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 트리뷴 = 김용현 기자] “교육재정과 전혀 관계없는 은행에 간접세 성격인 교육세를 과도하게 부과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어요”(A은행 부장 B씨)

정부가 추진하는 교육세법 개정안을 놓고 금융권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정부의 교육세법 개정안이 원안대로 통과되면 주요 5대 시중은행은 연간 1조 원에 이르는 교육세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은행권은 교육재정 혜택과 무관한 금융사에 간접세 성격의 교육세를, 그것도 누진세 구조로 부과하는 것이 불합리하다며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늘어난 교육세 부담이 금융 소비자에게 고스란히 넘겨지면 자칫 대출금리 인상으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교육세법 통과로 금융권 세 부담이 급증해 가계와 기업으로 전가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는 금융·보험업의 부가가치가 1980년대 이후 75배 이상 증가한 점을 근거로 산업 성장에 걸맞은 세 부담을 지우는 것이 정당하다고 설명한다.

특히 이번 입법이 ‘응능부담의 원칙’(소득이나 능력이 큰 경제 주체가 그에 비례해 세금을 더 내는 것이 공평하다는 조세 원칙)에 부합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금융권은 교육세의 과세 방식 자체가 불합리하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간접세 성격의 교육세를 누진세 구조로 부과하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의견을 정부에 전달했다.

은행권 교육세법 개정안으로 세 부담이 급증하면 대출금리 인상 등 가계·기업 부담 전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 = 기획재정부 세제개편안]

◇ 주담대 이자 과세 유지…가계 부담 전가 우려

현행법은 금융·보험업자의 '수익금액'에 대해 0.5%의 교육세를 부과한다.

다만 부가가치세 과세 대상 재화·용역 가액, 내부적·일시적 인식 수익, 국외사업장 발생 수익 등은 과세표준에서 제외된다.

개정안은 여기에 ‘서민금융 대출 이자수익’을 과세표준에서 제외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이에 따라 햇살론·새희망홀씨 등 정책성 서민 대출은 빠지지만 일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이자수익은 여전히 과세 대상이다.

그러나 반대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은행 핵심 수익원인 주담대 부문이 교육세 부담을 그대로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가계와 기업의 금융비용이 더 많아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5대 은행 부담 1조 원 돌파…"수익 기준 과세는 불합리“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은 지난해 실적 기준으로 5063억 원의 교육세를 납부했다.

그러나 개정안이 통과되면 약 4758억 원이 추가돼 총 9821억 원에 이르게 된다.

업계는 수익 증가세를 고려하면 내년부터는 부담액이 1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과세 방식이다.

교육세는 ‘이익’이 아닌 ‘수익금액’을 기준으로 부과된다. 제조업으로 치면 매출액에 과세하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은행이 실제 손실을 보더라도 외형이 커지면 세 부담이 늘어나는 모순이 발생한다.

은행권은 “불경기에는 세 부담 능력과 괴리가 생겨 오히려 응능부담의 원칙에 맞지 않으며 간접세임에도 누진세 구조를 도입한 것은 조세 형평성을 훼손한다”라고 비판하고 있다.

◇ 소비자 전가 불가피…대출금리 인상 우려

또 다른 쟁점은 소비자 부담이다.

지난해 발의돼 국회에 계류 중인 은행법 일부개정안에는 대출금리에 반영할 수 없는 비용 항목이 명시됐다.

이에 비해 교육세는 은행권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이 제외 명단에서 빠졌다.

이에 따라 교육세 인상분이 가산금리에 반영돼 가계·기업의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고금리 기조로 가계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이미 늘어난 상황에서, 기업 역시 자금조달 비용 증가로 투자·고용을 줄이고 있다.

가계는 내수 소비가 정체된 가운데 반도체와 일부 수출업종만 호조를 보이는 ‘불균형 회복’ 국면에서 교육세 인상이 실물경제에 추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 정책 효과 논란…"정치적 제스처" vs "세율 정상화“

이와 같은 개정안은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 국회에 제출돼, 내년 1월 1일 발생분부터 적용되고 2027년부터 납부가 시작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교육세 부담이 대형 시중은행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며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일각에서는 이번 개정안이 ‘부자 때리기’ 성격의 횡재세와 유사해 정치적 제스처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반면 정부 관계자는 “금융업의 성장에 맞춰 세율을 정상화하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침체된 실물경제와 금융 소비자의 부담을 고려할 때, 세율 인상 폭 조정이나 과세표준 제외 대상을 넓히는 등 정교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