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배터리 3사가 정부 주도 1조원대 제2차 ESS 사업 수주를 놓고 국내 생산라인 강화와 전략 재편을 통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코노미 트리뷴 = 이경철 기자] ‘차세대 먹거리인 1조원대 ESS(에너지저장장치) 사업을 잡아라’

정부가 추진하는 대규모 배터리 ESS 사업을 놓고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가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국내 전력 수급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정부가 총 1조 원 규모의 전국 배터리 ESS 사업을 추진하는 가운데 이들 배터리 3사는 ESS에서 새로운 사업 동력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기자동차 사업이 국내외에서 새로운 캐시카우(Cash cow, 주요수익원)로 등장해 배터리 3사 등 많은 기업이 전기차배터리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이른바 ‘전기차 캐즘(Chasm, 일시적 수요 침체)’이 이어지면서 사업 동력이 주춤해진 상태다.

이에 따라 배터리 3사는 정부가 추진하는 ESS 사업에 진출해 수익 확보는 물론 사업 포트폴리오를 더욱 다변화하는 계기를 마련할 방침이다.

◇ 정부 주도 제2차 ESS사업 막 올라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력거래소는 지난 1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2차 ESS 중앙계약시장 사업자 간담회에서 사업 추진 방향 등을 발혔다.

제2차 ESS사업은 총 540MW(메가와트)로 1조원대 규모로 예상되며 공급 시기는 2027년 12월이다.

업계 관계자는 “제1차 ESS 중앙계약시장은 전력거래소가 향후 15년간 장기 계약에 필요한 ESS 사업자를 우선협상자 방식으로 선정하고 제2차 ESS 중앙계약시장은 제1차 사업 추진 경과와 성과를 바탕으로 개선 방안을 검토하는 단계”라며 “이는 제2차 사업 평가를 통해 문제점이 생기면 우선협상자 등 결정사항이 바뀔 가능성도 내포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 7월 치러진 제1차 ESS 중앙계약시장 사업자 선정에서 총 8개 부문 가운데 삼성SDI가 6곳, LG에너지솔루션이 2곳의 우선협상자로 뽑혔다.

이에 따라 삼성SDI가 1차 과정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했다.

업계 관계자는 “전력거래소가 1차 사업 평가 배점에서 40%로 정한 비가격 지표 비중을 2차 사업에서 최대 50%지 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라며 “이른바 비가격 지표는 산업·경제 기여도, 화재 및 설비안전성, 주민 수용성 및 사업 준비도 등을 중심으로 평가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2차 사업이 1차 사업보다 산업·경제 기여도 등 '비가격 지표' 평가 배점이 높다는 것은 사실상 국내 공장에서 생산을 대폭 늘리는 점에 가점이 될 수 있음을 뜻한다.

◇ 삼성SDI에 맞서 LG엔솔 SK온 파상공격 펼칠 듯

2차 단계가 시작되면서 국내 배터리 빅3는 ‘지키는 싸움’과 ‘빼앗는 싸움’이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삼성SDI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이 내세운 리튬인산철(LFP)보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은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배터리를 공급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삼성SDI는 ESS용 배터리 셀 대부분이 국내 울산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산업·경제 기여도 공략에 본격 나설 방침이다.

이에 맞서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사업 전략을 더욱 다듬고 특히 국내 공장 활용도를 높이는 등 사업 수주를 위한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1차 사업에서 단 한 곳도 수주하지 못한 SK온은 2차 사업에 대응하기 위해 서산공장 전기차 전용 라인을 ESS 라인으로 바꾸는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SK온 관계자는 ”1차 단계에서는 비록 고배를 마셨지만 2차 사업 공급 시기가 2027년 12월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아직 1년 이상 시간이 남아 생산라인 구축에 필요한 시간은 충분하다고 본다“라고 설명했다.

SK온은 또한 국내 인프라 강화와 함께 해외시장 개척에도 속도를 낸다.

이에 따라 SK온은 최근 미국 재생에너지 기업 '플랫아이언 에너지 개발'과 대규모 ESS 프로젝트 수주 계약을 맺었다.

업계 관계자는 ”이와 같은 광폭 행보에 힘입어 SK온은 내년에 LFP 배터리가 탑재된 컨테이너형 ESS 제품을 공급하며 양산 경험을 쌓고 이를 국내 생산 안정화에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풀이했다.

LG에너지솔루션 반격도 예상된다.

1차 선정 작업에서 삼성SDI에 고배를 마신 LG에너지솔루션은 국내 공장 활용도를 높여 2자 선정에 대비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국내 공장 활용도 중요성이 커지면서 그동안 중국 난징 공장에서 생산해온 LFP 배터리의 국내 생산 전환을 검토 중“이라며 ”충북 오창 공장 내 ESS용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 라인을 LFP 생산라인으로 바꿀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들 3개 업체가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국내 생산라인 활용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는 삼성SDI가 1단계에 이어 2단계에서도 유리한 상황“이라며 ”그러나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의 대응전략에 따라 상황이 바뀔 수 있다“라고 조심스럽게 내다봤다.

그는 ”배터리 캐즘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배터리 3사로서는 중국이 LFP 배터리로 장악한 국내 ESS 시장을 적극 공략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라며 ”이에 따라 최종 결과는 좀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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