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프랑스 리옹에서 열린 ‘국제기능올림픽(WorldSkills Lyon 2024)’ 폐회식에 참석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모습. [사진 = 삼성전자]
[이코노미 트리뷴 = 이경철 기자] ‘지난 10년간 발목을 잡은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나 내년 3월 이후 거함 삼성호(號)를 진두지휘할 등기이사로 복귀할까’
오는 27일 취임 3주년을 맞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책임경영을 하는 등기이사에 언제 복귀할 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재용 회장은 지난 2015년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추진 과정에서 부정거래와 시세조종, 회계부정 등 혐의로 기소된 후 지난 10년 가까이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지난해 2월 1심에서 19개 혐의 전부에 대해 무죄가 인정됐으며 올해 2월 3일 항소심에서도 모두 무죄를 선고받은 데 이어 지난 7월 17일 대법원 판결에서 최종 무죄를 확정했다.
이에 따라 10년간 이어진 사법 리스크에 마침표를 찍은 이 회장이 해결해야 할 과제가 수두룩한 현재 상황을 어떻게 극복할 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이재용 회장, 삼성호(號) 사령탑 3년째 접어들어
오늘날의 삼성을 일궈낸 이건희 선대 회장은 2014년 5월 10일 한남동 자택에서 호흡곤란과 심장마비 증세로 병원으로 옮겨져 오랫동안 병상에 누었다.
이건희 선대 회장 와병 기간이 길어지면서 공정거래위원회는 2018년 5월 1일 이재용 회장을 삼성전자 동일인(총수)으로 지정했다.
이 선대회장이 2020년 10월 25일 타계했지만 이재용 당시 부회장은 즉시 회장으로 승진하지 않았다. 그는 당시 제일모직·삼성물산 부당합병 등 사법리스크에 빠져 이어지는 재판 일정이 회사 경영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러나 회사 경영의 최고 사령탑 부재에 따른 경영 리스크가 커지면서 이 회장은 2년 후인 2022년 회장으로 승진했다.
그는 2022년 10월 27일 이사회 결의를 통해 회장으로 승진했으며, 같은 해 11월 1일 공식 취임했다. 그러나 당시 삼성전자는 별도의 취임식을 준비하지 않았다. 이 회장이 제일모직·삼성물산 부당합병 사건 재판에 출석 중이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른바 사법 리스크로 삼성 경영을 완전하게 하지 못해온 이 회장이 지난 7월 대법원 무죄 판결로 이제는 경영 전면에 나설 때가 됐다”라며 “이에 따라 이 회장은 향후 삼성전자의 본원적인 경쟁력을 강화하는 등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 수준의 IT(정보기술)기업의 면모를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 HBM 경쟁력 강화-가전제품 경쟁력 초격차 현안 쌓여있어
사법 리스크를 모두 해소한 이 회장은 최근 글로벌 경영을 강화하는 등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그는 HBM(고(高)대역폭메모리) 사업 강화와 TV, 스마트폰 등 기존 제품 경쟁력을 높여 미국과 중국업체와의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하는 과제를 떠안고 있다.
HBM은 고성능 AI(인공지능) 칩의 연산 효율을 향상시키는 대표적인 부품이다.
삼성전자는 HBM 시장 주도권을 SK하이닉스에 빼앗긴 가운데 좀처럼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처지에 놓였다.
업계 관계자는 “2024년 연간 실적 기준으로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맡고 있는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 매출액은 111조1000억원과 영업이익 15조1000억원”이라며 “이에 비해 SK하이닉스는 연간 매출액 66조1930억원과 영업이익 23조4673억원을 기록해 영업이익이 삼성전자를 크게 앞섰다”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영업이익이 크게 차이가 나는 것은 SK하이닉스가 HBM 시장에서 막강한 경쟁력을 보이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그는 “내년 HBM 시장 주력 제품이 될 6세대 HBM ‘HBM4’ 에서도 SK하이닉스는 지난 3월 업계 최초로 주요 고객사에 HBM4 샘플을 납품했지만 삼성전자는 아직까지 별다른 소식이 없다”라고 지적했다.
