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 트리뷴 = 김용현 기자] 8일 현대자동차그룹이 ‘월드 하이드로젠 엑스포 2025(WHE 2025)’ 전시를 마무리한 가운데, 이번 전시는 현대차그룹 수소 전략의 무게중심이 차량을 넘어 에너지 산업 전반으로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줬다.
WHE 2025는 기존 ‘H2 MEET’와 수소 국제 콘퍼런스를 통합해 올해 새롭게 출범한 국내 최대 수소 산업 박람회다.
나흘간 약 2만5000명이 다녀간 이번 전시는 단순한 관람객 수보다, 국내 주요 기업들이 수소를 어떤 산업 구조로 인식하고 있는지가 비교적 뚜렷하게 드러난 자리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전시에 현대자동차·기아·현대제철·현대건설·현대엔지니어링·현대글로비스·현대로템 등 7개 계열사를 참여시키며, 수소 브랜드 HTWO를 중심으로 수소 생산–저장·운송–활용으로 이어지는 밸류체인 전반을 한 공간에 배치했다.
전기차나 수소차 단일 제품이 아니라, 에너지 생산과 산업 활용까지 연결되는 구조 자체를 함께 제시한 구성이라는 평가다.
실제로 현대차그룹이 공개한 핵심 기술은 △PEM 수전해 △W2H △암모니아 크래킹 등 수소 생산 기술을 비롯해 △수소 연료전지 발전기 △수소 AGV △수소 지게차 △탄소 저감 철강 공정 등 산업용 수소 활용 기술에 무게가 실렸다.
에너지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전기화만으로는 감당이 어려운 고온 산업과 대형 수송, 발전 영역에서 수소 활용 가능성을 염두에 둔 방향성이 보다 구체적으로 드러났다”는 해석이 나온다.
철강·시멘트·대형 트럭·선박·발전 분야는 배터리 기반 전기화로는 한계가 뚜렷한 영역으로, 수소가 대안 중 하나로 거론되는 대표적인 분야들이다.
관람객들이 PEM 수전해 기반 수소 생산 시스템 관련 전시물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 현대자동차그룹]
다만 현재 시점에서 수소 산업의 한계 역시 존재한다.
수소는 여전히 생산 단가가 높고, 저장·운송 인프라 구축 비용이 크며, 발전·물류 분야 역시 보조금 의존도가 높은 구조다. 이 때문에 수소 산업은 아직까지는 당장 수익을 내는 산업이라기보다, 중장기 에너지 체계 전환을 위한 선행 투자 분야로 분류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수소는 배터리를 대체하는 만능 에너지원이기보다는, 배터리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영역에서 보완적으로 활용될 때 가장 효율적인 에너지원”이라며 “산업별로 적용 가능성과 경제성을 구분해 접근하는 전략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현대차그룹이 이번 전시에서 린데·에어리퀴드 등 글로벌 에너지 기업과 함께 수소 생산과 활용 구조를 소개한 것도, 수소 산업이 단일 기업만으로 구축되기 어려운 대규모 인프라 산업이라는 점과 맞닿아 있다.
수소 산업은 생산·운송·저장·활용 전 과정에 걸쳐 다수의 기업과 국가 간 협력이 필수적인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이 미국·캐나다·일본·독일·호주 등 글로벌 수소 기업 및 협회와 협력 논의를 병행한 점 역시, 향후 국제 협력망과 수소 산업 생태계 확대 가능성을 염두에 둔 행보로 해석될 수 있다.
장재훈 현대자동차 대표이사 사장 겸 부회장은 지난 2024년 6월 글로벌 CEO 협의체인 수소위원회(Hydrogen Council) 공동의장으로 선임됐다. [사진 = 현대자동차그룹]
한편 정부 역시 수소를 단순한 친환경 연료가 아니라 에너지 전환과 산업 경쟁력 확보를 동시에 고려하는 전략 자산으로 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청정수소는 전력 저장, 산업 탈탄소, 에너지 안보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핵심 에너지 매개체”라며 “수소의 생산부터 활용까지 전 주기 생태계 구축을 국가 전략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결국 이번 WHE 2025를 통해 드러난 현대차그룹의 행보는 ‘수소차 확대’ 그 자체보다는, 수소를 중장기 에너지 인프라와 산업 구조 변화의 한 축으로 검토하고 있는 전략적 시도의 성격이 강하다는 해석으로 모아진다.
전기차 중심의 경쟁이 이미 과열 국면에 접어든 글로벌 완성차 시장에서, 현대차그룹이 수소 밸류체인 전반을 포괄하는 방향으로 전략적 선택지를 넓히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움직임에 시장의 이목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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