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두산그룹 본사 전경. [사진 = 두산]


[이코노미 트리뷴 = 김용현 기자]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두산이 세계 3위 반도체 웨이퍼 제조사 SK실트론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며, 최대 5조원대로 평가되는 대형 인수합병(M&A)이 본격적인 협상 국면에 들어갔다.

㈜두산은 이날 공시를 통해 SK㈜로부터 SK실트론 인수와 관련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다만 본 계약 체결과 인수 조건 등 구체적인 사항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며, 향후 협의 결과에 따라 재공시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공시는 지난 10월 한국경제신문이 보도한 두산의 SK실트론 인수설에 대해 ‘미확정’ 해명공시를 냈던 사안의 재공시다. 당시에는 인수 검토 단계에 머물렀지만, 이번에는 매도자인 SK㈜가 두산을 우선협상대상자로 공식 선정하면서 거래가 실질적인 협상 단계로 진입했다.

SK실트론은 반도체 칩의 핵심 기초소재인 웨이퍼를 생산하는 국내 유일 전문기업으로, 12인치 웨이퍼 기준 글로벌 시장 점유율 3위를 차지하고 있다. 비상장사인 만큼 공개 시장 거래가 아닌 지분 인수 방식으로 인수가 추진되고 있다.

경상북도 구미시 3공단에 위치한 SK실트론 구미 3공장 전경. [사진 = SK실트론]


SK실트론은 과거 LG그룹의 반도체 소재 계열사였던 LG실트론에서 출발해, 2017년 SK그룹이 인수하며 현재의 사명으로 변경됐다. SK하이닉스를 보유한 SK그룹의 반도체 사업 포트폴리오에서 기초소재를 담당해 온 핵심 계열사로, 그룹 차원의 반도체 수직계열화 전략의 한 축을 맡아왔다.

매각 대상으로 거론되는 지분은 SK㈜가 보유한 70.6%다. 전체 기업가치를 약 5조원으로 평가할 경우 인수 금액은 3조~4조원대로 추산된다. 비상장사 특성상 과반 이상의 지분만 확보해도 경영권 장악이 가능해, 두산은 해당 지분 인수만으로도 SK실트론에 대한 실질적 지배력을 확보할 수 있다.

반면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개인적으로 보유한 29.4% 지분의 매각 여부는 이번 우선협상 대상 범위에 포함되지 않았으며, 향후 협상 과정에서 별도의 변수로 남아 있다. 현재로서는 SK㈜ 보유 지분을 중심으로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해석이다.

두산은 최근 두산테스나, 엔지온 인수 등을 통해 반도체 테스트와 소재 분야를 축으로 한 사업 재편을 추진해 왔다. 앞서 두산인프라코어, 두산밥캣 인수 등 대형 M&A를 통해 사업 구조를 전환해 온 경험도 보유하고 있다.

SK실트론 인수까지 성사될 경우 두산은 반도체 기초소재부터 테스트까지 밸류체인을 확장하며 반도체 사업 전반의 경쟁력을 한층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위해 두산은 경북 구미에 위치한 SK실트론 본사와 생산시설에 대한 실사에도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 재무적 투자(FI)가 아닌 전략적 투자(SI) 관점에서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SK그룹은 올해 초부터 사업 리밸런싱의 일환으로 SK실트론 매각을 추진해 왔으며, 앞서 국내외 사모펀드들이 예비실사에 참여했으나 매각 조건을 둘러싼 이견으로 협상이 지연된 바 있다.

두산이 지난 10월 인수 검토 사실을 공개한 이후 협상 구도가 재편됐고, 이번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으로 거래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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