삼성전자의 또다른 주력 제품인 스마트폰도 예외는 아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전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약 2억9520만대) 가운데 △삼성전자가 5800만대(점유율 19.7%) △애플 4640만대(15.7%) △샤오미(4250만대, 14.4%) △비보(2710만대, 9.2%) 순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애플과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중국기업 샤오미와 비보가 추격하는 양상”이라며 “삼성전자로서는 스마트폰 등 주력제품 경쟁력을 크게 향상시켜 기술 초격차(경쟁업체가 추격할 수 없는 기술격차)를 일궈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최근 미국 AI(인공지능)업체 엔비디아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 HBM3E 12단 제품이 최근 엔비디아 품질검증(퀄테스트)을 통과한 것으로 알려져 삼성전자로서는 SK하이닉스와의 격차를 좁히기 위한 행보에 나선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얼마전 미국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와 165억달러(약 23조원)에 이르는 삼성 반도체 역사상 최대 단일 파운드리(위탁생산) 계약을 맺었다”라며 “이를 통해 삼성전자는 테슬라가 개발한 차세대 자율주행·AI 칩 ‘AI6’ 생산을 수주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재용 회장이 반도체와 기존 가전제품 외에 첨단 바이오에 대한 R&D(연구개발)과 설비투자를 늘리는 등 미래 먹거리 확보에 본격 나서고 있다”라며 “이 회장으로서는 갈수록 치열해지는 글로벌 경쟁 상황을 면밀하게 지켜보면서 사업 전략을 펼쳐야 하는 상황을 맞았다”라고 덧붙였다.
◇ 美 관세폭탄-노사 상생 등 악재 맞아 내년 주총 이후 등기이사 여부 판가름
삼성전자가 그동안 지켜온 각종 사업에서 국내외 도전이 이어지는 가운데 올해와 내년 상황도 안심할 수 없는 모습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를 상대로 관세 전쟁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무노조 경영을 해온 삼성전자는 이제 노조의 등장으로 상생경영을 펼쳐야 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과 비자 정책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미국 사업이 쉽지 않은 양상”이라며 “미국 관세에 맞저 미국 현지 공장 가동으로 대응할 수 있지만 비자 정책이 더해져 현지 공장 가동이 쉽지 않다”고 내다봤다.
그는 또 “삼성전자가 창사 55년 만에 처음으로 지난해 첫 파업을 겪어 노사관계 개선도 해결해야 할 숙제”라며 “특히 경쟁관계인 SK하이닉스가 올해 최대 실적에 다른 성과급 지급으로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성과급 제도에 대한 불만이 남아 있다”라고 풀이했다.
이처럼 대내외 현안이 불거지면서 일각에서는 이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에 관심이 쏠리는 분위기다.
이에 대해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장은 “삼성 같은 거대 기업에 명확한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라며 “책임경영 차원에서 이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에 준법위 다수가 공감하고 있다”라고 언급했다.
이 회장은 삼성·SK·현대차·LG 등 4대 그룹 총수 가운데 유일하게 미등기 임원으로 남아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따른 손해를 배상하라며 소송을 시작해 사법리스크가 100% 해소됐다고 볼 수 없고 한 때 ‘10만전자’라는 별명이 붙은 삼성전자 주가도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그동안 10년동안 사법리스크를 겪어온 이 회장으로서는 모든 상황을 신중하게 대해야 하는 처지”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에 따라 이재용 회장은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를 기점으로 등기이사 선임 여부가 윤곽을 드러낼 것”이라며 “그가 등기이사가 돌아오면 그룹 컨트롤타워를 중심으로 책임경영에 본격 나설 가능성이 크다”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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