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 트리뷴 = 이경철 기자] 태광그룹이 21일 애경산업을 470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마무리했다. 이에 따라 애경그룹의 모태이자 주력 계열사 애경산업이 태광그룹 품에 안기게 됐다.
애경그룹 지주사 AK홀딩스는 21일 태광산업과 티투프라이빗에쿼티, 유안타인베스트먼트 등으로 이뤄진 컨소시엄에 애경산업 지분 63.13%(보통주 1667만주)를 4699억9997만원에 매도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태광산업과 AK홀딩스는 전날 각각 이사회를 열어 애경산업 매각 안건을 의결했다.
매각 대상은 AK홀딩스가 보유한 애경산업 보통주 1190만주와 AK홀딩스 계열사 애경자산관리가 보유한 애경산업 보통주 477만주 등 애경산업 보통주 1190만4812주 전부다. 이는 경영권을 포함한 지배지분 전량이 태광그룹 컨소시엄이 떠안는 셈이다.
이번 거래는 애경산업 기업가치를 약 7500억원으로 평가한 것이며 매각 작업은 내년 2월 19일 마무리된다.
1954년 ‘애경유지공업주식회사’로 시작해 올해 71년을 맞은 생활용품·화장품 기업 애경산업은 애경그룹의 대표적인 ‘효자업체’다.
그러나 애경그룹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알토란 기업 애경산업을 매각해 재무구조 개선과 사업 포트폴리오 재조정을 추진해왔다.
업계는 이번 인수 계약으로 애경산업은 태광그룹의 탄탄한 유통 네트워크와 자금력에 힘입어 다시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평가한다.
◇ 태광, 석유화학 중심에서 화장품 등 소비재 분야로 포트폴리오 다양화
업계는 애경그룹이 이번 인수 계약을 통해 그룹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고 평가한다.
또한 태광그룹이 이번 인수로 ‘B2C(기업 소비자 간 거래)’ 사업에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태광그룹은 그동안 석유화학과 섬유 중심의 B2B(기업 간 거래) 사업구조를 갖췄다”라며 “이번 인수로 태광이 소비재 시장으로 사업 보폭을 넓히는 계기가 됐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화학소재나 섬유 부문은 경기 흐름이나 원자재 가격 추이 등 외생변수에 크게 좌우되는 상황”이라며 “이른바 ‘K-뷰티’ 열풍이 지구촌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어 애경산업 화장품과 생활용품 브랜드는 비교적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태광은 대표적인 B2B 기업이고 석유화학 관련 제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경쟁력을 갖췄다는 점이 중요한 대목” 이라며 “화학·섬유 생산 기반과 공급망 관리를 적극 활용해 애경산업 제품의 원가 경쟁력과 품질 효율화를 거머쥘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이번 인수로 태광이 화장품 사업을 전 세계에서 펼칠 수 있는 기반을 다지게 됐다”라며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가 마련된 셈”이라고 치켜세웠다.
◇ 기존 주력사업 쇠퇴에 따른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 차원
업계는 태광의 애경산업 인수는 주력 산업인 섬유와 석유화학 업황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수순으로 풀이한다.
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석유화학 수요가 부진한 가운데 중국이 싼값의 석유화학 제품을 세계 무대에 쏟아내는 공급과잉 현상을 보이는 데 따른 자구책”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에 따라 국내 석유화학 업계는 사업 판을 다시 짜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라며 “설비 가동을 중단하거나 비핵심 사업을 떼어내는 이른바 ‘선택과 집중’ 전략외에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사업구조를 개편하지 않으면 향후 사업에서 성장은 물론 생존을 장담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태광산업은 올해와 내년에 1조5000억원 가량을 투입하는 투자 로드맵을 마련했다.
이에 따른 투자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 올해 말까지 1조원 가량 투자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태광산업은 외부 자금 조달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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