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마운트 스튜디오 로고. 파라마운트는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WBD)에 대해 주당 30달러 전액 현금의 적대적 인수 제안을 전격 제시했다. [사진 = 파라마운트]
[이코노미 트리뷴 = 김용현 기자] 9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WBD)를 둘러싼 인수전이 급격히 격화되고 있다.
앞서 WBD 이사회가 넷플릭스의 인수안을 승인한 가운데, 파라마운트가 주당 30달러 전액 현금을 제시하는 적대적 인수(tender offer)를 전격 개시하면서 정면 충돌 국면에 들어갔다는 설명이다.
파라마운트는 성명을 통해 “파라마운트의 WBD 전면 인수 제안은 넷플릭스 안보다 주주들에게 180억달러 더 많은 현금을 제공한다”며 “WBD 이사회가 넷플릭스 거래를 추천한 것은 글로벌 네트워크 사업의 장래 가치에 대한 실체 없는 가정에 근거한 판단”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현금과 주식이 혼합된 불확실한 구조, 향후 거래 가치가 불안정한 케이블 사업, 그리고 까다로운 규제 승인 절차를 감수하는 열등한 제안을 선택하고 있다”며 “우리는 이사회를 우회해 주주들이 직접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할 기회를 갖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넷플릭스는 WBD를 총 827억달러 (한화 약 115조원) 규모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주당 27.75달러를 현금과 주식 혼합 방식으로 지급하는 조건을 제시했다.
이 거래는 WBD가 CNN, TNT 스포츠, TBS, 디스커버리 등을 포함한 케이블 사업 부문을 ‘디스커버리 글로벌’로 분사하는 구조를 전제로 하고 있으며, 분사 회사는 2026년 3분기 상장이 예정돼 있다.
외신에 따르면 이번 계약에는 규제 당국이 인수를 불허하거나 넷플릭스가 계약을 철회할 경우 넷플릭스가 WBD에 58억달러의 파기 수수료를 지급하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
이번 인수전에는 정치적 변수도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복수의 외신에 따르면 넷플릭스 공동 CEO 테드 서랜도스는 11월 중순 백악관에서 약 2시간 동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비공개 회동을 가졌다.
서랜도스는 이 자리에서 “넷플릭스는 전능한 독점 기업이 아니며 최근 수년간 가입자 감소도 겪었다”고 설명하며, “WBD와 합병하더라도 기업 규모는 유튜브 정도 수준”이라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외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 자리에서 “워너브러더스는 최고가 제안자를 선택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며 넷플릭스 인수안에 대해 즉각적인 반대 의사를 표명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반면 파라마운트는 데이비드 엘리슨 회장과 그의 부친인 오라클 창업자 래리 엘리슨이 트럼프 대통령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자신들이 규제 승인에 가장 유리한 위치에 있다는 점을 그동안 시장에 강조해 왔다.
엘리슨 회장은 이번 공개 매수를 통해 “우리의 제안은 할리우드를 더 강하게 만들 것”이라며 “경쟁 활성화와 콘텐츠 투자 확대, 극장 개봉 물량 증가로 창작자와 소비자, 극장 산업 모두가 혜택을 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넷플릭스의 WBD 인수에 대해 할리우드 노동조합의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작가조합(WGA)은 성명을 통해 “세계 최대 스트리밍 기업이 가장 큰 경쟁자 중 하나를 삼키는 것은 반독점법이 존재하는 이유 그 자체”라며 “이 거래는 반드시 차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최근 기자들과 만나 “넷플릭스는 훌륭한 회사고 서랜도스도 훌륭한 인물”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워너브러더스를 갖게 되면 시장 지배력이 지나치게 커질 수 있다. 내가 개입할 수도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파라마운트는 이번 적대적 인수에 앞서 WBD 이사회에 보낸 서한에서도 “WBD는 공정한 거래 절차를 포기하고 특정 인수자에 편향된 결정을 내리고 있다”며 “이번 입찰 과정은 기울어진 경기장처럼 불공정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외신들에 따르면 현재 파라마운트는 워싱턴 정가를 상대로 넷플릭스 인수 저지를 위한 로비 활동도 병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yh-official@economytribu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