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르윈(Paul Lwin) 해벅AI(HavocAI) CEO(맨 오른쪽)가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서 열린 기술 시연 행사에서 하와이 해역에 대기 중인 해벅AI 무인수상정(USV)을 한화 임직원들에게 원격 통제 시연으로 선보이고 있다. [사진 = 한화]
[이코노미 트리뷴 = 김용현 기자] 한화가 미국의 인공지능(AI) 자율운항 전문기업 해벅AI(HavocAI)와 협력해 글로벌 해양무인체계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함정 건조와 시스템 통합 역량에 AI 자율운항 기술을 접목해 차세대 무인 해양 플랫폼의 실현 가능성을 모색하는 움직임이다.
29일 한화에 따르면, 회사는 전날 해벅AI와 해양무인체계의 자율운항 및 원격운용 기술 협력을 위한 기술 교류를 진행했다. 이번 만남은 양사 기술 수준을 확인하고 향후 공동 개발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서 열렸다.
폴 르윈(Paul Lwin) 해벅AI 최고경영자(CEO)와 연구진은 거제를 방문해 한화오션의 함정 건조 및 해양시스템 설비를 둘러본 뒤, 하와이 인근 해역에 위치한 해벅AI의 무인수상정(USV)을 한국 거제에서 원격으로 통제하는 시연을 진행했다.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해상 장비가 실시간으로 반응하며 제어된 이번 시연은, 원격 자율운항 기술의 안정성과 정밀도를 확인한 사례로 주목받았다.
이번 협력의 핵심은 AI 자율운항 소프트웨어와 함정 전투·통합·진단 체계의 융합이다.
한화시스템이 운용 중인 함정전투체계(CMS·Combat Management System)는 함정의 센서를 통해 위협을 탐지·식별하고 무장체계에 교전 명령을 내리는 핵심 통제 시스템으로, 자율운항 환경에서의 대응 알고리즘 개발에도 응용될 수 있다.
또한 통합기관제어체계(ECS·Engineering Control System)는 추진기관, 전력, 손상제어 등 주요 장비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해 효율적으로 감시·제어하는 기술이며, 추진체계 상태기반진단체계(CBMS·Condition Based Maintenance System)는 주요 장비의 이상 징후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정비 시점을 예측하는 머신러닝 기반 시스템이다.
이러한 기술들은 장비 자율진단, 운항 경로 판단 등 AI 선박 운용의 기초 인프라로 활용될 수 있다.
한화와 해벅AI는 이 같은 기술적 기반을 토대로 자율운항이 가능한 무인 함정 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다. 해벅AI는 AI 항로 판단 및 원격 운항 제어 분야에서, 한화는 함정 건조 및 통합 운용 시스템 분야에서 강점을 지니고 있어, 상호보완적 협력이 기대된다는 평가다.
한화그룹의 해양방산 사업을 담당하는 한화시스템과 한화오션은 지난해 필리조선소 인수를 통해 미국 시장 진출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번 해벅AI와의 협력은 이러한 행보의 연장선상에서, 글로벌 해양무인체계 시장 참여를 위한 실질적 협력 모델로 주목된다.
한화 관계자는 “해양 물류와 관측 등 민간 영역까지 자율운항 기술을 확장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폴 르윈 해벅AI CEO는 “한화의 해양시스템 역량과 해벅AI의 자율운항 기술이 결합하면 기존 선박의 활용 가치를 높이고 무인체계의 실전 배치를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문기 한화시스템 해양사업부장은 “전투체계, 플랫폼 통합, 추진진단 등 함정 핵심 기술을 기반으로 글로벌 해양무인체계 시장 진입을 구체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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