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서울 한수원 방사선보건원에서 열린 ‘고리 1호기 비관리구역 내부·야드 설비 해체공사’ 계약 체결식에서 주요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HJ중공업 정철상 전무, 조석진 한국수력원자력 기술부사장, 김종두 두산에너빌리티 사장, 전호광 한전KPS 부사장.[사진 = 두산에너빌리티]


[이코노미 트리뷴 = 김용현 기자] 두산에너빌리티가 국내 최초 상업용 원전인 고리 1호기 해체공사에 착수하며 원전 해체 산업의 첫 단추를 끼웠다.

국내 기업이 상업용 원전 해체를 본격 수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4일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과 ‘고리 1호기 비관리구역 내부·야드 설비 해체공사’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날 서울 한수원 방사선보건원에서 열린 계약식에는 한수원 조석진 기술부사장, 두산에너빌리티 원자력BG 김종두 사장, HJ중공업 정철상 전무, 한전KPS 전호광 부사장 등이 참석했다.

이번 공사는 지난 6월 정부가 고리 1호기 해체 최종계획을 승인한 이후 진행되는 첫 번째 해체 공정으로, 국내 원전 해체 산업의 실질적 출발점으로 평가된다.

고리 1호기는 1978년 상업운전을 시작해 2017년 영구정지된 이후 약 8년 만에 본격 해체 단계에 들어선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이번 사업의 컨소시엄 주관사로서 HJ중공업, 한전KPS와 함께 2028년까지 공사를 수행한다.

이번 공사는 방사선 노출이 없는 비관리구역(Non-Controlled Area) 내 설비를 해체하는 단계로, 터빈과 배관 등 2차 계통 설비를 순차적으로 철거할 예정이다. 두산이 수행하는 이 구역은 방사선 관리구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구역으로, 원전 해체의 초기 단계에 해당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그동안 국내 원전 주기기(원자로·증기발생기·터빈 등)를 제작해온 대표적 기업으로, 고리 1호기부터 신형 APR1400 원전, UAE 바라카 원전까지 핵심 설비를 공급해왔다.

이번 해체공사 착수로 두산은 건설에서 운영, 그리고 해체까지 이어지는 ‘원전 전 주기 기술’을 모두 보유한 기업으로 자리 잡게 됐다.

김종두 두산에너빌리티 사장은 “국내 첫 원전 해체의 첫 단계를 맡게 되어 뜻깊게 생각한다”며 “수십 년간 쌓은 기술력과 경험을 바탕으로 성공적 수행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전력난과 탄소중립 대응을 위해 신규 원전 건설이 다시 늘고 있지만, 동시에 1970~80년대에 건설된 1세대 노후 원전들은 수명 종료에 따라 해체 시점에 도달하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에서 영구 정지된 원전은 214기이며, 2050년까지 588기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원전 해체를 단순 철거가 아닌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본다.

방사능 오염 구역 제염, 폐기물 관리, 설비 분해 등 고도의 기술이 요구되며, 한 기당 해체비용이 약 1조~2조원에 달해 수백조원 규모의 글로벌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이번 고리 1호기 해체를 통해 국내 해체 기술 역량을 확보하고, 향후 글로벌 시장 진출 기반을 다질 계획이다.

특히 해체 경험이 부족한 국가들의 노후 원전이 늘어나는 만큼, 건설과 해체 기술을 모두 갖춘 기업은 수명연장·폐로·소형모듈원전(SMR) 등 차세대 시장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두산은 원전 주기기 제조 경험을 갖춘 세계 몇 안 되는 기업으로,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향후 글로벌 해체 수주 경쟁에서도 기술력을 입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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