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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 트리뷴 = 이경철 기자]

‘땡큐 중고자동차’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고율 관세와 미국 등 해외 현지 생산으로 신차 수출이 저조한 가운데 중고차가 새로운 수출 효자로 등장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처럼 수출 주력상품이 된 한국산 중고차가 수출을 대폭 늘리려면 해외 현지 부품 조달 인프라 구축과 시장 다변화에 나서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 올해 11월까지 12조4400억원 어치 중고차 수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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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산업통상부(이하 산업부)와 한국자동차연구원(이하 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1∼11월 중고차 수출액은 84억달러(약 12조4404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 (46억달러, 6조8126억원)보다 82.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같은 기간 중고차를 포함한 전체 자동차 수출이 지난해 647억달러(95조8207억원)에서 660억달러(97조7460억원)로 2.0% 증가하는 데 그친 반면 중고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7.1%에서 12.7%로 늘어났다.

이에 따라 전체 자동차 수출에서 중고차 물량을 제외하면 차량 수출액은 지난해 601억달러(89조81억원)에서 올해 576억달러(85조3056억원)으로 4.2%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과 미국이 무역협상을 통해 자동차 관세율을 기존 25%에서 15%로 10% 포인트 줄였지만 기존 한미 FTA 체결에 따른 무관세 혜택이 모두 사라진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는 “결국 고율관세로 미국 자동차 수출이 타격을 입었지만 이른바 ‘K-중고차’ 수출이 크게 늘어 전체 자동차 수출 감소분을 상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올해 연간 신차 수출 대수는 약 272만대로 작년보다 2.3% 감소해 중고차가 당분간 자동차 수출 부족분을 메워줄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한국산 중고차가 인기를 모으는 것은 국산 차 기술력이 향상됐고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져 차량 가치도 상승했다”라며 “특히 올해에는 원화가 약세라는 점에서 가격이 싼 효과도 작용했다”라고 덧붙였다.

◇ 키르기스스탄·러시아·카자흐스탄·UAE·튀르키예서 중고차 인기

소나타는 낮은 유지비와 세련된 디자인, 뛰어난 연비를 강점으로 인기 있는 중고차로 꼽힌다. [사진 = 현대자동차]


한국산 중고차를 가장 많이 수입한 국가는 러시아 등 동유럽과 중동으로 집계됐다.

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1∼10월 중고차 수출 상위국은 △키르기스스탄(26억2360만달러) △러시아(9억980만달러) △카자흐스탄(6억6460만달러) △아랍에미리트(UAE·3억3720만달러) △튀르키예(2억6400만달러) 순이다.

수출 차량 대수 기준으로 살펴보면 △리비아(11만9519대), △키르기스스탄(10만4738대), △튀르키예(9만3615대), △UAE(4만5719대), △러시아(4만3066대)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이 리비아에 중고차를 가장 많이 수출한 국가가 된 데에는 리비아 자체 수요 때문은 아니다”라며 “리비아는 튀니지, 알제리 등 북아프리카 재수출 거점으로 저가 중고차가 주로 수출되고 있다”라며 “키르기스스탄은 러시아 재수출 통로로 비교적 고가 중고차가 주로 수출되는 국가”라고 설명했다.

수출 중고차를 파워트레인(동력전달장치) 기준으로 살펴보면 휘발유 등을 원료로 사용하는 내연기관차가 65억1110만달러로 전체의 91.5%를 차지한 가운데 하이브리드차(HEV)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7.5% 급증한 5억6120만달러로 기염을 토했다.

이에 비해 전기차(BEV)는 2860만달러로 16.8%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전 세계 전기자동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과 충전 인프라 부족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산 중고차 수출 시장이 몇몇 국가에 머물고 있다”라며 “신차를 구입할 경제적 여력이 없지만 차량 수요가 많은 신흥시장 등을 겨냥해 중고차량 수출을 더 늘릴 수 있도록 시장 다변화에 나서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 중고차 수출 판매량 계속 늘릴 수 있는 기반 시급

이를 위해 중고차 품질 인증 제도와 해외 차량 부품 인프라 구축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정준하·맹진규 자동차연구원 소속 연구원은 지난 5월 '중고차 수출시장 부상과 전략적 대응 필요성'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해외에서 중고차 품질 인증 제도를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연구원은 2023년 중고차 수출 1조엔(약 9조4000억원)를 돌파한 일본은 일본중고차수출업협동조합과 일본자동차사정협회 등이 중고차 성능 증명서를 발급하고 중국은 수출 중고차 품질 관련 국가 표준을 도입해 연평균 208%의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미국 관세 부과 등 불확실성이 높아져 중고차 산업은 새로운 수출산업으로 성장할 잠재력이 있다"라며 "이는 국내 자동차 시장과 부품 애프터 마켓을 활성화하는 촉매제 역할도 기대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애프터 마켓은 판매된 제품을 점검하고 수리하거나 부품을 교환하기 위해 만들어진 시장이다. 쉽게 설명하면 자동차 부품시장인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산 중고차가 해외에서 인기를 얻는 것은 국산 자동차 시장 발전에도 고무적인 소식”이라며 “그러나 국산 중고차가 인기를 유지하려면 차량 부품을 공급하는 부품센터 구축 등이 시급하다”라고 지적했다.

igyeongcheol@economytribu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