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전기차 중국산 배터리 화재의 최대 수혜주는 ‘K-배터리’?

벤츠 탑재 배터리 中 파라시스, 그동안 잇따른 화재로 ‘구설수’
정부 전기차 잇따른 화재로 배터리 원산지 공개 추진
배터리에 대한 소비자 불안감 해소..소비자가 배터리 선택할 길 열리나
세계적으로 안전성과 성능 인정된 국산 배터리 업계에 ‘호재’

이코노미 트리뷴 승인 2024.08.10 16:01 의견 0

[이코노미 트리뷴 = 김용현 기자] ‘일단 식당도 재료 원산지 공개하는데 1억원대 오가는 수입 전기차는 왜 안돼?’

최근 중국산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 화재가 잇따르면서 정부가 전기차 배터리 제조업체를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국립소방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전기차 화재는 2020년 11건, 2021년 24건, 2022년 44건 등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배터리팩 일부의 과열(過熱) 현상이 주변 배터리에 옮겨지는 이른바 '열폭주(熱暴走: 배터리 연쇄 폭발)'가 발생하면 온도가 1000℃ 이상으로 오른다. 이때 주변 차량으로 불이 옮겨 가는 시간은 1~2분에 불과하다.

이처럼 열폭주에 따른 ‘전기차 포비아(공포증)’가 확산되면서 소비자들에게 배터리 제조업체 정보를 공개하기로 한 것이다.

소비자에게 전기차 안전과 성능을 책임지는 배터리 정보를 알려 소비자 불안감을 없애겠다는 취지가 담겨 있다. 이를 통해 소비자는 차량에 들어가는 배터리 정보를 알 수 있고 필요하면 배터리 제품을 선택할 수 있다.

이는 국산 배터리 업체에게도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국산 배터리는 세계적으로 성능과 안전성을 검증받아 이번 중국산 배터리 화재를 계기로 국산 배터리 수요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1억 넘는 독일 벤츠에 싸구려 중국산 제품 탑재에 소비자 분노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1일 오전 인천 서구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서 불이 붙은 메르세데스-벤츠 EQE 세단에 들어간 배터리는 중국 업체 파라시스 에너지(Farasis Energy) 제품이다.

벤츠 EQE에는 중국 CATL 제품도 탑재됐지만 이번 사고 차량에는 파라시스 제품이 들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에 설립된 파라시스는 2018년 벤츠 모회사 다임러와 10년간 170GWh 규모 배터리 주문 계약을 체결했고 2020년에는 벤츠가 9억위안(1713억원)을 투자해 파라시스 지분 약 3%를 인수해 배터리 공동 개발에 나섰다.

문제는 파라시스 배터리가 화재 위험이 있어 중국 내에서 리콜된 적이 있다.

중국 국영 베이징자동차그룹(BAIC)은 2021년 3월 파라시스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 3만1963대가 ‘특정 환경에서 배터리 화재 발생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당시 파라시스는 결함을 인정하고 리콜 비용을 모두 부담했다.

세계적인 명차라고 자처하는 벤츠가 싸구려 중국산 배터리를 탑재한 것에 대해 소비자들의 의문과 분노가 일고 있다.

온라인 자동차 동호회에서 “1억원 짜리 차에 듣도 보도 못한 배터리가 탑재됐다니 실망스럽다”는 반응도 나오는 것도 이러한 분위기를 보여준다.

◇동네 식당도 원자재 원산지 공개하는데 전기차는 배터리 출처 왜 공개 못하나

독일 명차로 자부하는 벤츠의 ‘배터리 꼼수’가 드러나면서 배터리 출처를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잇따른 전기차 화재에서 배터리가 원인으로 밝혀지면서 전기차 소유자들 사이에서는 최근 “내 차 배터리는 누가 만들었지?”라며 정보를 찾는 소동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서 영업하는 대다수 자동차 업체는 배터리 제조사나 원산지 정보를 공개하는 곳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소비자 A씨는 “전기차 힘을 뜻하는 출력이나 차량 크기, 1회 충전당 주행거리 등은 공개되고 있지만 배터리 정보는 공개가 의무로 정해져 있지 않다”며 “중국산 배터리 사용에 따른 화재가 빈발하는 데 이에 대한 정보가 없다는 것은 소비자 권익을 침해하는 행태”라고 지적했다.

