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동대문에 위치한 두산타워. [사진 = 두산]


[이코노미 트리뷴 = 김용현 기자] 두산은 10일 2025년 3분기 연결 기준 매출 4조4524억원, 영업이익 2313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4.8%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09.9% 늘어나며 이익 개선 폭이 두드러졌다. 당기순이익도 1115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전반적으로 상반기부터 이어진 반도체·데이터센터 중심의 설비 투자 흐름이 실적에 반영됐고, 자체사업의 체질 개선과 주요 계열사의 수주 증가가 결합해 성장세를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두산 자체사업(전자BG·DDI·두타몰 등)은 3분기 매출 5241억원, 영업이익 1087억원을 기록해 각각 전년 대비 59.8%, 211.5% 증가했다.

회사는 지난해부터 사업 구조 재정비를 통해 고부가 소재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해 왔으며, 올해 들어 AI 가속기용 네트워크 장비와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동시에 확대되면서 성장세가 본격화됐다는 설명이다.

특히 전자BG를 중심으로 한 하이엔드 소재 공급 확대가 실적 개선의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DDR5·GDDR7 등 차세대 메모리 모듈 비중이 늘어나면서 PCB·CCL 소재 단가가 상승했고, 데이터센터의 AI 연산 인프라 전환 속도가 빨라지며 800G급 네트워크 장비 수요도 증가했다. 이러한 수요 확대에 힘입어 전자BG의 3분기 누적 매출은 1조3190억원으로 집계되며 전년 동기 대비 96% 증가했다.

회사는 이를 단순한 반도체 경기 반등이 아니라, AI 기반 연산 구조 확산이 네트워크 인프라 전반에서 실제적인 실수요를 만들어내고 있는 결과로 보고 있다. 4분기에도 이러한 추세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며, 특히 데이터센터용 고다층 CCL·FCCL과 서버 패키징 소재는 전년 대비 높은 성장 속도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내년 메모리 업황 회복 속도가 빨라질 경우 두산 소재 사업의 매출 기여도가 올해보다 한 단계 더 확대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주요 계열사 중 두산에너빌리티는 3분기 매출 3조8804억원, 영업이익 1371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누적 수주는 중동 가스복합 프로젝트와 베트남·국내 개보수·서비스 계약이 반영되며 5조3903억원까지 늘었다. 회사는 이 흐름을 반영해 올해 연간 수주 목표를 기존 10조7000억원에서 13조원에서 14조원 수준으로 상향했다.

회사는 4분기 체코 원전 주기기 공급 계약과 북미 가스터빈 신규 수주를 추진 중이다. 단순 EPC 중심의 일회성 매출에서 벗어나 원전·가스터빈을 기반으로 한 장기 유지보수·서비스 비중을 확대해 수익 구조의 안정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두산밥캣은 북미·유럽 시장 수요 회복에 힘입어 3분기 매출 2조1152억원, 영업이익 1336억원을 기록했다.

북미 매출은 달러 기준 17% 증가했고 유럽·중동·아프리카 지역도 16% 성장하며 수요 회복세가 이어졌다. 다만 미국 관세 영향이 본격화되면서 영업이익률은 다소 압박을 받았다. 회사는 이러한 비용 부담이 특정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산업장비 업체 전반이 겪는 구조적 변수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산업생산 지표가 견조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어, 현 시점에서 수요 둔화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게 업계 평가다.

산업계에서는 이번 실적을 두고 “단순한 업황 반등이 아니라 포트폴리오 재편 효과가 본격화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반도체·AI 가속기·데이터센터 인프라 등 중장기 성장성이 확실한 영역에서 매출 레버리지가 발생하기 시작했다는 점을 주목했다.

4분기 이후 글로벌 금리와 관세, 고객사 투자 속도 등이 변수로 거론되지만, 두산은 소재·발전·산업장비가 서로 다른 경기 사이클을 갖는 사업 구조를 기반으로 외부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완충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두산의 연간 실적 흐름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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