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내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구축을 위해 네이버클라우드·업스테이지·SK텔레콤·NC AI·LG AI연구원 등 5개사를 선정, 2년간 경쟁 지원에 나섰다.


[이코노미 트리뷴 = 김용현 기자] ‘챗GPT 긴장해’

전 세계가 AI(인공지능) 경쟁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우리 정부도 한국을 대표하는 AI모델을 만들기 위해 5개 기업을 선정해 눈길을 끈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는 지난 4일 ‘소버린I(Sovereign,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에 참여한 15개 팀을 대상으로 서면과 발표 평가를 진행해 5개 정예 팀으로 압축했다고 밝혔다.

5곳은 네이버클라우드를 포함해 △업스테이지 △SK텔레콤 △NC AI △LG AI연구원이다.

◇ 5곳은 어떤 선발 과정 거쳤나

이번 소버린 AI 사업의 출발점은 지난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4월 14일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전(前) 대표는 페이스북에 AI 투자 100조 원 시대를 열고 대통령 직속 기구 ’국가인공지능위원회‘ 내실을 강화해 본격적인 ‘K-AI’ 시대를 열겠다는 대선 공약을 내놨다.

또한 국민 모두 선진국 수준의 AI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모두의 AI’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혀 관심을 모았다.

이에 따라 과기부는 지난 6월 소버린 AI와 우리나라 국민에게 맞춤 설계된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구축 프로젝트를 공고했으며 지난 8월 4일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추진할 5개 기업과 컨소시엄을 확정했다.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클라우드 등 5곳은 GPU(그래픽처리장치), 데이터, 인재 육성에 필요한 정부 지원을 받아 독자 AI 파운데이션을 구축한다”라며 “이후 오는 12월 말 1차 평가를 거쳐 네 개 팀으로 추리고, 6개월 단위로 경쟁 평가를 거쳐 2027년에 두 팀만 최종 선발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이들 5곳은 최종 2개 팀으로 뽑히기 위해 향후 2년간 치열한 경쟁을 펼치게 됐다.

◇ 파운데이션 모델은 어떤 의미

이번에 선정된 5곳은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발하는 데 주력한다. 파운데이션 모델은 텍스트, 이미지, 목소리, 기반 데이터 등 데이터를 학습해 만든 AI의 기반이 되는 모델을 뜻한다.

쉽게 설명하면 특정 작업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일종의 ‘만능 AI모델’인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오픈AI의 GPT가 대표적인 파운데이션 모델”이라며 “이는 데이터가 외국으로 유출되는 우려 없이 우리나라 국민과 기업이 모두 활용할 수 있는 AI 모델을 만드는 게 이번 사업의 최종 목표”라고 풀이했다.

이에 따라 이들 5곳은 △데이터 분야에 628억원 △GPU 지원에 1576억원 △인재 육성에 정부로부터 250억원을 받는다.

업계 관계자는 “소버린 AI는 이재명 정부의 ‘AI 3대 강국’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주력 사업 가운데 하나”라며 “이번에 5곳을 선정해 향후 2년 내 국내 고유 AI 모델을 만들어 AI 생태계 구축에 나서겠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 소버린 AI 모델 개발 왜 추진하나

업계에서는 정부가 추진하는 소버린 AI 모델이 일종의 ‘AI 독립선언’으로 풀이한다.

챗GPT, 퍼플렉시티, 구글 제미나이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쥐락펴락하는 ‘AI 기술 종속’에서 벗어나기 위한 수순이라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외국 AI모델이 우수해 장점이 많지만 외국 기업 AI에만 의존하면 가격 인상과 서비스 중단 등 횡포가 있을 수 있다”라며 “특히 국내 민감한 데이터가 외부로 유출되면 자칫 국가 안보에도 위협이 될 수 있어 토종 AI 모델을 만들겠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그는 “자국형 AI 개발은 한국에만 국한하지 않는다”라며 “최근 독일, 프랑스, 일본도 독자 AI 개발에 나서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정부도 독자 AI 모델 배경을 설명했다.

송상훈 정보통신정책실장은 "정예 팀이 개발해 확보한 AI 파운데이션 모델은 국방 등 국가 안보적인 용도로 활용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수개월전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가 보여준 AI 능력에 전 세계가 깜짝 놀란 바 있다”며 “특히 딥시크는 미국 오픈AI의 챗GPT-4에 조금 못 미치는 성능을 갖춘 데다 소스도 무료 배포해 눈길을 끌었다”라고 풀이했다.

그는 “중국이 딥시크를 세계 무대에 선보이게 된 배경은 중국 정부의 지원도 크게 작용했다”라며 “다만 자칫 토종 모델만 고집하면 국제 무대에서 고립될 수 있어 향후 사업 방향을 더욱 정교하게 다듬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