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 트리뷴 = 김용현 기자] 19일(현지시간) 외신들에 따르면 한때 연말 쇼핑 시즌의 공식 개막으로 여겨졌던 ‘블랙프라이데이(11월28일)’가 소비 패턴 변화로 인해 예전만큼의 영향력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에서는 전통적으로 추수감사절(11월27일) 다음 날인 블랙프라이데이를 중심으로 대규모 할인 이벤트가 열려왔지만 최근 이러한 구조가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조사업체 퀀텀메트릭(Quantum Metric)에 따르면 올해 소비자의 45%가 블랙프라이데이 이전에 이미 연말 쇼핑을 시작했고, 4명 중 1명은 추수감사절 이전에 구매를 마칠 계획이라고 답했다.
회사는 “블랙프라이데이가 더 이상 연말 쇼핑의 출발점이 아니라 여러 선택지 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형 세일 이벤트의 성격도 변화하고 있다.
BCG(보스턴컨설팅그룹)는 보고서를 통해 “블랙프라이데이·사이버먼데이 등 연말 세일이 단일 집중형 행사에서 수주(數週)에 걸친 소비 흐름으로 재편되고 있다”며 “소비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시점에 맞춰 쇼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영국 유통 리서치에서도 블랙프라이데이 판매 기간이 ‘하루’가 아니라 2주 이상으로 확대되는 추세가 나타났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AI와 디지털 기술의 확산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딜로이트(Deloitte)의 ‘2025 Holiday Retail Survey’에서는 응답자의 33%가 올해 쇼핑 과정에서 AI를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혀 전년 대비 두 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딜로이트는 “소비자가 기대하는 개인화 수준이 높아지며 △즉각적인 개인 추천 △예산 맞춤형 제안 △디지털 기반 구매 효율성 등이 핵심 소비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AI 기반 소비 확산과 함께 쇼핑 채널도 온라인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미국 주요 리테일 조사에서는 지난해 블랙프라이데이 온라인 매출이 전년 대비 10% 이상 증가한 반면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과거처럼 새벽 대기 행렬이 거의 사라졌다고 분석했다.
업계에서는 “배송 편의성과 모바일 접근성이 소비자 선택의 핵심 기준으로 떠올랐다”고 평가하고 있다.
소비 흐름이 온라인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가격 전략도 변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시장조사에서는 쇼핑객의 80%가 ‘특가 확보’를 블랙프라이데이 시즌 구매 이유로 꼽았지만, 경기 불확실성과 물가 부담으로 인해 지출을 줄이겠다는 응답도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가격 민감도가 높아지면서 소비가 특정 이벤트보다 일상적인 구매 흐름 속에서 분산되고 있다”며 단일 행사 중심의 전략이 점차 한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블랙프라이데이가 여전히 상징적 이벤트로 남아 있더라도 ‘하루 광풍’이 매출을 견인하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고 진단한다.
미국 리테일 컨설팅업계 관계자는 “소비는 특정 날짜가 아니라 소비자 일정에 따라 움직이는 시대”라며 “유통업체는 하루 중심의 세일 구조에서 벗어나 연중 분산형 소비 흐름에 맞춘 운영 전략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유통 분석기관도 “AI 기반 개인화 기술 확산으로 소비 일정은 더욱 세분화될 것”이라며 “정해진 행사일보다 디지털 접점이 매출을 결정하는 구조로 이동하고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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