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정부 전산망이 멈추며 대민 서비스와 행정업무가 차질을 빚었고, 정부가 네이버를 통해 긴급 안내에 나서면서 노후 인프라와 민간 클라우드 이전 논란이 다시 부각됐다.


[이코노미 트리뷴 = 김용현 기자] 26일 대전 유성구 국가정보자원관리원 전산실에서 발생한 화재로 정부 전산망이 사실상 마비됐다. 대국민 서비스는 물론 내부 행정망까지 동시에 중단되면서 정부는 민간 포털 네이버를 통해 긴급 공지를 띄우는 이례적인 조치까지 취했다.

◇ DR 한계 드러나, 이중화 부재로 마비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이 운영하는 프라이빗 클라우드(G-클라우드 존)는 일부 서버 단위의 재난복구(DR·Disaster Recovery) 체계만 갖춘 상태였다.

그러나 동일한 클라우드 환경을 지역별로 분리해 ‘쌍둥이’ 데이터센터가 즉시 서비스를 이어받는 클라우드 이중화 체계는 완성되지 못했다.

당초 대전 본원과 공주 센터를 연계해 이중화를 구축할 계획이었으나, 예산 부족과 노후 시설 이전 일정이 겹치며 작업이 지연돼 온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화재로 전산실 전체 전원이 끊기자 내부 예비 서버도 함께 무력화됐고, 정부 업무시스템 647개가 일시에 멈췄다.

이로 인해 문서 작성·결재를 담당하는 온나라시스템 등 핵심 행정망이 멈춰 산업부·국토부 등 각 부처 공무원들이 업무를 수행하지 못했고, 정부24와 무인민원발급기 같은 대민 서비스도 줄줄이 중단됐다.

◇ 정부, 네이버 통해 국민에 긴급 안내

행정안전부는 주요 행정서비스가 마비된 사실을 확인하고, 네이버 공지 페이지를 통해 국민 행동 요령을 긴급 안내했다.

네이버는 월간활성이용자(MAU) 4000만명을 넘는 국내 최대 포털로, 메인 화면 상단에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관련 공지’를 게재했다.

정부가 민간 포털을 공식 안내 창구로 지정한 것은 매우 드문 사례로, 이번 전산망 마비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장면이라는 평가다.

다만 주민등록 등 주요 데이터는 실시간 스토리지 재난복구와 4중 백업 체계로 외부에 보관돼 있어 데이터 소실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다만 서버 전원 차단으로 복구 속도가 지연될 수밖에 없다는 점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 “정부판 카카오 먹통”…민간 클라우드 이전 논란 재점화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정부판 카카오 먹통”이라고 꼬집었다.

3년 전 카카오톡 장애가 서버 이중화 미비에서 비롯된 것처럼, 정부 역시 클라우드 이중화 부재로 대규모 행정 공백을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2005년 준공된 대전 본원의 노후화와 예산 지연으로 클라우드 재난복구 체계가 완비되지 못했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민간 클라우드 이전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다. 이는 국정자원이 직접 전산망을 운영하는 대신, 네이버클라우드·KT·AWS·MS Azure 같은 민간 사업자의 클라우드로 단계적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의미한다.

해외는 이미 이러한 체계를 제도화하고 있다.

미국은 연방 정부 시스템을 AWS·Azure 등 민간 클라우드로 이관하면서 보안 인증 제도(FedRAMP)를 운영하고 있고, 일본은 ‘가버먼트 클라우드’를 통해 공공 시스템을 민간 클라우드 기반으로 전환했다. 유럽 역시 ‘GAIA-X’ 같은 프로젝트를 병행하면서 현실적으로는 민간 클라우드를 활용하고 있다.

즉 해외는 민간 클라우드 활용을 전제로 보안·규제 장치를 마련하는 반면, 한국은 여전히 “정부가 직접 운영을 이어갈지, 민간에 개방할지”라는 근본적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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