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 트리뷴 = 김용현 기자]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은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단기 반등이 아닌 장기 호황 사이클의 초입 구간에 진입했다고 진단하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업종 내 최선호주로 제시했다.
AI 확산에 따른 고부가 메모리 수요 급증과 공급 제약이 맞물리며, 과거와 성격이 다른 구조적 호황 국면이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KB증권은 최근 마이크론 실적과 가이던스를 메모리 업황 전환의 핵심 신호로 꼽았다.
마이크론은 2026회계연도 1분기 최대 매출을 기록했고, 2분기 실적 전망 역시 시장 컨센서스를 큰 폭으로 상회했다.
메모리 선두 업체가 공급 부족을 공식화하며 실적 가시성을 높였다는 점에서, 글로벌 수급 환경이 이미 타이트한 국면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산제이 메흐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현재 메모리 시장이 심각한 공급 부족 상태에 놓여 있으며 주요 고객 수요의 절반 수준만 대응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AI 서버와 가속기 중심의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신규 증설은 제한적인 상황이 이어지며 D램 공급 부족이 단기간 해소되기 어렵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SK하이닉스는 지난 3월 세계 최초로 12단 적층 구조의 HBM4를 양산해 주요 고객사에 공급했다고 밝혔다. [사진 = SK하이닉스]
이 같은 수급 구조는 고대역폭메모리(HBM) 가격과 믹스 개선으로 직결되고 있다.
KB증권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최근 체결한 5세대 HBM(HBM3E) 계약 가격이 기존 대비 약 20% 인상된 것으로 추정했다.
여기에 2026년 2분기부터 양산이 예정된 6세대 HBM(HBM4)은 속도와 성능에 따라 HBM3E 대비 28~58% 수준의 가격 프리미엄이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특히 HBM4는 AI 가속기 세대 전환과 맞물려 수요 흡수 속도가 빠를 것으로 전망된다.
KB증권은 2026년 3분기 이후 HBM4가 기존 HBM3E 수요를 빠르게 대체하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글로벌 HBM4 수요의 90% 이상을 공급할 것으로 내다봤다.
사실상 AI 메모리 시장의 과실이 양대 국내 메모리 업체로 집중되는 구조라는 해석이다.
CES 2026 혁신상을 수상한 삼성전자의 차세대 저전력 D램 ‘LPDDR6’. [사진 = 삼성전자]
업계 전반에서도 유사한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AI 서버를 중심으로 범용 D램까지 선구매와 장기 계약이 확산되고 있으며, 주요 고객사들이 2025년 이후 물량을 이미 상당 부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과거 경기 회복 국면에서 나타났던 단기 가격 반등과 달리, AI 인프라 투자라는 구조적 수요가 메모리 시장의 변동성을 낮추고 사이클을 길게 만드는 요인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로 이어진다.
KB증권은 이러한 흐름을 근거로 “이번 메모리 호황은 단순한 업황 회복이 아니라, AI 중심의 산업 구조 재편이 만들어낸 장기 사이클의 시작”이라고 진단했다.
AI 연산 성능 경쟁이 지속되는 한 고성능 메모리의 전략적 중요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고, 기술·양산 역량을 동시에 갖춘 업체 중심의 수익 집중 현상도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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