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 트리뷴 = 이경철 기자] 현대차·기아가 최근 열린 전시회에서 자동차가 아닌 로봇순찰과 디지털트윈 관련 기술을 대거 선보여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는 현대차·기아가 자동차 사업에만 의존하지 않고 로봇과 디지털트윈 등 새로운 ‘먹거리’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기 위한 수순으로 풀이된다.
디지털트윈은 특정 제품에 대한 디지털 가상 모델을 만들어 가상공간에서 시뮬레이션 공법으로 제품 성능을 점검해 장점과 개선점을 발견하는 방식이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중국과 인도 등의 가세로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현대차그룹은 로봇사업과 첨단기술을 새로운 ‘먹거리’로 육성하려는 경영전략을 펼치고 있는 셈이다.
◇ 자동화혁신 제조 지능화친환경·안전-신(新)모빌리티 다뤄
현대차그룹은 스마트 팩토리 기술을 전시하는 '이포레스트 테크 데이 2025'를 경기도 화성과 울산 사업장에서 열었다고 6일 밝혔다.
6회차를 맞은 올해 행사에는 '자동화 혁신'을 비롯해 '제조 지능화', '친환경·안전', '신(新)모빌리티(이동수단)' 등 4개 주제로 나눠 177개 기술을 선보였다.
자동화 혁신 분야는 로봇이 무거운 전선 다발을 차량에 투입하는 '와이어링 공급 자동화'를 비롯해 자동차 도장 면을 매끄럽게 다듬는 '상도 샌딩·폴리싱 자동화 시스템'이 전시됐다.
현대차·기아가 공개한 ‘고가반 로봇 활용 AGV 차체 라인’. 차체를 컨베이어 대신 무인 운반차(AGV)가 이송하고, 고정된 지그 대신 상단 로봇이 차종별 부품을 자동 교체하며 작업한다. [사진 = 현대자동차그룹]
또한 함께 전시한 '고가반 로봇 활용 AGV(무인 운반차) 차체 라인'은 AGV를 활용해 차체를 운반하고 높은 곳에 설치된 로봇이 차종별로 다른 부품들을 자동으로 교체하는 시스템이다.
이와 함께 제조 지능화 분야는 인공지능(AI)과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기술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행사가 ‘혁신을 실행하다(Innovation in Action)’라는 슬로건으로 혁신 제조기술이 등장했다”라며 “기존 자동차의 일반 개념에서 크게 벗어나 AI, 디지털트윈, 지능화 등이 가미된 새로운 IT(정보기술)제품으로 새롭게 탄생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라고 설명했다.
◇ 4족 보행 로봇 등장해 눈길...SLM 활용해 고장 자동 진단 ‘눈길’
현대차그룹은 또 이번 전시회에서 최첨단 로봇과 고장 자동 진단 기법도 전시해 눈길을 끌었다.
현대차·기아가 스마트 팩토리 내 설비 상태 점검에 활용 중인 4족 보행 로봇 ‘스팟(Spot)’을 시연하는 장면 [사진 = 현대자동차그룹]
대표적인 예가 '스팟 기반 PHM(고장 예지 및 상태 관리) 시스템'이다.
업계 관계자는 “스팟 기반 PHM은 현대차그룹이 인수한 미국 로봇 제조업체 보스턴다이내믹스의 4족 보행 로봇 스팟(SPOT)이 공장을 순찰하며 설비의 진동, 온도, 가스 누출 등을 실시간 감지하는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SLM(소형 언어모델) 기반 지능화 시스템은 현대차그룹이 자체 개발한 SLM을 활용해 설비 고장을 자동 진단하고 문제를 해결하도록 돕는다”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현대차·기아는 단순한 자동화를 넘어 소프트웨어 중심 공장(SDF)을 구축해 고객의 다양한 요구사항을 실시간 반영한 맞춤형 제품을 빠르게 생산하겠다는 경영전략을 갖추고 있다”라고 풀이했다.
◇ 현대차그룹, 수백조원대 미래 최첨단 시장 정조준
상도 샌딩·폴리싱 자동화 기술 시연 장면. 로봇이 도장면을 일정한 압력과 패턴으로 연마해 작업자 숙련도에 따른 품질 편차를 줄이고 완성차 외관 품질을 향상시키는 기술이다. [사진 = 현대자동차그룹]
현대차그룹이 이처럼 ‘본업’인 자동차에만 주력하지 않고 디지털트윈과 로봇사업을 펼치는 이유는 △제조 효율성 극대화 △미래 모빌리티 서비스 확보 그리고 △새로운 수익원 창출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제조 공정은 대규모 자동화가 필수이고 로봇 기술은 이미 제조 효율화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로봇 기술은 품질을 균일화하고 인건비를 줄이며 제조 시간을 단축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며 “자체 로봇 기술을 갖춰 스마트팩토리(공장 자동화)를 확대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차그룹의 최근 행보는 ‘미래 모빌리티 서비스 확장’ 측면도 있다.
자율주행차는 일종의 '움직이는 로봇'이다. 이에 따라 자율주행 기술 개발 역량은 로봇 제어 및 AI 기술 역량과 직결된다.
업계 관계자는 “완성차 업체는 대규모 물류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이 물류 노하우를 활용해 라스트 마일 배송 로봇이나 물류 자동화 로봇 시장에 진출하는 방안도 현대차그룹이 생각할 수 있는 대목”이라고 점쳤다.
이와 함께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과 웨어러블(몸에 착용할 수 있는) 로봇 사업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현대차가 노약자를 위한 보조 로봇이나 공장 작업자를 위한 웨어러블 로봇 등 서비스 로봇 시장에 진출해 미래 먹거리를 발굴할 수 있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글로벌 시장 조사 기관의 보고서를 종합해보면 앞서 언급한 첨단시장의 규모가 최소 수백조원 대에 이를 전망”이라며 “글로벌 주요업체로 발돋움한 현대차가 미래 성장동력으로 자동차와 결합한 최첨단 사업에 보폭을 넓히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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