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 트리뷴 = 김용현 기자] 21일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린 ‘2025 LA 오토쇼’에 나란히 참가해 북미 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핵심 신차와 미래 비전을 공개했다. 양사는 콘셉트카·전기차·대형 SUV 등 각 브랜드의 전략 차종을 총망라해 선보이며, 오프로드·전동화·첨단 커넥티비티를 축으로 한 향후 북미 사업 전략의 방향성을 한층 더 분명히 드러냈다.
이번 행사가 열린 LA 오토쇼는 매년 11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개최되는 북미 3대 모터쇼 중 하나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신차와 콘셉트카를 최초 공개하는 핵심 무대다. 특히 SUV·전기차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는 미국 자동차 시장의 흐름을 즉각적으로 반영하는 행사로 평가되며, 완성차 브랜드들이 차세대 전략을 제시하는 ‘전략 발표의 장’ 역할도 한다.
◇ 현대자동차, 오프로드 콘셉트카 ‘크레이터’ 첫 공개…전동화 고성능 ‘아이오닉 6 N’도 북미 데뷔
현대제네시스 글로벌디자인담당 이상엽 부사장이 LA 오토쇼 현장에서 오프로드 콘셉트카 ‘크레이터(CRATER)’의 디자인 방향성과 콘셉트를 소개하고 있는 모습. [사진 = 현대자동차그룹]
현대자동차는 20일(현지시간) LA 컨벤션 센터에서 콤팩트 오프로드 콘셉트카 ‘크레이터(CRATER)’를 세계 최초 공개했다.
현대차는 크레이터가 북미 시장에서 존재감을 확대하고 있는 ‘XRT’ 라인업의 향후 디자인 정체성과 방향성을 집약적으로 담아낸 콘셉트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크레이터는 스틸의 견고함과 아웃도어 감성을 결합한 ‘아트 오브 스틸(Art of Steel)’ 디자인 언어가 적용돼, 콤팩트 차체임에도 강렬한 조형미와 오프로드 감성을 동시에 구현했다. 접근각·이탈각을 크게 확보해 오프로드 지형에서도 손상 위험을 최소화했고, 대형 하부 보호판·측면 보호 패널·각진 휠 아치 등 실질적 내구 요소도 추가됐다.
전면부는 파라메트릭 픽셀 라이트를 입체적으로 재해석해 현대 전동화 모델 특유의 하이테크 이미지를 강화했다. 루프에는 간접 조명과 적재 기능을 결합한 구조가 적용돼 아웃도어 실사용성을 높였고, 도장은 캘리포니아 해안 절벽에서 영감을 받은 ‘듄 골드 매트(Dune Gold Matte)’가 적용돼 콘셉트카 특유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크레이터 내장 이미지. [사진 = 현대자동차그룹]
실내는 블랙 엠버(Black Ember) 컬러 기반으로 입체 패딩 구조와 노출 프레임을 강조해 하드웨어적 안정감과 탐험적 감성을 동시에 살렸다. 자투리 공간의 활용성을 높이는 모듈형 구조도 도입됐으며, ‘커브 오브 업홀스터리(Curve of Upholstery)’ 디자인 언어를 통해 기계적 구조와 부드러운 소재의 대비를 입체적으로 표현했다.
오프로드 콘셉트카다운 실용 디테일도 다양하게 반영됐다. 사이드 카메라는 탈착해 손전등·액션카메라처럼 사용할 수 있으며, 견인고리에는 병따개 기능을 넣어 캠핑·레저 상황에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트렁크에 탑재된 LP 턴테이블은 아웃도어 활동의 감성을 더하는 장치로, 콘셉트카의 개성을 강조한다.
현대차는 이와 함께 전동화 고성능 브랜드 ‘N’의 핵심 세단인 ‘아이오닉 6 N’을 북미 시장에 최초 공개했다.
아이오닉 6 N은 84.0kWh 배터리와 고성능 AWD 시스템을 기반으로 합산 최고출력 448kW(601마력)를 낸다. ‘N 그린 부스트’ 작동 시 650마력(478kW)까지 성능이 상승하며, 770Nm의 강력한 토크를 바탕으로 정지 상태에서 즉각적으로 가속한다.
N 브랜드 특유의 ‘코너링 악동’ 성능도 강화됐다. 섀시 보강, 가변 토크 배분, 맞춤형 회생제동 셋업 등 레이스 트랙에서도 견딜 수 있는 구성 요소가 반영됐고, 일상 주행에서도 안정성과 민첩성을 확보하는 ‘일상의 스포츠카’ 콘셉트를 그대로 유지했다.
