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 트리뷴 = 김용현 기자] 세계 최대 스포츠 이벤트 중 하나인 ‘슈퍼볼(Super Bowl)’이 인공지능(AI) 광고의 새로운 무대가 될 전망이다.
오레오(Oreo)·칩스아호이(Chips Ahoy)·리츠(Ritz) 등으로 잘 알려진 글로벌 제과업체 몬델리즈(Mondelez)가 생성형 AI를 마케팅 전반에 도입해 제작 비용을 절반 수준으로 줄였으며, 연말 시즌부터는 짧은 TV 광고까지 AI로 제작할 계획을 내놨다.
몬델리즈의 글로벌 소비자경험 담당 수석부사장 존 할버슨(Jon Halvorson)은 최근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2027년 슈퍼볼 무대에 AI가 만든 광고를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2025년 2월 슈퍼볼에서 방영된 마운틴 듀(Mountain Dew) 광고 장면. 가수 씰(Seal)이 바다표범 캐릭터로 등장해 자신의 히트곡 ‘Kiss From a Rose’를 패러디한 ‘Kiss From a Lime’을 부르는 모습. [사진=마운틴 듀]
◇ 광고를 보기 위해 경기를 본다?…슈퍼볼 광고의 상징성
슈퍼볼은 미국프로풋볼리그(NFL) 챔피언을 가리는 결승전으로, 매년 1억 명 이상이 시청하는 미국 최대 스포츠 행사다.
그러나 단순한 경기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시청자의 절반 이상이 ‘경기보다 광고를 더 기대한다’고 답할 정도로, 광고 자체가 하나의 문화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그만큼 광고 단가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미국 방송사에 따르면 2025년 슈퍼볼의 30초 광고 가격은 약 700만달러(약 100억 원)로, 1초당 3억 원에 이른다.
기업들은 막대한 비용에도 불구하고 이 무대를 ‘브랜드의 올림픽’으로 삼아 이미지 각인 효과를 노린다.
유명 배우와 감독, 영화적 연출이 총동원돼 “경기보다 광고를 보러 슈퍼볼을 본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 몬델리즈發 ‘AI 크리에이티브 혁신’…광고 산업 지형도 바뀌나
몬델리즈는 현재 AI가 제작한 광고에 사람의 얼굴은 등장시키지 않고 있다.
대신 미국 내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중심으로 실험적으로 선보이고 있으며, 오레오의 아마존·월마트 제품 페이지에도 적용할 예정이다.
이번 시도는 단순한 광고 실험을 넘어 AI를 기업 경영 전반의 혁신 도구로 확장하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몬델리즈는 지난해부터 AI를 활용해 신제품의 맛·향·색상 등 감각적 요소를 데이터로 분석하고, 제조원가·영양 성분·환경 영향을 함께 고려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그 결과 신제품 개발 속도를 기존보다 2~10주 단축했다는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AI가 제품 개발자가 고민하는 다양한 변수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례를 계기로 글로벌 대기업들의 AI 광고 도입 경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AI가 단순한 비용 절감 수단을 넘어 창의적 콘셉트 발굴에까지 관여하게 되면, 광고 산업의 지형 자체가 바뀔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광고업계 관계자는 “슈퍼볼은 기술·문화·상업이 만나는 상징적 무대”라며 “AI가 이 영역까지 진출한다는 건, 인간의 창의력을 보조하던 AI가 이제 직접 무대 위에 오르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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