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 트리뷴 = 이경철 기자] 최태원(65) SK그룹 회장이 이혼 소송에 따른 지배구조 악재라는 급한 불을 일단 껐다.
노소영(64)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로 1조3000억원이 넘는 돈을 지급하라는 2심 판결을 대법원이 16일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2심 판결이 파기환송됐다.
대법원 판결로 최태원 회장은 이혼 소송에 따른 지배구조 변화 등 경영 위기를 넘겨 회사 경영에 더욱 주력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일각에서는 최 회장이 악재는 피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세계를 쥐락펴락하는 관세전쟁에 맞서 SK그룹이 해법을 모색하고 AI(인공지능) 등 신(新)성장동력을 마련해야 하는 등 향후 숙제가 수두룩하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 대법원, 최태원 회장 손 들어줘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16일 최 회장과 노 관장 간 이혼소송 상고심 선고에서 "원고(최 회장)가 피고(노 관장)에게 재산분할로 1조3808억원을 지급하라"고 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다만 위자료 액수 20억원에 대해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해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SK 측에 흘러 들어갔다는 노태우 전(前) 대통령의 300억원 비자금은 뇌물로 여겨진다며, 불법 조성한 자금을 분할 대상으로 삼아선 안 된다면서 최 회장 측 상고를 받아들였다.
민법상 불법원인급여로 반사회성·반도덕성이 두드러져 법의 보호영역 밖에 있다며, 법적 보호가치가 없어 재산분할에서 고려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다만 위자료 20억원 지급은 최 회장 상고를 기각해 그대로 확정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로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세기의 이혼' 소송은 재산분할 부분과 관련해 서울고법에서 다시 재판을 시작하게 됐다.
재계 관계자는 “'불법의 원인으로 재산을 급여한 때에는 그 이익의 반환을 청구하지 못한다'고 규정한 민법 746조가 있다”라며 “이번 대법원 판결도 이러한 법규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노태우 비자금은 뇌물이라는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해 생겨난 급여이므로 이런 부당이득에 대한 반환 청구권을 주장할 수 없고 이는 상속 재산 분할에도 적용돼야 한다는 논리”라고 덧붙였다.
◇ 최 회장, 대미 관세협상-AI 등 경영 돌파구 계기 마련
이날 대법원 판결로 최 회장은 향후 그룹 경영에 집중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를 상대로 펼치는 관세전쟁에 대한 측면 지원과 AI 기술 초격차 등 당면한 현안을 해결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춘 셈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판결로 최 회장이 그룹 지배구조를 둘러싼 최대 위기를 넘겼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1심 결과 665억원이던 재산분할액이 2심에서 20배가 넘는 1조3808억원으로 대폭 늘어나 최 회장 경영권이 위협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라고 풀이했다.
SK 그룹은 지주회사 SK㈜가 다른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최 회장은 지난 6월 말 기준 SK㈜ 지분을 17.9% 보유한 최대주주”라며 “그러나 특수관계인을 포함해도 최 회장 측 SK㈜ 지분은 30% 정도로 추산돼 헤지펀드 등 경영권을 위협하는 세력에 맞서 싸우기에는 역부족”이라고 풀이했다.
그러나 이번 판결로 최 회장이 계열사 지분 매각이나 거액의 대출 발생 등 최악의 상황을 피하게 됐다.
이에 따라 최 회장은 미국발(發) 관세 위기와 AI 반도체에 탑재하는 HBM(고(高)대역폭메모리) 사업에 매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최 회장이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초청으로 미국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열리는 글로벌 비즈니스 리더들의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으로 출국할 예정”이라며 “이번 모임에 최 회장 외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등이 함께 하며 거대 AI 인프라 프로젝트 '스타게이트'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내다봤다.
또한 최 회장은 미국 출장에서 돌아온 후 오는 28~31일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APEC CEO 서밋 의장을 맡아 행사의 성공적 개최를 이끌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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