현대자동차 XRT 스페이스 전경. [사진 = 현대자동차그룹]
이번 오토쇼에서 현대차는 크레이터·아이오닉 6 N을 포함해 총 39대의 차량을 전시했다.
특히 팰리세이드 XRT Pro, 산타페 XRT 등 오프로드 라인업을 한데 모은 ‘XRT 스페이스’와 2026 북중미 월드컵 후원 활동을 소개하는 ‘FIFA 존’을 마련하며 브랜드 경험을 확대했다. 관람객들은 FIFA 기념 래핑 차량 전시와 패널티킥 체험 이벤트 등을 통해 현대차의 글로벌 스포츠 마케팅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 기아, ‘올 뉴 텔루라이드’ 글로벌 데뷔…2.5 터보 하이브리드로 북미 대형 SUV 재편 노린다
신형 텔루라이드 앞에서 기아 북미권역 주요 경영진과 디자인 담당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 = 기아]
기아는 20일(현지시간) LA 오토쇼에서 2세대 완전변경 ‘올 뉴 텔루라이드(All-New Telluride)’를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텔루라이드는 2019년 1세대 출시 이후 북미 시장에서 기아의 브랜드 이미지를 바꾼 대표 모델로, 미국 소비자가 가장 선호하는 3열 대형 SUV 시장에서 기아의 성장세를 견인한 핵심 차종이다.
신형 텔루라이드는 기아의 디자인 철학 ‘오퍼짓 유나이티드(Opposites United)’를 기반으로 전면부·후면부를 대폭 다듬었다. 수직형 시그니처 램프와 ‘스타맵 라이팅’을 업그레이드해 멀리서도 한눈에 텔루라이드임을 알 수 있는 존재감을 확보했다.
회사는 박스형 실루엣과 대형 수직 그릴, 차체를 가로지르는 캐릭터 라인이 플래그십 SUV 특유의 안정감과 강인한 이미지를 더욱 부각한다고 설명했다.
실내는 수평형 와이드 디스플레이 레이아웃에 듀얼 12.3인치 파노라믹 디스플레이, 광범위한 무드 라이팅, 리얼 우드 소재 등 고급 사양을 넉넉히 적용했다.
3열 승하차 공간은 개선됐고 고속 충전이 가능한 USB-C 포트가 전 좌석에 배치돼 패밀리 SUV의 활용성을 강화했다. 2·3열 폴딩 시 적재 공간은 86.9ft³(약 2,460L)로 동급 최고 수준이다.
회사는 이번 신형 모델의 핵심이 2.5 터보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첫 적용에 있다고 설명했다.
신형 하이브리드는 합산 329마력, 339lb·ft(약 46.9kgf·m)의 높은 성능을 내며, 기존 3.8 GDI 대비 배기량은 줄이고 출력·토크는 크게 높였다. 복합연비는 최대 35MPG로 기존 대비 약 59% 효율을 끌어올렸고, 최대 600마일(약 965km) 이상 주행이 가능해 미국 장거리 운행 환경에서 경쟁력이 높다.
신형 텔루라이드를 소개하고 있는 윤승규 기아 북미권역본부장 부사장의 모습. 사진 속 좌측 차량은 오프로드 주행에 특화된 신형 텔루라이드 X-Pro, 우측 차량은 신규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탑재한 신형 텔루라이드 하이브리드 모델이다. [사진 = 기아]
오프로드 지향 트림인 X-Pro 모델도 공개됐다. 올-터레인 타이어, e-LSD, 전용 터레인 모드, 스트로크를 늘린 전용 서스펜션 등이 적용돼 험지 주행 능력을 크게 끌어올렸다. 블랙 무광 그릴·블랙 휠·오렌지 견인고리 등 전용 디자인 요소도 차별화 포인트다.
기아는 텔루라이드 하이브리드·X-Pro를 포함해 EV9·쏘렌토·카니발 등 23대의 차량을 전시했다. 또한 OTA 기반 FoD 테마 스킨과 V2H 기술을 체험할 수 있는 별도 전시존을 마련해 북미 고객들이 기아의 차별화된 커넥티비티·전동화 기술을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기아 관계자는 “신형 텔루라이드는 북미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대형 3열 SUV 세그먼트에서 경쟁력을 한층 강화한 모델”이라며 “특히 새롭게 적용된 2.5 터보 하이브리드와 오프로드 성능을 확대한 X-Pro를 통해 북미 고객의 다양한 주행 수요를 충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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