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유럽 ‘교두보’ 체코에서 원전-반도체-배터리 등 ‘미래 먹거리’ 거머쥔다

윤석열 대통령 체코 순방 마무리
24조원대 체코 원전 건설 수주 총력
삼성전자 등 5대 그룹 총수도 동행
한국-체코 첨단산업 협력 체제 구축
향후 거대 유럽시장 공략 기반 마련

이코노미 트리뷴 승인 2024.09.23 15:35 | 최종 수정 2024.09.23 15:41 의견 0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체코 방문을 통해 원자력발전, 반도체, 배터리 등 첨단 산업 분야에서 체코와 협력하며 유럽 시장 진출을 모색했다. [사진 = 대통령실]


[이코노미 트리뷴 = 김용현 기자] 한국정부와 삼성전자 등 재계가 ‘유럽 진출 교두보’ 체코에서 원자력발전(원전)과 반도체, 배터리 등 ‘미래 먹거리’ 사업 확보에 총력을 기울인다.

이에 따라 24조원대로 추산되는 체코 원전사업을 비롯해 한국 주력 업종이 체코를 출발점으로 유럽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2일 재계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 초청으로 19~21일 체코를 방문했다.

이를 통해 지난 7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두코바니 신규 원전 건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지 2개월 만에 체코 땅을 다시 밟아 한수원 최종 선정을 직접 호소한 것이다.


◇한국, 24조원 대 체코 원전시장 따내 ‘원전 르네상스’ 시대 연다

내년 3월에 확정될 체코 원전 사업자 선정에서 한국이 수주를 따낸다면 한국은 ‘원전 르네상스’ 시대를 활짝 열 수 있게 된다.

체코 정부가 한수원을 최종 계약자로 선정하면 예상되는 사업 규모는 약 24조원(4000억 코루나)이다. 체코 측 주장대로 현지 조달 비율을 60%로 할 경우 우리 원전산업은 약 10조원의 계약을 따낸 셈이다.

정부 기관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가 최근 경상북도 울진 신한울 원전 3·4호기 건설을 허가해 원전 건설이 8년 3개월만에 재개된 가운데 체코 원전사업까지 확보하면 국내와 해외 시장을 모두 공략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기 때문이다.

또한 신한울 3·4호기 건설 허가로 국내 원전 생태계가 완전히 되살아난 가운데 한국-체코 양국이 그동안 제조업 분야에서 경제협력을 해왔지만 이제 원전 분야로 확대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이를 위해 윤 대통령이 이번 체코 순방에서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건설에서 입증된 '온 타임, 온 버짓(On Time, On Budget·공기 예산 준수)' 경쟁력을 앞세우고 양국이 처음부터 끝까지 원전을 함께 짓게 된다는 점을 강조한 이른바 '팀 체코리아(Czech-Korea)'라는 '원전 동맹'을 역설한 점은 눈에 띄는 대목이다.

체코 현지 분위기도 고조된 모습이다.

정부는 체코 측이 확답하지 않았지만 내년 3월 한수원 최종 계약자 선정을 사실상 확신하는 모습이다. 페트르 파벨 체코 대통령과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가 한수원과의 계약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여러 차례 밝혔기 때문이다.

만약 한수원이 체코 원전 사업을 거머쥐게 된다면 체코는 물론 유럽 제3국 원전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도 거머쥘 가능성이 크다.

파벨 대통령은 한국-체코 정상회담에서 네덜란드, 슬로베니아, 슬로바키아, 폴란드 등 유럽 국가 원전 개발 계획을 언급하며 체코가 ‘EU(유럽연합) 시장의 교두보’라는 점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AI(인공지능)산업에 필요한 막대한 전력을 비롯해 탄소중립(이산화탄소 배출량 제로) 등 친환경 에너지원을 확보하려면 원전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며 “체코를 교두보로 삼아 유럽 시장을 진출해 1000조원 규모의 글로벌 원전시장을 겨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윤 대통령은 또 제조업 위주였던 양국간 기존 경제협력에 원전 분야 협력을 더하고, 나아가 무역투자촉진프레임워크(TIPF)를 체결해 첨단산업·과학기술·교통·공급망 등 전 분야로 양국간 협력 분야를 확장했다.

◇한국-체코, ‘TIPF’ 체결...첨단업종-인프라 구축에 손잡아

정부는 또한 이번 윤대통령 체코 방문을 통해 원전사업 외에 첨단산업과 관련 인프라 사업 확대에도 보폭을 넓힌다.

이를 위해 윤 대통령은 20일 피알라 총리와 만나 ‘무역투자촉진프레임워크(TIPF)’와 한-체코 전략적 동반자 관계 이행을 위한 행동계획(행동계획) 등 9건의 문서를 채택했다.

이를 통해 한국-체코는 양국간 교역과 투자를 비롯해 첨단산업, 과학기술, 인프라, 금융 등 원전 이외에 전방위에 걸쳐 협력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한국이 유럽 국가 중 다섯번째, 통산 스물다섯번째로 체결한 한-체코 TIPF를 통해 양국은 전 산업 분야에 걸친 포괄적 경제협력의 제도적 기반을 구축했기 때문이다.

또한 양국 산업부 간 공급망·에너지 대화(SCED) MOU(양해각서)를 체결해 TIPF의 원활한 이행을 돕고 무역·투자·공급망, 첨단제조, 에너지 등 협력을 논의할 장관급 SCED 및 분야별 국장급 회의체를 구성하기로 했다.

재계 관계자는 “양국 국토부간 체결된 '고속철도 협력 MOU'에는 우리 기업의 체코 고속철 시장 진출 지원과 유럽 철도시장 수출 판로 개척 내용이 담겨 있다”며 “이는 세계에서 네 번째로 고속철 차량을 독자 개발한 한국의 기술 역량에 체코가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배터리 협력 MOU, 경제혁신파트너십프로그램(EIPP) 협력 MOU, 우크라이나 재건 협력 MOU, 5자 금융협력 MOU 등 윤 대통령 공식 방문 계기에 총 56건의 MOU 및 문건이 체결됐다.

국내 주요 기업들의 발걸음도 빨라졌다.

윤 대통령 체코 방문에 맞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가 모두 동행했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4대 그룹 총수는 이번 체코 방문에서 구제척인 사업계약 체결 등은 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다만 삼성전자는 반도체, SK그룹은 반도체와 배터리, ESS(에너지저장장치), 열관리 시스템, LG그룹은 배터리, 전장부품(자동차 전기부품), 현대차는 체코 공장 점검과 미래 사업 구상 등에 청사진을 그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체코는 중·동유럽 국가 모임 ‘비셰그라드 그룹 ‘V4’(슬로바키아·체코·폴란드·헝가리) 가운데 자동차, 배터리 등 제조업 기반이 잘 조성된 국가”라며 “특히 지리적으로 유럽 전역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윤대통령의 이번 체코 순방으로 내년에 결정될 원전사업을 비롯해 반도체, 배터리, 첨단차량 등 ‘미래 먹거리’ 사업을 구상하고 이에 따른 투자와 사업을 강화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점은 고무적이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이코노미 트리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