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 트리뷴 = 김용현 이진석 기자] 네이버파이낸셜이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를 15조원 규모에 인수하며 검색·결제·가상자산을 잇는 초대형 통합 플랫폼이 출범한다.

업비트의 국내 시장점유율 약 70%와 네이버의 3400만 사용자 기반이 결합하면서 국내 핀테크 경쟁 구도는 물론, 스테이블코인 중심의 글로벌 금융 전쟁도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전망이다.

이번 결정은 26일 네이버·네이버파이낸셜·두나무가 각 이사회에서 포괄적 주식 교환을 의결한 데 따른 것으로, 두나무는 네이버파이낸셜의 100% 자회사로 편입된다. 교환비율은 두나무 1주당 네이버파이낸셜 2.54주로, 기업가치 기준으로 두나무 약 15조원, 네이버파이낸셜 5조원 규모의 ‘메가 핀테크’ 결합이 이뤄진 셈이다.

◇ “지분보다 사업”…네이버·두나무가 그리는 글로벌 질서 재편

[사진 = 네이버]


27일 기자회담에서 이해진 네이버 의장은 “네이버의 바탕은 글로벌에 대한 꿈과 사명”이라며 “세계에 없는 AI·웹3 결합으로 차세대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서 웹3는 사용자가 자신의 데이터·자산을 직접 지갑에 보관하고 필요할 때만 서비스에 연결해 쓰는 구조로, 아이디·자산·기록을 플랫폼 서버에 맡기는 것이 아니라 ‘내가 들고 다니는 인터넷’을 사용하는 방식이다.

해외에서는 이런 방식이 이미 다양한 서비스에 활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는 지갑(업비트 등 거래소의 아이디가 아닌, 사용자가 직접 보관하는 웹3 개인 지갑) 하나로 SNS·결제·콘텐츠 서비스에 로그인하는 구조가 확산 중이며, 글로벌 결제 기업들도 스테이블코인 기반 결제를 지원하고 있다.

이 의장은 이어 “M&A를 하지 않으면 회사가 망할 수도 있다”며 지분보다 사업 확장을 우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AI 투자비 급증, 글로벌 경쟁 심화, 기존 광고·커머스 중심 구조의 성장 한계 등 네이버가 직면한 생존형 위기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송치형 두나무 회장. [사진 = 네이버]


송치형 두나무 회장도 “AI와 블록체인이 결합한 차세대 금융 인프라를 구축해 지급결제는 물론 금융·생활 서비스까지 아우르는 새로운 글로벌 질서를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경석 두나무 대표는 “이번 딜은 글로벌 기술 변곡점을 위기가 아닌 기회로 삼는 결정”이라고 부연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블록체인 대중화와 에이전틱 AI 전환이 맞물린 지금이 기술적 모멘텀”이라며 “향후 5년간 AI·웹3 생태계 육성에 1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GPU 확보, 인재 양성, 스타트업 투자를 포함한 전방위 생태계 구축이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또 최근 시장에서 제기된 네이버파이낸셜의 나스닥 상장 가능성에 대해 “정해진 것이 없다”며 일축했다. 그는 “향후 상장을 검토하게 되더라도 기준은 하나, 주주가치 제고가 우선”이라며 조기 상장이나 무리한 구조조정 가능성은 부인했다.

◇ 카카오 지분 10.89%도 긴장…외신 “아시아 디지털금융 판도 다시 쓴다”

[사진 = 업비트]


국내 시장에서도 변화가 예고된다.

네이버는 두나무의 자본력을 기반으로 인공지능 투자와 결제 인프라 고도화에 속도를 낼 계획이며, 카카오 역시 두나무 지분 10.89%를 보유한 만큼 전략적 영향이 불가피하다.

특히 두나무가 네이버파이낸셜의 100% 자회사로 편입되면, 카카오는 주요 주주로서 가치 재평가 기회를 얻는 동시에 결제·송금·투자 등 핵심 핀테크 영역에서 네이버와의 경쟁 강도가 한층 높아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카카오페이·카카오뱅크가 스테이블코인 결제, 디지털자산 기반 금융상품 등에서 대응 전략을 재정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결제·송금·투자·자산 관리가 하나로 이어지는 ‘통합 금융 생태계’는 기존 핀테크 업체와 은행·증권사까지 경쟁을 압박하는 구조로 작용할 전망이다.

해외 시장 반응도 뜨겁다.

주요 외신들은 이번 M&A를 “아시아 최대급 핀테크–크립토 딜”이라고 평가하며, 업비트의 높은 거래 점유율과 네이버의 초대형 플랫폼 트래픽이 결합할 경우 한국이 아시아 디지털금융의 중심 축으로 부상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외신은 “이번 결합의 핵심은 스테이블코인 전략”이라고 강조하면서, 두나무가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과 결제 특화 이더리움 L2 네트워크를 이미 구축 중인 점을 글로벌 경쟁에서의 ‘선점 요인’으로 지목했다.

일부 해외 애널리스트들은 “한국은 규제·기술·이용자 기반을 모두 갖춘 드문 시장이며, 이번 M&A는 디지털자산과 전통 금융이 융합되는 글로벌 테스트베드로 작용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 남은 과제는 심사·신뢰…전세계가 지켜보는 결합

이억원 금융위원장. [사진 = 금융위원회]


다만 과제도 남아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금융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 두나무 기존 주주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규모 등이 변수다.

특히 발표 직후 업비트에서 540억원 규모의 ‘비정상 출금’ 사고가 발생해 네이버 주가가 하루 만에 7% 상승 후 4% 이상 하락하는 등 단기 부담도 감지된다.

두나무는 “전액 자체 부담”을 밝히며 수습에 나섰다.

한국기업평가 역시 “네이버의 사업 기반·포트트폴리오 강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분석하면서도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규모와 규제 승인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이번 ‘네이버–두나무 결합’은 단순한 M&A가 아니라, 한국형 웹3 기반 금융 플랫폼이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하는 출발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빅테크–가상자산–AI가 결합하는 시대, 한국 기업이 만들어낼 새로운 금융 질서가 전 세계의 시선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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