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텍사스주 테일러(Taylor)에 건설 중인 삼성전자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 전경. 테슬라의 차세대 자율주행용 AI 칩 ‘AI5’가 향후 이곳에서 양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 = 삼성전자]
[이코노미 트리뷴 = 김용현 기자] 삼성전자가 테슬라의 차세대 자율주행 반도체 ‘AI5’ 칩을 TSMC와 함께 생산한다.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22일(현지시간)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삼성과 TSMC 모두 AI5 작업을 할 것”이라며 양사 동시 생산 계획을 공식화했다.
기존에 TSMC 단독으로 알려졌던 구조가 ‘이원화(듀얼 파운드리)’ 체제로 바뀌면서, 삼성전자는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부문에서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확보하게 됐다.
머스크는 “이전에는 TSMC만 고려하고 있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초기부터 두 회사 모두에서 병행 생산할 계획이었다”고 말했다.
외신은 테슬라가 공급망 안정화와 수율 보완을 위해 두 업체를 동시에 활용하는 이원화 전략을 채택했다고 전했다. 주요 부품을 특정 기업에만 의존하지 않고 리스크를 분산시키려는 목적이 크다는 분석이다.
머스크는 이번 협력의 구체적 생산 거점으로 삼성의 미국 텍사스 테일러(Taylor) 공장과 TSMC의 애리조나(Arizona) 공장을 지목했다.
그는 “테일러 공장이 TSMC 애리조나보다 약간 더 진보된 장비를 갖췄다”고 평가하며, 양사가 모두 미국 내 생산 거점을 활용함으로써 지정학적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의도를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이미 지난 7월 테슬라와 22조7648억 원 규모의 반도체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AI5 물량 추가로 단일 고객 기준 최대급 계약이 한층 확대됐다.
업계는 AI4 칩을 생산한 삼성전자의 기술력이 검증된 만큼, AI5도 3나노 이하 첨단 공정으로 테일러 공장에서 양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시장조사업체에 따르면 AI5는 완전자율주행(FSD)과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Optimus)’에 활용되는 전이(transition) 세대 칩으로, 설계 검토를 마치고 양산 준비 단계에 있다. 대량 생산은 2026년 말 시작될 전망이며, 후속 칩인 AI6는 더 큰 연산 모델을 지원하도록 개발 중이다.
머스크는 “AI5 칩의 초과 공급을 확보해 일부는 데이터센터로 전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엔비디아 칩을 대체할 계획은 없으며, AI4·AI5와 엔비디아 하드웨어를 병행 운용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테슬라는 차량과 로봇 내부에 탑재되는 AI5 같은 엣지(Edge) 칩은 자체 설계·생산하고, 인공지능 학습에는 엔비디아의 GPU를 계속 사용하는 방식으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한편 삼성전자는 3분기 잠정 영업이익 12조1000억 원을 기록하며 반도체 부문 회복세를 보였다. 다만 파운드리 부문은 여전히 조 단위 적자가 이어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 관계자는 “AI5 생산 비중이 얼마나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이르면 내년부터 양산에 돌입할 가능성이 있다”며 “삼성 파운드리의 수익성 개선에 청신호가 켜졌다”고 말했다.
테슬라는 올해 연말까지 미국 8~10개 대도시에서 로보택시 영업을 시작할 계획이며,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의 1세대 생산라인 구축도 진행 중이다. AI5와 AI6 칩은 이러한 로보택시·로봇·FSD 생태계를 잇는 핵심 하드웨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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