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현지시간) 아부다비 ‘와하트 알 카라마(Wahat Al Karama)’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UAE 측 인사와 악수하며 기념패를 교환하고 있는 모습. [사진 = 대통령실]
[이코노미 트리뷴 = 이경철 기자] 한국과 중동의 강호 아랍에미리트연합(UAE)가 인공지능(AI), 방위산업, 에너지 인프라 등 주요 경제 분야에서 손을 잡는다.
UAE를 국빈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은 한국과 UAE가 AI 등 3대 핵심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이 대통령 UAE 순방에 동행한 국내 기업은 최근 중동 지역 맹주로 떠오른 UAE와 주요 사업을 강화해 사업 영토를 넓히고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특히 이번 UAE와의 협업은 이른바 ‘제2차 중동 붐’이라고 불릴 만큼 광범위하다.
제1차 중동 붐(1970~1980년대) 시절 한국이 사우디아라비아 등 당시 중동 국가와 사우디 고속도로 사업 등 주로 건설업 중심이었던 점과 비교하면 이번 UAE와의 협력체제는 이른바 ‘미래 사업’으로 불리는 첨단사업과 맥을 같이 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 국내 주요 기업, UAE 에너지 등 핵심 사업 공략 본격화
아부다비 에미레이트 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한-UAE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 참석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류진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환담을 나누고 있는 모습. [사진 = 한국경제인협회]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 옛 전경련)는 19일(현지시간) UAE 아부다비 에미레이트 팰리스 호텔에서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UAE 대외무역부 및 아부다비 상의와 함께 '한(韓)-UAE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을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이 대통령 UAE 국빈 방문을 계기로 마련됐고 양국 정부와 기업인 약 5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행사장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해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을 비롯해 유영상 SK수펙스추구위원회 AI위원장,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 조석 HD현대 부회장, 정연인 두산에너빌리티 부회장 등이 총출동했다.
또한 허용수 GS에너지 사장외에 김동철 한국전력공사 사장, 최수연 네이버 대표, 신익현 LIG 넥스원 사장, 이석준 CJ 부회장,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 등도 참석했다.
UAE는 아부다비 국영석유공사(ADNOC), UAE 국영 방산 기업 EDGE, 국방경제위원회 등이 참여해 방산·안보 협력 가능성을 논의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날 행사는 △방산·에너지·인프라 △AI 등 첨단산업을 중점 다뤘다”며 “방산·에너지·인프라 분야는 GS에너지가 청정수소, 저탄소 암모니아 등 에너지 전환 사업 협력 방향을 소개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한국전력은 바라카 원전 협력을 기반으로 가스복합·초고압직류송전(HVDC)·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차세대 전력 분야에서 UAE와 협력하기로 했다”라고 덧붙였다.
◇ KAI, UAE 방산업체와 방산-항공우주 사업 협력 추진
UAE와의 협력 구축은 특히 국내 방산업체에도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19일(현지시간) UAE 국영 방산 기업 'EDGE 그룹' 산하 '플랫폼스 앤드 시스템스'와 전략적 협력을 위한 협약을 맺었다.
‘UAE 두바이 에어쇼’에서 열린 이번 협약식에는 차재병 KAI 대표이사와 하마드 알 마라 EDGE 총괄사장 등 양사 주요 경영진이 참석했다.
KAI는 이번 협약을 계기로 플랫폼스 앤드 시스템스와 고정익·회전익 플랫폼, 무인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서로 기술을 협력하고 공동 연구·생산 방안을 마련해 중동 시장 수출 경쟁력을 높일 방침이다.
EDGE 그룹은 UAE 정부가 2019년 국영·민간 방산기업 25개사를 통합해 설립한 기업이다. 이 그룹은 무인기, 유도무기, 사이버·전자전, 해양·지상 시스템 등 미래 기술 중심의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EDGE 그룹은 현재 35개가 넘는 자회사를 갖추고 있으며 직원 1만7000명에 연 매출액 50억달러(약 7조3500억원)에 이르는 등 중동 지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 가운데 하나”라고 설명했다.
◇ 한국, 30조 원대 UAE AI 사업 참여해 첨단 인프라 수출 본격화
미국 텍사스주 애빌린(Abilene)에 조성 중인 스타게이트(Stargate) AI 데이터센터 부지 전경 [사진 = OpenAI]
한국은 또한 무려 30조 원대에 이르는 UAE AI 사업에도 가속페달을 밟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후에너지환경부, 해양수산부, 산업통상부와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는 지난 18일(이하 현지시간) 이재명 대통령의 UAE 국빈 방문을 계기로 세계 최대 규모의 AI 인프라 체계인 ‘UAE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로 합의했다.
UAE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는 UAE 수도 아부다비에 최대 5기가와트(GW) 규모의 AI 데이터센터 클러스터를 구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 프로젝트는 내년 첫 번째 200메가와트(MW)급 AI 클러스터를 가동할 예정이며 초기 투자만 30조 원이 넘는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를 통해 한국과 UAE는 AI 투자와 인프라 구축, AI 공급망 확장, AI·첨단기술의 채택 가속화, AI 연구개발 등에 손을 잡을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풀이했다.
이를 위해 양국은 첫 번째 협력 프로젝트로 '에너지 믹스 기반 하이퍼스케일 AI 데이터센터'를 건립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 사업은 UAE에 대규모 AI 데이터센터를 건설하고 이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원전, 가스, 재생에너지 등을 함께 활용하는 전력망을 구축하고 반도체 공급망 분야까지 협력을 확대하는 야심찬 사업 청사진을 담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 ‘제2 중동 붐’ 맞아 한국, 최첨단 기술과 노하우로 중동 강국 UAE내 사업 가속페달
확대회담 및 MOU 교환식. [사진 = 이재명 유튜브]
정부와 업계는 이번 UAE 시장 진출이 과거 제1차 중동 붐에 이은 2차 중동 붐의 꽃을 피우게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1차 중동 붐이 주로 건설 등 노동력을 기반으로 하는 수출이었다면 UAE는 원전·방산·우주·인공지능(AI) 등 미래 먹거리 사업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UAE 등 중동 국가는 그동안 석유 수출을 무기로 경제발전을 이어왔지만 최근 세계 경제 추세는 석유 등 화석연료 의존도를 크게 낮추는 친환경 에너지 패러다임으로 전환하는 중대 분수령에 있다”라고 밝혔다.
그는 또 “이에 따라 사우디는 물론 UAE도 석유자원에서 벗어나는 이른바 ‘비(非) 석유 경제 전환’을 목표로 최첨단 도시를 만드는 ‘스마트시티’, AI, 디지털 행정 인프라 등 최첨단 기술을 인프라로 구축하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중동 국가들은 최근 국가 주도 프로젝트 비중이 높아 대형 플랫폼 사업 기회가 많고 데이터센터·클라우드 수요도 급증세”라며 “이에 따라 한국 IT(정보기술)업체로서는 UAE 등 중동이 결코 놓칠 수 없는 절호의 기회”라고 강조했다.
그는 “UAE는 인구가 1100만명으로 우리나라의 약 5분의 1밖에 안되지만 1인당 명목 GDP(국내총생산)이 4만9550달러(약 7284만원)으로 한국 1인당 명목 GDP(3만5962달러)보다 높은 중동 부국(富國)”이라며 “경제활성화를 일궈내야 하는 한국으로서는 이번 UAE 시장 공략에 주력해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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