 그리고 미국 내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중심으로 한 하이브리드 생산·판매 전략이 투자자들의 주목을 끌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일본은 한국의 최대 경쟁국인 만큼, 이번처럼 일본보다 높은 관세가 적용되는 상황은 구조적인 위기”라며 “자동차는 한국의 전략산업이기 때문에 관세 인하의 신속한 이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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