그는 “동네 싸구려 식당에서도 식자재 원산지를 공개하는 데 적게는 수천만원, 많게는 수억원에 이르는 전기차에서 사람 목숨과 직결되는 배터리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비판했다.

소비자 B씨는 “세계적인 명차라고 자부하는 업체들이 전기차 배터리 정보를 밝히지 않는 것은 싸구려 중국산 배터리를 사용해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술수가 아닌 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정부, 전기차 배터리 원산지 공개 카드 ‘만지작’

이처럼 중국산 배터리 탑재 전기차 화재가 사회적 논란이 되면서 정부도 배터리 원산지를 공개하는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차량의 다른 제원처럼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하도록 관련 법령을 고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국회를 통화가는 법 개정이 아닌 현행 자동차관리법 시행령이나 규칙을 고치면 된다고 설명했다.

현재 자동차 업체들은 차량을 출시할 때 차량의 △크기 △무게 △출력 △연비 등 다양한 정보를 공개한다. 그러나 주행거리 등 전기차 성능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배터리는 용량만 공개하고 제조사 정보를 밝히지 않고 있다.

국토부의 이러한 입장에 따라 소비자가 차를 고를 때 배터리 제조업체를 선택해 차량을 구입하는 시대가 곧 열릴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국토부는 내년 2월부터 ‘배터리 인증’ 제도를 시행한다.

현재는 자동차 회사가 배터리를 단 차량을 만들어 판매하고 정부는 사후 점검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내년부터 차량을 등록할 때 배터리마다 식별 번호를 부여해 따로 등록한 뒤 안전 성능 시험도 사전에 거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자동차 배터리 정보가 전기차 운행부터 폐차까지 이력이 모니터링된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배터리 관련 정보 공개 강화는 이미 세계적인 추세”라며 “유럽연합(EU)은 디지털 배터리 여권(DBP) 제도를 시행해 2027년 2월부터 시행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배터리 제조업체는 배터리 예상 수명과 제조 과정에서 탄소 배출량 등 관련 정보를 디지털화해 당국에 제출해야 한다.

◇국산 전기차 배터리 업체에 호재 될까

정부의 배터리 기준 강화가 본격화되면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가 수혜를 볼 것으로 보인다.

이들 배터리 3사의 배터리 제품이 저가 중국산 배터리보다 품질 등에서 우수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12일 삼성SDI가 볼보트럭코리아와 함께 전기트럭 시승 교류회를 열어 FH 일렉트릭 트럭에 탑재된 배터리 개발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사진 = 삼성 SDI 뉴스룸]


이번 벤츠 전기차 사고 차량에는 중국 파라시스의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가 탑재된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은 리튬과 인산철로 양극재를 구성하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만 NCM 등 삼원계 배터리 분야에서는 국산 전기차 배터리에 비해 기술력이 낮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산 배터리는 전기차 시장 초기부터 NCM 배터리에 주력해 전기차에 이 배터리를 납품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LFP 배터리는 그동안 중국 업체들이 싼 가격에 대량 생산해온 가성비 제품”이라며 “이 제품은 재활용이 어려워 친환경과 거리가 있고 주행거리도 NCM에 비해 떨어지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에 비해 NCM 배터리는 니켈 함량이 높아 에너지 밀도가 높고 주행거리를 늘릴 수 있다”며 “다만 단점은 배터리 셀 하나에 문제가 생기면 배터리팩에서 폭발하는 문제점을 지녔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러나 국내 3사의 NCM 배터리 기술 노하우가 중국 등 경쟁업체에 비해 탁월해 차량 화재 가능성을 낮추고 있다”며 “결국 벤츠 자동차 배터리 화재로 차량 제조업체들이 국내 배터리 업계로 눈을 돌리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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