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 트리뷴 = 김용현 기자]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형발사체 누리호가 4차 발사에서 성공적으로 목표 궤도에 안착했다.
국내 최초 야간 발사로 진행된 이번 성공은 발사체 산업이 정부 단독 개발 중심에서 민관 협력 체계로 전환되는 분기점이라는 평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발사체 제작 전 과정을 총괄하며 처음으로 책임을 맡은 발사이기도 하다.
이번 발사에서는 차세대중형위성 3호와 국내 대학·기업이 개발한 초소형 큐브위성 12기 등 총 13기가 계획대로 분리됐다. 탑재 중량은 1040kg으로 3차 발사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고 목표 고도 역시 600km로 상향됐다.
다양한 시간대와 궤도에서 반복적 발사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시험한 첫 사례로, 향후 상업 발사 서비스 경쟁력 확보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지난 7월 ‘누리호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고 계약서를 공개하고 있다. [사진 =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또한 누리호 4차 발사는 국내 발사 역사에서 처음으로 민간 기업이 총조립을 주도한 시험대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협력업체 관리부터 동체·전기장치 조립까지 제작 전 과정을 맡았고,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은 발사 운용을 담당했다.
양측의 역할 분담은 앞으로 누리호 5·6차 발사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운용 참여가 확대되고, 7차부터는 총조립과 발사 운용을 모두 민간이 수행하는 단계적 이행 모델로 이어질 전망이다.
이와 함께 반복 발사 체계가 본격적으로 구축되면서 산업 생태계의 지속성 역시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발사체 생태계를 구성하는 300여 개 기업 가운데 상당수가 2026년 상반기 생산 물량 고갈을 우려해왔으나, 누리호 4~6차 발사가 연속 진행되면 중소기업 공급망 유지에 실질적인 버팀목이 될 것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5차 발사부터 순천 사업장에서 단 조립을 시작해 지역 경제 활성화와 숙련 인력 유지에도 기여할 계획이다.
이번 성공은 2031년 차세대 발사체 개발에도 직접적인 기반이 된다. 반복 발사를 통해 축적되는 신뢰성과 안정성, 그리고 민간 기업의 기술 흡수 과정이 더해지면 새 발사체 설계와 제작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
해외처럼 급격한 ‘민간 주도’ 전환을 추진하기보다 국내 현실에 맞는 ‘민관 협력’ 중심 모델을 유지하는 것이 리스크를 줄이면서 기술 내재화를 실현하는 전략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누리호 4차 발사 성공으로 한국 발사체 산업은 한 단계 도약할 기반을 마련했다. 정부는 발사체 개발자에서 발사 서비스 구매자로의 역할 전환을 준비하고 있으며, 민간 기업은 안정적인 수요를 토대로 기술 고도화와 비용 절감을 동시에 추진할 수 있게 된다.
우주공학 분야의 한 대학 교수는 이번 발사가 성공적이었다는 점은 분명하지만, 이를 곧바로 한국이 우주강국의 반열에 올랐다고 평가하기에는 이르다고 지적했다. 아직 우리나라의 우주 발사 역량은 세계 선진국과 비교하면 “이제 막 유치원에 들어선 수준”이라는 것이다.
그는 민간이 앞으로 실질적인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어떤 방식으로 민간 역량을 육성할지에 대한 장기적이고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미국처럼 스페이스X와 같은 민간 우주기업 모델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결국 꾸준히 발사 경험을 축적하는 것이 핵심이며, 이를 뒷받침할 세심한 정책적 지원과 안정적인 수요 창출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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