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5월 백악관에서 열린 공식 행사에 참석한 모습. [사진 = 백악관]


[이코노미 트리뷴 = 김용현 기자] 일론 머스크가 올해 초 정치 자금 지출을 대폭 줄이겠다고 밝혔음에도, 2026년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공화당 진영에 다시 정치자금을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동안 정치 전면에서 한발 물러서는 듯했던 머스크가 다시 선거 국면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워싱턴 정가는 그의 다음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머스크는 최근 2026년 하원과 상원 선거에 출마한 공화당 후보들을 지원하기 위해 기부를 재개했으며, 선거 주기 동안 추가 후원 가능성도 열어둔 상태다. 정확한 기부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관련 선거자금 보고서는 내년 1월께 확인될 전망이다.

이 같은 행보는 머스크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간 관계가 최근 완화된 흐름과 맞물려 있다는 해석을 낳고 있다.

외신은 머스크가 백악관 핵심 인사들과 사적으로 만난 사실을 전하며, “양측 간 긴장이 상당 부분 해소된 정황”이라고 전했다.

머스크의 복귀는 정치적으로도 적지 않은 파급력을 가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는 2024년 미국 대선 당시 최대 개인 기부자로, 공화당 진영의 선거 자금 구조에서 핵심 축을 담당한 인물이다.

전문가들은 “머스크의 자금력은 단순한 후원이 아니라 선거 전략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머스크는 지난 5월 한 인터뷰에서 “앞으로 정치적 지출은 훨씬 줄일 것”이라며 “이미 충분히 기여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다만 그는 같은 자리에서 “향후 정치 자금 지출의 이유가 생긴다면 다시 할 수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외신은 이번 기부 재개가 바로 그 ‘이유’가 현실화된 사례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재정적 여력은 여전히 충분하다.

외신에 따르면 머스크의 개인 자산은 최근 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으며, 특히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기업가치 상승이 자산 확대를 이끌었다.

전문가들은 “정치적 리스크와 무관하게 머스크의 자금 동원 능력에는 제약이 없다”고 진단했다.

다만 머스크가 과거처럼 트럼프 대통령과 밀착 행보를 이어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그는 2024년 말부터 2025년 초까지 정부 효율화를 명분으로 한 행정부 내 역할을 맡으며 논란의 중심에 섰고, 이 과정에서 대중적 반감과 기업 이미지 훼손을 동시에 경험했다.

실제로 머스크의 정치 행보는 테슬라를 비롯한 그의 기업들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연구에서는 “머스크의 정치적 활동이 소비자 반감으로 이어지며 판매에 영향을 미쳤다”는 결과를 제시했고,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기업 경영 집중도가 떨어진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머스크 역시 최근 한 팟캐스트에서 당시를 돌아보며 “그 역할을 맡지 않았다면 회사 경영에 더 집중했을 것이고, 불필요한 반발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같은 인터뷰에서 “같은 선택을 다시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이번 정치자금 재개를 두고 “전면 복귀라기보다는 선택적 개입에 가깝다”며 “정책 환경과 선거 구도가 자신에게 유리하다고 판단될 때만 제한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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